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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일학년담임 Dec 08. 2016

아이가 야동(포르노)을 봐요.

오호, 크게 될 아이네요ㅋ

질문 : 

2학년 여자아이를 키우는 전업맘입니다. 말씀드리기 좀 쑥스러운데... 제 아이가 야동을 본다는 걸 알았어요.ㅠ 아이가 제 스마트폰을 자주 보는데 어느 날 인터넷 사용 기록을 보니 야동 사이트가 있더라고요. 놀래서 아이 아빠와 함께 아이를 앉혀 놓고 물어보는데 죽어도 안 그랬다고 잡아떼는 거 있죠. 거짓말까지 한다고 종아리 맞았죠. 그런데 이번엔 다른 데서 일이 터졌네요. 친구들 모임에 아이를 데려갔는데, 그곳에 아이 또래가 몇 있었거든요. 거기서 제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야동 사이트에 들어간 거예요. 거기 있던 아이들이 다 봤죠. 그중 한 아이가 자기 엄마한테 일렀고, 제 아이가 주동했다는 게 드러났네요.ㅠㅠ 


2학년이면 뭘 모를 때 아닌가요? 호기심으로 한 번 보면 모를까, 계속 보는 심리가 이해가 안 가요. 이 사건을 계기로 4학년인 오빠가 동생을 변태라고 놀려요. 아이는 그때마다 울고 난리고요. 동생이 모르고 한 걸 가지고 놀리면 되겠느냐고 야단을 치는데도 동생과 싸울 때 불리하다 싶으면 변태라고 울리네요. 스마트폰이 아이에게 해로울까 봐 아직 사 주지 않았고 집에서도 엄마 아빠 폰을 만지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런 일이 생겨 당황스럽습니다. ㅠㅠ



답 :


2학년인데 벌써 야동을 봤다니! 햐! 고 녀석 참... 대한민국 부모가 가장 난감해하는 성교육을, 그것도 조기교육으로 알아서 학습하다니.ㅋ 사실 엄마 입장에서 아이에게 이런 교육을 시키기가 엄청 거시기하잖아요. 도대체 뭘 먼저 가르쳐야 할까 민망하기도 하고, 또 어디까지 가르쳐야 하는지도 잘 몰라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애들이 커 버리잖아요. 그런데 님의 아이는 알아서 자기주도적 선행학습(?)을 했으니 얼마나 대견합니까? 거짓말한다는 누명을 기꺼이 쓰고 종아리 팡팡 맞으면서도 엄마 민망할까 봐 끝까지 잡아떼 주는 효심(?)을 몸소 실천하잖아요. 만약 아이가 눈 똥그랗게 뜨고 엄마를 바라보면서,


"어머님, 야동은 역시 미제가 최고더군요. 근데 어머님은 어떤 체위를 좋아하시는지요? 아버님의 꼬츄는 좀 쓸만합니까?"


이렇게 물어오면 어떡하실 뻔했어요? 그 상황 감당되시겠어요? 거 봐요. 그 녀석 보기 드문 효자라니까요.ㅋ  친구들에게 야동 보여 준 사건도 그래요. 좋은 게 있으면 절대 남에게 알려주지 않고 혼자만 아는 각박한 요즘, 엄마의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친구들에게 앞선 지식을 나눠주는 박애주의를 실천하고 있잖아요. 이거야말로 요즘 같은 시국에 길이 남을 우국충정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병헌 버전으로) 단언컨대, 그 아이는 이 시대의 진정한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 실천자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근대 계몽주의 사상가 칸트와 맞먹는다고나 할까요? 아이는 칸트의 보편적 인류 공동체 이념을 배우기도 전에 몸소 행하고 있네요. 그 아이 덕분에 우리나라도 역사에 길이 남을 사상가를 배출할지 모릅니다. 안 되면 노벨평화상이라도요.ㅋ


*

아이고, 남의 속도 모르고 제가 함부로 농담을 했군요. 죄송합니다. 2학년 아이가 야동 본 얘기를 진지하게 시작하려니 저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나와서요. 까짓 거 이왕 말 난 김에 제 얘기도 해 드릴까요?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저를 진정한 어른의 세계로 이끌어 준 어릴 적 은인. 제 친구 J 이야기입니다. 제 짝꿍이었던 그 친구가 어느 날 저에게 묻더라고요. "너, 아이를 어디로 낳는지 아냐?" 제 막냇동생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저로선 쉬운 문제였죠. "엄마가 낳는 거 아냐?" 해맑은 표정으로 답하자 그 친구는 '이런 멍청...을 봤나' 표정을 짓더니 저를 자기 집으로 끌고 갔어요. 집에 들어가자마자 친구는 집에 누가 있는지 조심스레 살폈어요. 예의 바른 친구라 집안 어른께 인사를 하려고 그랬을 거예요. 집에 아무도 없자 친구는 곧바로 고등학생인 큰형 방으로 갔어요. 걔네 형 방에는 벽장이 있었어요. 그 안에는 이불이 가득했어요. 친구는 이불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나씩 정성 들여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어요. 저는 이불을 깔고 낮잠을 자려나 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이불을 모두 꺼내자 그곳에 책이 한 권 있었거든요. 빨간 표지였어요. 벽장 속 이불 밑에 고이 모셔 놓은 걸 보니 가문의 보물 같았어요. 친구는 다시 한번 집안에 누가 있는지를 살피는 예의를 조심스레 갖추더니 빨간 책을 꺼내 재빨리 자기 옷 속에 집어넣었어요. 그러고는 바닥에 있던 이불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정성 들여 원래대로 다시 쌓았어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정갈한 모습이었어요. 가보를 소유한 가문의 후손다운 자세였어요. 저는 왜 이런 책을 책가방에 넣지 않고 옷 속에 감추느냐고 물어보았어요. 친구가 말했어요. "빙신아. 걸려 뒤지고 싶냐?" 가문의 위대함은 책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태도에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와 친구는 책을 고이 품고 뒷산으로 올라가 양지바른 곳을 피해 앉았어요. 책의 첫 장을 넘긴 순간, 전 깨달았어요. 걸려 뒤져도 지켜내야 하는 책이라는 걸! 책에는 남자와 여자가 나왔어요. 먼저 여자가 남자의 옷을 벗겨 바닥에 버렸어요. 그러자 남자는 화가 났는지 인상을 쓰면서 여자의 옷을 벗겨 바닥에 버렸어요. 그 뒤로 바로 싸움이 시작되었어요. 엎었다 뒤집었다 자빠졌다 일어섰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잠시 뒤 여자가 웃으며 남자의 손을 잡았어요. 남자도 기분이 좋은지 웃었어요. 둘은 다시 옷을 입고 웃으며 헤어졌어요. 그들의 감동적인 화해 때문이었을까, 제 몸도 뜨거워졌어요. 이런 귀중한 경전을 감히 교과서 따위가 들어 있는 책가방에 넣을 생각을 하다니. 저는 친구에게 욕먹어도 싸요. 교과서를 읽으면 저절로 잠이 오는데 그 책은 떠올리기만 해도 몸이 뜨거워졌어요. 한번 펼치면 쉽게 덮을 수 없었어요. 읽고 나면 또 복습을 하고 싶어 졌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친구를 찾아갔어요. 우린 조심스레 예를 갖추고 경전을 옷 속에 고이 모신 채 양지바른 곳을 매우 멀리 피해 앉았어요. 좋은 책이란, 글씨가 없어도 사람을 불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렇게 그 책을 소중히 읽고 또 읽던 어느 날, 친구 형에게 들켰어요. 뒤지게 맞고 책을 뺏겼어요.


세월이 흘러 저와 친구가 고등학생이 되었어요. 그 친구네 집에 VTR이 생겼어요. 친구 형이 '람보'라는 비디오를 빌려왔어요. 눈깔이 부리부리하고 울퉁불퉁하게 생긴 어떤 아저씨가 여기저기 총을 쏘는 영화였어요. 저런 폭력적인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다고 저와 친구가 형에게 말했어요. 형이 피식 웃으며 말했어요. "나, 원. 새끼들도 참." 친구의 형도 벽장 속 이불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정성 들여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어요. 예전에 빨간책이 있던 그 자리에는 비디오테이프 하나가 있었어요. 화질도 안 좋고 시간도 짧았지만 람보보다 저를 더 뜨겁게 해주는 영화였어요. 가히 가보로 삼을만한 영화였어요.



쓰면서도 킥킥 웃음이 나네요. 우린 누구나 성인물을 처음 본 추억을 지니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처럼요. 우리가 그 추억을 잊지 못하는 건 왜일까요. 강렬했던 기억 때문이겠지요. 하나가 더 있습니다. 그런 것들 안에는 우리 삶에서 단단히 봉인된 그 무엇을 여는 열쇠 같은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님의 아이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님의 아이가 그걸 처음 본 게 저보다 훨씬 이른 시기이긴 하지만 아이가 야동을 이미 봤다면... 그걸 안 본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어요. 뭐, 어쩌겠어요. 아이가 이미 본 건 본 거니까, 그 시점에서 잘 가르쳐 주면 되지요. 아이가 야동 본 걸 알고 놀라셨다고요? 아유, 참... 한 번 생각을 해 보세요. 아이가 야동을 봤다 이겁니다. 그 사실을 엄마한테 들켰다 이거예요. 그러면 이 상황에서 엄마가 더 놀라겠어요, 아니면 아이가 더 놀라겠어요? 당연히 아이가 더 놀라겠지요. 그런데 질문하신 내용엔 아이 이야기가 없네요? 아이가 음란물을 봤다 생각하니 엄마가 당황하실만하지만, 아이가 무슨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대하셨잖아요. 음란물 본 게 무슨 죄라고 거짓말 누명에 종아리까지 맞고. 아이고, 참...ㅠㅠ 또 있어요. 2학년짜리 아이가 야동을 어떻게 봤겠어요? 2학년 아이도 쉽게 볼 수 있었으니 봤을 거잖아요. 스마트폰으로 검색만 해도 수천 장의 이미지가 나오잖아요. 국산 검색엔진인 다음, 네이버는 음란물을 차단해서 안 보이지만 구글에는 다 보여요.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기본 검색엔진은 구글이잖아요. 아이가 일부러 구글에 찾아가지 않아도 기본 검색에 다 걸려요. 더 놀라운 걸 알려드릴까요? 글씨를 모르는 유치원 아이도 검색하더라고요. 발전을 거듭하는 음성검색 때문이지요. 마이크 버튼 클릭하고 '야동'이라고 말하면 쫘악... 그 신기한 게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안 봐요? 아이고, 저라도 보겠네요. 제가 이런 걸 어떻게 아냐고요? 실은 저도 우리 반 아이에게 들은 얘기거든요. 초등학교 1학년 아이 말입니다. 


초등학교 교실엔 교수학습용 컴퓨터가 있습니다. 교실 대형 모니터에 연결되어 있지요. 교사가 수업에 필요한 동영상이나 사진 파일을 모니터에 띄워 놓고 수업하거든요. 공개수업 가서 보셨죠? 제가 수업 자료를 찾으려고 검색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 몇이 저에게 스윽 오더니 귀에 대고 진지하게 한 마디 하더군요.


아이1 : (제 모니터를 슬쩍 곁눈질하며) 선생님, 검색하실 때 조심하세요. 잘못하면 야동 나올지도 몰르니깐요.

나 : (놀라는 척하며) 헉. 그래? 알려 줘서 고마워.

아이2 : (끼어들며) 괜찮아요. 선생님은 봐도 되잖아요. 어른이니깐.

나 : (안심하는 척하며) 아, 그런가? 맞어. 선생님은 어른이지, 참.

아이1 : (아이2를 쏘아붙이며) 야, 선생님이라두 막 보면 걸려. 그렇죠, 선생님? 야동은 불법이니깐요. 2학년(옆 교실) 선생님한테 들키지 않게 조심하세요.

나 : (당황하는 척하며) 아, 그런가? 조심해야겠네. 알려 줘서 고마워.

아이1 : (처음 말 걸었던 아이) 실수로라도 야동이라고 치면 안 돼요. 알았죠? 그럼 이상한 거 나와요. 진짜루요. 내가 우리 엄마 핸드폰에 마이크(음성 입력을 말하는 듯) 눌르고 몰르구 '야동'이라고 말했단 말이에요. 야동이 엄청 나왔단 말이에요. 그런데 엄마가 딴 데 있다가 너 거기서 모하냐 그랬단 말이에요.

나 : (궁금한 척하며) 헉. 그래서 어떡했는데?

아이1 : (자랑하듯) 뒤로 가는 걸 막 눌렀죠. 그런데 폰이 존나 꾸져서 잘 안 되는 거예요(핸드폰이 느려서 화면 전환이 잘 안됐다는 뜻). 엄마한테 디지는 줄 알았네.

아이2 : (아는 척하며) 헐. 쩐다. 야, 그럴 때 뒤로 가기 눌르면 안 되구. 홈을 딱 눌르면 돼. 그럼 싹 없어져. 우리 엄마 폰은 지빠이부(G5폰)인데 왼쪽에 있는 거(메뉴키를 말하는 듯) 딱 눌르면 내가 켠 게 다 보이거든. 거기서 엑스(X) 눌르면 싹 지워져.


아이고, 1학년... 담임이 야동 볼까 봐 걱정해주는 모습 좀 보세요. 귀엽지요?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야동을 볼 수 있는지, 보고 난 다음 어떻게 증거를 없애는 지도 다 알고 있네요. 심지어 글자를 몰라도 음성검색을 하면 된다는 것도요. 엄마에게 들키는 상황에 대한 대처법까지 아이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듯합니다. 아이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보면 아이들이 음란물을 대하는 태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야동은 아이들 생활에 아주 가까이에 있고 그게 뭔지도 안다.(검색하다가도 나올 수 있다.)

- 아직 어린아이들은 보면 안 되는 야동을 어른은 봐도 된다고 생각한다.(선생님은 봐도 된다고 말하는 부분)

- 내가 야동 봤다는 걸 남이 알면 안 된다.(아이가 '모르고' 야동을 검색했다고 거짓을 꾸며 말하는 부분)

- 야동은 드러내 놓고 보면 안 된다.(내가 야동 본다는 사실을 엄마가 알면 안 된다.)

- 야동을 봤다는 사실을 어른(특히 부모)이 몰라야 한다.(핸드폰 뒤로 가기를 빨리 눌러서 증거를 없애려 한다.)

- 야동을 본 사실을 친한 친구에게 말하고 싶어 한다.(성적 수치심을 나누어 가지려고 한다.)


이런 심리는 신기하게도 야동을 몰래 훔쳐보는 어른들의 마음과 같네요? 어른은 야동을 봐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어른이 야동 보는 걸 아이가 알고 있다는 의미겠고요. 이거 난감하네요.ㅋ 사실 어른들에 비해 항상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야동 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다들 너무 쉽게 야동을 접합니다. 아이들이 설마 스마트폰으로 카톡이나 게임만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지요? 하루 종일 폰에 빠져 사는 아이들은 폰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합니다. 야동도 그중 하나고요. 님의 아이는 아직 스마트폰이 없는데도 엄마 껄로 봤잖아요. 이걸로 미루어 볼 때 아이는 이미 스마트폰을 충분히 써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스마트폰이 해로울까 봐 사주시지도 않았는데 아이는 어떻게 스마트폰을 쓰게 되었을까요? 님과 같은 생각을 지닌 학부모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접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집에서는 엄마 폰을 보고, 밖에서는 친구 폰을 보면 되니까요. 모든 부모가 아이의 스마트폰을 절제시키지는 않거든요. 어떤 부모는 스마트폰조차도 일찍 배우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일찍 사 주기도 합니다. 님의 아이는 그런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배웠을 겁니다. 야동도 비슷할 거고요. 그러니 스마트폰을 차단하는 걸로 아이의 야동이 차단되는 건 아닙니다. 전파력이 강한 놀잇감(스마트폰, 게임기 같은)은 내 아이만 못 하게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우리 집에서 못 하게 하면 나가서 하니까요. 결국, 성교육은 감추는 방식으로 하면 안 되는 겁니다.


스마트폰 덕분에 아이들 대부분은 야동의 존재를 압니다. 우연히든 일부러든 그걸 본 아이들도 많고요. 그런데 아이들 중 '나 야동 봤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아이는 거의 없습니다. 은연중에 성이란 '마구 떠들고 다니기엔 뭔가 부끄러운 거'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성적 수치심) 그래서 어른의 성생활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걸 나와 친하지 않은 사람이 아는 걸 꺼립니다. 성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죄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이걸 압니다. 그런데 아이가 성에 대해 부끄러워하려면 그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민감성) 느낄 수 있어야 하겠지요? 이 민감성은 성호르몬이 담당합니다. 성호르몬은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시기, 4학년 정도 되면 슬슬 분비가 되는데 아이들은 2차 성징이 나오기 시작하면 본능적으로 그 증상을 감추려 하잖아요. 그건 그게 싫어서라기보다 부끄러워 그러는 거거든요. 그런데 님의 아이는 아직 너무 어려서 그 부끄러움을 몰랐습니다. 그 시기 아이들이 대체로 그래요. 아이가 야동을 너무 일찍 경험한 겁니다. 성에 대한 수치심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야동이란 그저 좀 특이한 만화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얘들아, 내가 희한한 걸 보여줄게, 하는 마음으로 자랑하듯 보여줍니다. 그런데 보통 한두 번 그러다 흐지부지됩니다. 제가 담임한 1학년 아이들도 그러더라고요. 저에게 야동에 대해 떠들던 아이들도 그랬어요. 제가 그걸 터부시 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도 야동에 대해 다시 말하는 걸 못 봤습니다. 호기심 대상이 아직 아닌 거지요. 아직은 야동이 2학년 아이들이 갖고 있는 수천 가지의 흥미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왜 종아리를 맞으면서도 안 봤다고 끝까지 우겼을까요? 아직 부끄러움을 모르니까 그냥 엄마한테도 자랑하듯 말하면 되잖아요. 야동을 봤다는 사실은 그저 아이 키우다 보면 생길 수 있는 흔한 에피소드 중 하나일 뿐이니 웃고 넘어가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 님의 아이가 엄마에게 보이는 행동, 또 엄마인 님이 아이를 대하는 행동은 정상이 아닙니다. 제 생각에 지금 문제는 아이가 야동을 본다는 사실보다 아이의 행동을 대하는 님의 태도에 있습니다. 정황이 분명한데도 아이가 끝까지 엄마한테 잡아뗀 무서운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마음, 즉 자기에게 화내는 엄마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자기는 그냥 별생각 없이 야동을 본 것뿐이고, 그 뒤에도 별생각이 없는데 엄마가 화난 얼굴로 갑자기 혼을 내려고 하니까 '야동을 봤다고 말했다간 더 혼날 거라고' 겁을 먹은 겁니다. 그렇다고 중간에 사실대로 실토하자니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느냐고 더 혼날 것 같으니 버틸 수밖에요. 이왕 아이가 야동을 본 상태니까, 이랬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아이 : (엄마에게 야동 화면을 보여주며) 엄마, 이것 좀 봐. 이상한 게 나와!

엄마 : (놀라는 척하며) 헉. 이게 뭐야? 어떻게 이게 나왔어?

아이 : 핸드폰에 야동으로 검색했더니 나왔어.

엄마 : (인정하는 표정으로)그랬구나. 이런 거 보니 기분이 어땠어?

아이 : 모르겠어. 무섭기도 하고 좀 징그럽기도 해. 소리도 막 지르고. 이런 걸 왜 하는지 모르겠어, 무섭게.(저학년 아이들은 실제로 이런 반응임)

엄마 : (수긍해 주며)아이고, 우리 딸, 무서웠구나. 하지만 걱정 마. 무섭게 보이려고 어른들이 일부러 만든 거야.

아이 :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왜 일부러 저렇게 만들어?

엄마 : 저런 걸 돈 받고 파는 어른들이 있거든. 그래서 일부러 과장되게 보이도록 만든 거야.

아이 : 엄마도 아빠랑 이렇게 해?

엄마 : 저렇게 하면 엄마도 무섭고 싫을 거야. 엄마랑 아빠는 서로 사랑하니까 저렇게 안 해. 우리 딸,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럼 엄마, 아빠는 도대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볼 거 같지요? 많은 엄마들이 이 질문이 나올까 봐 그전에 어떻게든 이런 대화를 끊고 무마하려 애쓰더라고요. 근데 신기하게도 이 시기 아이들은 더 물어보지 않습니다. 아직 야동에 나오는 내용에 대해 관심이 없거든요. 아이는 엄마의 마지막 말까지만 듣고 안심합니다. 아, 우리 엄마, 아빠는 서로 사랑하는구나. 상황 끝이지요. 만약 아이가 좀 더 커서 성에 관심이 생기면 그때 가서 엄마, 아빠의 성생활을 궁금해하면 어떡하냐고 묻는 부모님이 꼭 계시더군요. 그 염려 역시 하실 필요가 없답니다. 아이가 자기의 성적 호기심을 위해 엄마, 아빠의 성생활을 묻지는 않으니까요. 아이는 아이 나름의 방법(이라야 친구나 인터넷, 학교에서 받는 성교육이 전부지만)으로 궁금한 걸 알아갑니다. 비밀스럽게요. 결과적으로 님은 아이의 행동에 대해 야단치셨습니다. 아이는 이 상황에서 혼란스럽습니다. 엄마가 화난 걸 보니 자기가 뭔가를 잘 못한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걸 잘 못했는지 모르니까요. 아이의 잘못이 정확히 뭔가요? 아이가 엄마 핸드폰을 만진 일? 아니면 야동을 본 일? 핸드폰을 만진 일은 전에도 자주 허용하셨으니(아이가 엄마 핸드폰을 자주 본다는 말을 봐서) 아이는 그걸 잘못이라 생각 안 했겠군요. 그럼 야동을 본 일이 잘못인 건데, 그건 핸드폰에 검색만 하면 나오는 거잖아요. 그게 왜 아이의 잘못입니까? 굳이 비유하자면 미필적 고의인데 2학년이면 이럴 때 엄마가 어떤 이유로 혼내는지 모릅니다. 엄마 핸드폰에서 너무 쉽게 나오잖아요. 쉽게 나온다는 건 엄마도 쉽게 볼 거라는 해석을 하기에 충분하고, 그러면 그게 나쁜 거라는 생각이 들까요?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일부러 핸드폰에 넣어놓았나 보다, 그러니 내가 봐도 되겠네, 생각하기가 더 쉽지요. 아이를 앉혀 놓고 아빠와 함께 물어보실 때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을 하셨느냐고 제가 물었을 때 그런 거(야동) 보는 거 어떻게 알았느냐, 누가 알려줬느냐, 어린아이가 그런 거 보면 안 되는데 왜 봤느냐 하셨댔어요. 이런 질문이야말로 취조입니다. 아이는 지금 자기를 사랑하는 부모를 대하는 게 아니라 자기를 벌주려고 감시하는 경찰을 대하는 느낌일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조건 모른다고 하고 안 했다고 부인해야 그나마 야단을 덜 맞잖아요. 아이의 반응은 자연스럽습니다. 아이의 훈육을 매사 이런 식으로 처리하시면 앞으로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할지 상상이 갑니다. 겨우 야동(?) 하나 본 걸로 혼났으니까요. 아이가 자라면서 본의 아니게 저지르게 될 수많은 일들에 대해 아이가 엄마에게 말할까요? 학교 생활에 대해, 공부에 대해, 점점 말이 없어질 겁니다. 말 잘못 꺼냈다간 어떻게 혼날지 모르니까요. 머잖아 예쁜 아가씨로 자랄 거고 남자 친구도 생기겠지요? 남자 친구가 같이 자자고 하는데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도 하겠고요. 그래도 엄마, 아빠에겐 말 안 할 겁니다. 말하면 혼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요. 아이가 이런 아이로 자라면 좋겠습니까? 다른 아이들은 자기가 자라면서 잘 하거나 또는 실수한 것들을 엄마와 나누며 추억으로 켜켜이 쌓으며 자라는데 유독 님의 아이는 엄마에게 혼날까 봐(엄마가 싫어할까 봐) 자기의 성장과정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이의 삶은 얼마나 외로울까요? 아무리 부모라도 아이를 외롭게 만들 자격이 우리에게 있을까요? 야동 본 게 무슨 잘못이라고, 끝까지 안 봤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자라기엔 아이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부모 된 즐거움 중 제일 큰 게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함께 하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아이와 사이가 좋아야 되고요. 그런데 님은 지금 그 가능성을 싹둑 자르셨는지도 몰라요. 아이가 자라면서 자기 삶을 엄마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우린 무슨 재미로 살까요? 님이 당장 바꾸셔야 하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습니다. 지금 아이를 키우시면 나중에 그 아이도 딸아이를 낳았을 때 그렇게 키우거든요. 성장과정에서 따뜻함과 너그러운 격려 대신 엄격함과 단호한 차가움만 경험한 아이가 나중에 엄마가 되면 그 엄마가 낳은 아이 또한 불행합니다. 제 생각엔 아이가 잘못을 해서 님이 야단치셨다기보다는 아이의 행동이 당혹스러워서 그렇게 대응하신 것 같아요. 아이가 성인 음란물을 볼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그 상황에 대해 대처해야 하셨으니까요. 마치 님이 야동을 보다가 누군가에게 들킨 듯한 기분이셨겠지요. 엄마 마음에 그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행동을 미리 예측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이가 자랄수록 더 합니다. 그래서 자식 키우는 일이 이렇게 힘든 건지 몰라요. 방법은 간단해요. 부모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행동을 아이가 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지금이라도 미리 정해 놓으시면 됩니다. 이렇게요.


* 내 아이는 그럴 아이가 절대 아니라는 생각 대신, 이건 지금 내 아이가 자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겠어!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어요. 자라다 보니 나쁜 줄 모르고 나쁜 짓을 하기는 하지만요. 평생 도둑으로 살 생각으로 친구의 물건을 슬쩍 가져오지는 않아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 있지요? 전 이게 마음에 안 들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실수가 평생 갈 거라니! 악담도 그런 악담이 있을까요? 세 살 적 실수는 얼마든지 옳게 가르칠 수 있는 일인데 우린 너무 호들갑인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아이가 뭔가 잘못을 저지른다면 그 이유가 친구와 놀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친구 허락받는 걸 순간 잊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에는 여러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야동을 본 일도 그럴 겁니다. 야동을 봤다는 그 사실만을 확대 해석해서 아이를 야단치면 아이는 오히려 당황할지도 모릅니다.


* 내 아이도 사람이야. 내 아이의 호기심은 정상이야!

아이들은 지금 자기가 모르는 모든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의 호기심이 공부에만 머물러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세상에 그런 아이는 없어요. 공부 이외에 백만 가지도 넘는 것에 대해 알고 싶어 합니다. 그중에 야동도 있는 거지요. 사춘기가 될수록 야동은 아이의 호기심 상위에 오를 겁니다. 그때 아이는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야동을 찾을지 몰라요. 나이가 더 들어 어른이 되면 서서히 야동에 대한 호기심도 줄어들겠지요? 저처럼 나이가 더 들면 아예 생각도 안 나게 되겠고요. 이건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입니다. 님의 아이는 지금 그 먼 여정의 첫 계단을 밟고 올라선지도 모릅니다.


* 내 아이가 자라는 환경은 내가 만들겠어!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야동을 검색해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려면 그동안 꽤 오랜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혹시 아이가 엄마의 스마트폰을 너무 쉽게 만지는 건 아닐까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 주지 않는 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스마트폰으로 야동을 쉽게 검색하지 못하게 장치를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보통 스마트폰에서는 성인 콘텐츠가 검색되지 않습니다. 님의 핸드폰은 성인인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성인물이 검색되는 겁니다. 구글에서 성인인증을 해제하시면 성인용 콘텐츠는 검색이 안 되게 할 수 있습니다. 아, 이 방법도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성인인증 없이 검색하는 방법이 인터넷에 널렸거든요. 고학년 아이들 중에는 이런 방법을 아는 아이가 많습니다.(저도 아이들에게 들었어요) 하지만 님의 아이(2학년) 수준이면 아직 이 방법은 모를 겁니다. 또 청소년 유해정보를 차단해주는 앱을 설치하세요. 꽤 잘 걸러 줍니다. 이 방법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가정에 안내장을 보냈을 겁니다.(일 년에 한 번은 보내게 되어 있어요) 못 보셨다면 아이의 학교 홈페이지에 가 보시거나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으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우리나라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나라입니다. 누군가가 고의로 어린이들에게 음란물 시청을 유도하거나 유포하면 처벌 대상입니다. 혹시 아이가 본 야동이 이런 것이라면 부모님이 대신 신고하세요. 아이들이 이런 것들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세요. 나이에 비해 너무 일찍 야동을 본 아이는 그 충격적인 인상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기도 합니다. 꿈에서 그 영상을 떠올리고 가위눌리기도 해요. 어린아이들은 섹스를 폭행으로 이해하거든요. 아이가 주변에서 만나는 어른들을 볼 때마다 야동 속의 남자처럼 자기를 상대로 섹스(폭행) 할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이 어린아이에게는 강한 트라우마입니다.(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만약 아이가 야동을 자주 언급하며 불안해한다면 그냥 넘어가시면 안 돼요.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야동을 본 사실에 대해 야단을 치셨으니 아이는 트라우마가 있어도 말을 못 하겠지요? 일단 야단친 것부터 사과를 하고 대화를 하세요. 예를 들면 이렇게요.


"우리 딸 지난번에 야동 봤잖아. 그때 엄마가 모르고 혼냈어. 정말 미안해. 엄마가 너무 놀랐거든. 우리 딸이 그런 걸 볼 줄 엄마도 몰랐거든. 이번 한 번만 봐 줄래? 앞으로는 엄마가 야단 안 칠 테니 우리 딸이 야동 본 것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주면 좋겠어."


기분이 어땠는지, 무서웠는지, 무서웠다면 어떤 게 무서웠는지를 물어보세요. 여자애들은 보통 영상 속 남자가 무섭다고 말합니다. 남자가 여자를 상대로 성행위를 하는 게 여자를 공격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여자의 표정은 괴로워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님의 아이도 이런 말을 한다면 오해를 풀어 주세요. 영상에서는 그렇게 보였지만 실제 어른들이 사랑을 나눌 때에는 상대에게 무섭게 하지 않는다고, 아이가 이해하고 안도할 수 있게 설명하세요. 이 대목은 아빠가 설명하는 게 더 좋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아이에게 성에 대해 왜곡된 관념을 심어줍니다. 때문에 나중에 아이가 어른이 되어 결혼 생활에서 성을 거부할지 모르고 결혼생활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요. 야동 하나가 아이를 이렇게 바꿔 놓을 수 있다니 무섭지요? 네, 너무 어린아이에게 성인물은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어린아이에게 성인물을 보지 않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아이와 오빠가 좀 친해지게 만들어야겠어!

야동을 본 동생에게 변태라고 하는 아이. 야동의 의미를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걱정스러운 건 두 아이의 관계입니다.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거든요. 보통 오누이 관계는 엄마에게 야단맞는 동생을 불쌍히 여기고 편을 들어주는데 님의 아이들은 서로 놀리고 공격하는 관계잖아요. 아이들의 사이가 왜 이렇게 틀어졌을지 생각해 보세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서로 협조하고 연대합니다. 부모에 비해 아직 힘이 약하기 때문에 뭉쳐야 산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님의 두 아이는 그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엄마 아빠가 두 아이를 대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두 아이 중 한 아이를 눈에 띄게 편애하시는 건 아닌지, 그래서 상대 아이로 하여금 경쟁심을 유발하지 않는지 돌아보세요. 동생이 야동을 본 일을 오빠가 다른 사촌들에게 소문내지 않고 오빠로서 잘 가르쳐주게 유도하세요.


- 어떤 상황에서도 내 아이는 긍정적으로 성장할 거야!

2학년짜리 아이가 야동 본 건 앞으로 아이가 자라면서 저지를(?) 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도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야동을 한 번은 보게 됩니다. 어른인 우리도 그랬잖아요. 야동을 처음 접하게 되는 시기는 주로 사춘기 무렵인데 과거에는 남자아이들이 주로 봤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남, 여 차이가 별로 없어요. 야동을 처음 본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아이들이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놀라 자빠질 것 같지만, 덤덤해합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아이들의 첫 성 경험은 평균 13.6세(미성년 학생 중 성 경험이 있는 학생들의 평균)라지요? 만 나이일 테니 중학생일 때 성 경험을 한다는 거네요. 이 뉴스가 나왔을 때, 어른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댓글이 장난 아니었지요. 요즘 애들 장난 아니다, 초중등 학교에서 성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한다, 뭐 이런 의견이 많더군요. 사람들은 아이들의 성 경험이 빨라지는 이유가 성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나 봐요. 또 성교육을 하는 주체가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교육은 사실 학교보다  가정에서 먼저 해야 합니다. 남의 아이의 성 경험에 대해 놀라기 전에 내 아이가 성에 대해 주체적인 사고를 하도록 이끌어야 하는 거지요. 그런데 가정의 성교육에 대해 논의를 하려고 하면 많은 학부모들이 난색을 합니다. 어디까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는 거지요. 답은 간단합니다. 아이가 알고 싶어 하는 걸 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알려주면 됩니다. 아이가 당혹스러운 질문을 하면 어떡하냐고 미리 걱정하는 부모님이 있는데요. 성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부모와 아이가 당황하는 상황이 두려우신가요? 아이들도 다 생각이 있으니 염려 마세요. 부모님을 당황하게 할 질문은 아이들도 알아서 피해 갑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묻는 내용 위주로 설명해 주셔야 한다는 겁니다. 너무 어린아이에게 청소년 수준의 성교육을 하실 필요는 없거든요. 들어도 잘 모르고, 자칫 무서워하기도 해요. 저학년 아이에게 남녀의 성관계는 공포스러운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유아기 : 왜 남자만 고추가 있는지, 몸의 각 부분에 대한 이름, 남자와 여자 몸이 어떻게 다른지, 여자는 왜 앉아서 쉬 하는지.

저학년 : 아기가 어디로 태어나는지, 아빠, 엄마의 생식기가 왜 다른지, 누나는 왜 가슴이 나오는지.

고학년 : 야동에 대한 관심, 성관계는 왜, 어떻게 하는지, 생리, 몽정에 대하여, 이성 교제, 성인물 (실제적인 성교육은 이 시기에 다 하신다고 생각하세요. 담담하게 알려 주시되 정 표정관리가 감당 안 되시면 성교육 동영상이나 어린이용 성교육 책을 추천해 주세요.)

중학생 : 성욕에 대하여, 자위를 해도 되는지, 성매매에 대한 호기심, 임신에 대한 두려움, 낙태 공포, 건전한 성관계, 피임 방법, 순결 이데올로기, 성 역할의 평등, 성 소수자(LGBT,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들에 대한 존중.

고등학생 : 임신 학생의 수업권, 사회가 미혼모를 대하는 문제, 성적 자기결정권,  건전하고 즐거운 성을 누리는 방법, 성관계에 대한 책임감, 낙태의 윤리성(생명의 소중함),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무분별한 임신에 대한 경각심)


제가 이런 걸 제시해 드리면 대부분 부모님(특히 엄마)이 난감해하시더군요. 평소 생각해 오신 것보다 더 구체적이고 시기적으로 앞당겨져 있다는 반응입니다. 그래도 교육 측면에서 보면 미리 가르쳐 주는 게 맞습니다. 우리가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배운 기존의 성교육은 안 그랬지요? 우리 사회가 이런 것조차 공론화시키지 못할 만큼 폐쇄적인 채 아이들에게는 '그런 걸 알 것 없다'고 모른 척해서 그래요. 그 결과 원치 않는 임신, 성적 일탈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성교육의 변화가 필요해졌고 이렇게까지 가르치게 된 겁니다. '부모 세대가 음지에서 부정확한 정보로 터득했던 성교육을 우리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가르치자'는 겁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자기의 첫 성 경험에 대해 부모와 터놓고 대화하는 한 경험을 지닌 사람은 거의 없지요. 가정 내 성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성이란 피하고 감출 대상이 아니라 안전하게 즐겨야 할 대상이라는 걸 배운 다른 문화권에 비하면요. 외국(개방적인 나라들)의 가정에서는 성에 대해 훨씬 다양한 관점들이 직접 대화의 주제가 되고 아이가 자기의 성에 대해, 부모와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열린 가정이 많습니다. 성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을 정도면 다른 어떤 대화들도 격 없이 나누겠지요? 우린 그런 문화를 동경하고 있고요. 그러면서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과 성에 대해 대화하는 건 주저합니다. 저 또한 그런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성뿐 아니라 그 어떤 내밀한 대화도 부모님이나 형제와 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른이 된 지금도 명절에 가족들을 만나면 딴 얘기만 하게 되더군요. 정치, TV 이런 얘기 말입니다.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가족 사이에 남 얘기일 뿐인 정치 얘기가 뭐 그리 중요할까요. 결국 사적인 이야기를 해 보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한 어른들이 어색한 관계를 이어가는 겁니다. 슬픈 일이지요. 전 그래서 어떻게든 제 아이들과 격 없이 대화하려고 애씁니다. 때론 일부러 상황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여중생이던 제 아이와 몇 년 전에 나눈 대화도 어쩌면 그런 대화겠군요.


나 : (다른 얘기 하다가 모르는 척 주제를 제시함) 헐. 국가에서 낙태 금지를 강화한대. 이래도 되는 거야?

딸 : 당연하지. 낙태하면 여자한테 얼마나 나쁜데. 나중에 애를 못 낳을 수도 있고 병도 생긴데.

나 :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래도 낙태는 개인의 문제잖아. 내 몸속 아기를 낳을지 말지를 나보다 국가에서 판단해도 될까?

딸 : (무슨 소리냐는 듯이) 그럼 첨부터 임신을 하지 말았어야지. 자기가 잘못해서 임신한 거잖아.

나 : 근데... 임신이라는 게 뜻하지 않게 되기도 하잖아.

딸 : (어이없다는 듯이) 그러니까 피임을 해야지. 피임을! 자기들이 임신한 거잖아. 그랬음 책임을 져야지 왜 국가 탓을 해.

나 : 헐. 남자와 여자가 연애하다 보면 느닷없는 임신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너 섹스 안 해 봤지?

딸 : (섹스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아빠는 애한테 무슨 그런 말을...! 나... 나야 아직 그거... 안... 안 해 봤지.

나 : (그것 보라는 듯이) 거 봐, 거 봐... 니가 아직 남녀상열지사를 몰라서 그래. 섹스라는 게 그렇게 계획 세우고 준비하고 이게 되는 줄 아냐? 어느 날 느닷없이 뜨거운 불길이 확 일면서 니 남친의 뜨거운 몸을 확 덮어 버리고 싶은 날이 온다니까. 언젠가 너도 그 슬픈 듯하면서도 들큼하고 뜨거운 희열을...

딸 : (급히 내 말을 끊으며, 약간 붉어진 얼굴로) 아, 그만해! 그래도 난 그런 임신은 안 할 거야. 임신하면 여자만 피해 보잖아. 또 아기는 무슨 죄야!


일부러 의도한 대화인데도 제 딸 아이는 성에 대해, 임신과 낙태에 대해 자기 기준이 분명히 있지요? 제 딸아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이 정도 수준은 됩니다. 요즘은 학교에서 구체적이면서 치밀한 성교육을 하거든요. 그 덕분일까, 성에 대한 이야기를 요즘 아이들은 제법 공론화해서 대화합니다. 수업시간에도 해요. 우리가 그 나이 때는 친구들과 비밀스럽게 주고받는 게 전부였잖아요. 선생님한테 걸리면 혼나니까요. 학교에서는 이런 환경인데 아직 가정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금기 영역이지요? 님이나 제가 자라던 시기엔 우리 사회가 워낙 거시기하고 계몽이 덜 된 문화여서 그랬다 치자고요. 근데 지금은 다르잖아요. 부모들도 다 깨였잖아요.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당장이라도 아이들과 성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정보도 있잖아요. 지금 우리 아이들이 예전의 우리와 똑같이 자라라고 하기엔 그 아이들의 성이, 인생이 너무 소중하니까요.




<아이 앞에서 표정관리가 감당 안 되시면 구성애 아줌마가 대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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