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강한 리뷰어
넷플릭스 영화 | <인턴 > 후기
연차 전날 넷플릭스를 뒤적였다. 10분을 헤매이다 드디어 플레이한 영화 '인턴'
밝은 분위기의 캐주얼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나에게 세대간 인식에 대한 과제를 안겨준 영화가 되었다.
인턴 스토리 자체는 신선하다고 하긴 어려웠다. 인물이 노인인것만 빼면 사실 흔한 성장 스토리었다.
상사와 신입사원. 처음엔 신입사원이 못 미더웠지만 점점 그의 지혜롭고 열심인 모습에 마음이 동하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상사도 신입사원도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 다분히 예상가능한 이야기었다. 영화의 여주인공인 앤해서웨이가 나왔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조차 그런 맥락이었으니.
여기서 신입사원(인턴)만 노인으로 바뀐격이라 혹평을 받을 주 알았는데 이 영화는 사람들의 사랑을 참 많이 받았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뻔하지만 참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면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중요한 것. 바로 어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우리나라는 세대갈등이 극에 달았다. 틀딱이라는 말하기도 거북한 언어를 인테넷에 남발하고, 꼰대, 잼민이, 아재 등 세대간 서로를 비하하는 말들이 넘쳐난다. 어른은 아이들이 요즘 건방지다 욕하고, 아이들은 어른들은 꼰대같다고 욕한다. 서로 타협이 안된다. 그런 중에 이 영화 <인턴>은 세대간의 갈등이 완화되는 참 따뜻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로 느껴진다. 이 숨막히는 현생에서 이 영화를 보면 우리 사회도 어쩌면? 이라는 작은 희망을 품게 된다.
초등학생일때 학교에서 배운 말이 있다. <노인 1명이 사라지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것과 같다> 아프리카 속담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 말을 들으며 '어른들을 존경하라. 어려움이 있을 땐 어른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배웠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젊은이들에 비해 삶의 경험치와 그 농도가 다를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엔 참 노인분들이 대우받기 힘든 세상이다. 어쩐지 노인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나 조차 머리로는 그분들을 존경하고 언제라도 지혜의 힘을 빌려야겠다 생각하지만 참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우리는 왜 어른들을 존경하지 않게 된것일까.
영화 <인턴>에도 나오듯이 인터넷 쇼핑몰의 인턴이 된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 는 노트북 키는 것 조차 버겁다. 페이스북 아이디도 겨우 만들고 요즘같이 스마트한 기술과 소셜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노인은 약자이자 을이 된다. 젊은이들의 도움 없이는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오프라인 가게들조차 점점 무인점포가 늘고,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한다. 어르신들은 우리에게 언제나 질문하고, 부탁하는 사회가 되었다. 우리가 그 분들께 조언을 구하고 묻는 사회에서 완전히 역전되며 자연스레 우리는 노인은 도움이 필요한 존재, 우리가 아량을 베풀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가 노인보다 더 똑똑하다'라는 꽤나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된것이다.
인턴에서 쇼핑몰 오너인 '줄스 오스틴(앤 해세웨이)'도 처음에는 70세 신입사원이라니 기가막혀했다. (본인이 기획한것이지만)
겉으로는 어르신이니 존중하는 척했지만 아무 일도 주지 않았고, 못미더워했고 관심도 안가졌다. 저 흰머리 할아버지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벤'은 언제나 suit-up(정장을 차려입다)한 자세로 제일먼저 출근하고, 사장님이 퇴근할때까지 기다린다. 요즘 젊은이들에게선 절대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나 역시 상사의 퇴근과 별개로 내 일을 다 끝내면 칼퇴 한다.) 돈 더 주는 일이 아니면 남의 책상 청소와 같이 궂은 일 따위 하지 않는다. 나에게 이득이 될만한 일을 머리굴려가며 계산한다. 그러나 벤은 달랐다. 고지식하고 우직하다. 그리고 70세의 경험치 답게 눈치가 어마어마하다. 점점 그의 주변에 젊은 동료들이 생기고 사장조차 벤에게 조언을 구한다. 벤은 그들에게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묻곤 하지만 젊은이들은 그에게 연애, 부동산, 결혼생활 등의 고작 스마트폰을 잘 다룬다고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에 조언을 구한다. 서로가 도움이 되는 이상적인 사회.
내가 어렸을 적 배워온 사회이다.
그리고 영화는 벤이 요가하는 장소에 줄리가 찾아오는 것으로 끝난다. 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줄리가 경영ceo를 영입하지 않고 자신이 회사를 계속 이끌어 가리라는 것을.
벤은 할만큼 했고, 줄리의 선택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나 줄리는 자신의 회사를 선택하였고 더 이상 나이가 중요치 않은 친구가 되어 그를 찾아간다. 가장 기쁜 소식을 제일 먼저 들려주기 위하여.
이제 우리 사회에서 어른신과의 공생은 피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곧 노인이 된다. 젊은 친구들과 노인이 이렇게 친구가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럴려면 노력을 정말 많이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