내가 MBTI를 좋아하게 된 이유

쉬는시간. 여러 생각이 스쳐지나갈 때

by 아무도모르게

ㅣ그래. 내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어ㅣ

아주 반짝 유행을 탈 줄 알았던 MBTI 검사가 지금은 꽤 대중적인 놀이가 되었다. 이젠 사람들이 너 'T'구나. 너 'P'구나 와 같은 외계어를 남발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 사람들은 왜 자신을 코드로 분류받고 나누고 정의 내리는데 이렇게 열심이고 또 좋아할까. 온갖 SNS에 도배되어 있는 이 성격유형검사를 도저히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었기에 나도 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거 뭐야. 완전 내 얘기잖아. 사람들이 빠져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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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나를 더 얘기해줘ㅣ

나는 말을 잘 못한다. 그래서인지 나를 표현하는 일은 더더욱 못한다. 나를 무어라 딱 잘라 설명하고 드러내고 증명하는 데에 서툴다. 그런데 MBTI 성격 유형검사를 시작한 지 15분 만에 '당신은 INFP군요.'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그 결과지의 한줄한줄은 다 내 얘기였다.


< 당신은 혼자 있기를 좋아하지만 정이 많은 사람이군요.

당신은 감수성이 풍부해 상처를 잘 받는군요.

당신은 수줍음이 많아 보이지만 안에는 열정의 불꽃이 있군요.

당신은 넘치는 영감과 인간애, 친절함,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


나는 내 성격을 별로 안 좋아했다. 소심하고, 상처도 잘 받아 이런 내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았다. 마음 아프지만 남들한테 답답하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다. 그런데 이 MBTI는 나 자신보다 더 나를 사랑스럽게 표현해주었다. 이런 맘 약한 성격으로 사는 게 참 힘들터이지만 당신은 참 따뜻하다고,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며 사는 점이 약점이 될 수 있지만, 양심적으로 살고자 하고 남을 돕고자 하는 당신이 있기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상처투성이인 나에겐 참 다정한 말들이었다. 전보다 내 자신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더 찾아봤다. 내 성격에 대해 더 알고 싶고 남들이 보는 내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나를 좀 더 칭찬해줘. 내 얘기를 더 들려줘."

사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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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나와 같은 사람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ㅣ

우리가 자신을 너무 모르기 때문에 그러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에 이렇게 MBTI가 유행처럼 번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MBTI를 친구들에게도 공유하며 너와 내가 잘 맞았던 이유 또는 매번 부딪현던 이유들을 나누며 서로를 더 잘 알게 된다.


어떤 이들은 우리를 짜여진 그 몇 가지 카테고리로만 분류한다는 게 싫다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오히려 고맙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공신력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구구절절 맞는 소리라 납득이 갈뿐더러 나와 같은 사람이 세상에 이렇게 많다니 동지애까지 생긴다.

특히 나처럼 스스로를 다독이지 못했던 사람들은 이런 공감을 형성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나도 알아 나도 너와 비슷해. 우리 참 이런 것은 힘들었지? 그래도 우리 이런 것은 잘하잖아와 같은 낯부끄러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고 할까. 우리는 연대하며 더 끈끈해져간다.


그리고 나와 정반대의 사람들도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이토록 정반대의 사람들이니 서로 이런 점은 조심해야겠다와 같은 아주 긍정적인 효과는 기본이고, 우리는 서로를 보며 참 신기해하는 재미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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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MBTI를 앞으로도 종종 써먹을 생각이다. 맹신까진 아니어도 이런 거 하나쯤 믿고 살아도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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