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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일학년담임 Mar 29. 2017

담임으로부터 아이를 특수학급에 보내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특수학급을 바라보는 시선

질문 :


3학년 여자아이와 7살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학기 초 상담주간에 학교에 갔다가 담임으로부터 특수학급에 대한 안내를 받고 혼란스러워 여쭙니다. 제 아이는 공부 쪽에서 좀 늦은 편이지만 1, 2학년을 다니는 동안 별 탈 없이 즐겁게 학교에 다녔습니다. 사회성도 문제가 없고요. 담임 선생님도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는 것 같긴 한데 저는 미처 생각해보지 않아서 충격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동의하면 검사를 받아볼 수 있게 주선하겠다고 하시더군요. 1, 2학년 담임 선생님은 특수학급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셨거든요. 어떻게 아이가 3학년 되어 갑자기 나빠진다는 건지... 선생님이 아이들을 좀 부정적으로 보시는 것 같아서 서운합니다. 안 그래도 좀 늦은 아이라 신경 쓰는데... 선생님도 나름대로 생각을 해서 말씀하셨을 테니 무시하기도 그렇고 고민입니다. 혹시 아이를 특수학급에 입급하는 기준이 있나요? 세 살 차이 나는 동생에게 늘 치입니다. 시비가 생기면 다투다 끝내는 동생한테 져서 울어요. 동생에 대한 시샘은 많아서 두 아이가 다툴 때는 제가 중간 역할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동생보다 정리 정돈이나 자존감 면에서 좀 늦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글씨는 어느 정도 읽는데 일기 쓰는 걸 보면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입학 전부터 좀 늦어서 유예를 시킬까 고민도 했었는데 학교 가면 나아질 것 같아 그냥 입학시킨 게 잘못이었는지... ㅠ 그래도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동생 잘 돌보고 착한 딸인데 특수학급 말을 들으니 속상합니다. 공부가 부족하지만 특수학급에 안 넣고 조금 늦더라도 일반 아이들과 같이 어울리며 크면 되잖아요. 담임 선생님이 제 아이를 귀찮아서 특수학급에 보내려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까지 듭니다. 꼭 특수학급에 넣어야 할까요? 또, 특수교육을 받으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까요?




답 :



이왕 특수학급을 권유받으셨다면 못 이기는 척 따라가 보시는 게 좋다고 봅니다. 아이를 특수학급에 보내다니... 받아들이기 힘드실 겁니다. 마음은 몹시 아프시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확대 해석하지는 마세요. 아이에게 내색도 하지 마시고요. 좀 늦고 부족한 게 아이 잘못은 아니잖아요. 낳은 부모 잘못도 아닙니다. 달리기 잘 하는 아이, 그렇지 않은 아이가 태어나는 것처럼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그렇게 태어날 수 있어요. 다만 그걸 엄마인 님이 받아들이기 싫어하시는 겁니다. 제가 너무 매몰차게 답을 드리는군요. 하지만 특수학급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듣는 부모님들은 다들 당황하십니다. 그럴 수밖에 없으시겠지요.


님이 서운하다 느끼신 그 반응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아이를 키울 엄마는 그러시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아이가 부족한 건 누구 잘못도 아니잖아요. 누가 부족한 아이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건 아니니까요. 아이가 부족하면 부족하지 않은 아이로 자랄 수 있게 엄마뿐 이 사회가 책임지고 가르쳐야 합니다. 엄마한테만 책임을 돌리고 알아서 키우라고 하면 안 됩니다. 엄마 잘못이 아닌데 왜 엄마가 책임집니까? 지금 님이 화나시는 건 아이의 부족함이 엄마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엄마가 뭘 잘 못해서 그런 아이가 태어났다는 죄책감이 마음 저 아랫부분에 있잖아요. 근데 생각해 보세요. 님이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그래서 부족한 아이가 태어났나요? 아니잖아요. 근데 왜 님이 자신에게 화를 냅니까. 님은 오히려 당당히 국가를 향해 내 아이를 똑바로 가르쳐 놓으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잖아요. 부족한 아이도 사람입니다. 잘 배울 권리가 있어요. 그러니 아이의 담임이든 특수교사든 달려들어서 아이를 잘 키워야 해요. 그래서 특수교사를 선발해서 학교에 배치한 겁니다. 


* 담임 선생님이 제 아이를 귀찮아서 특수학급에 보내려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까지 듭니다.


음... 담임 입장에서 귀찮아서 보내려는 건 아닐 겁니다. 학급의 아이가 특수학급에 입급되면 담임으로선 오히려 일이 많아지니까요. 검사에 서류 작업도 그렇고 아이가 특수학급에 가고 오는 걸 항상 챙겨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귀찮아지는 거지요. 특수교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어떻든 일반 학급에 있으면 신경 쓸 일이 없는데 자기 학급에 오면 신경 써야 하거든요. 특수학급에 입급하는 절차도 복잡합니다. 검사하고 교육청 심사도 받아야 하고요. 등록에 시간도 꽤 걸립니다. 그렇게 해서 특수학급에 입급되어 교육이 시작되면 그 아이만을 위한 개별화 교육계획도 짜야합니다. 계획한 대로 교육을 하면서 아이의 성장을 확인하고, 또 잘 안되면 계획을 다시 짜는 일까지... 여러모로 힘든 일입니다. 제 생각을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학급 아이를 특수학급 안 보내고 넘어가는 편이 더 편합니다. 담임교사가 특수학급 이야기를 해서 서운하시지요? 그러실만해요. 특수학급은 정서나 학습능력 면에서 부족한 아이들이 가는데 내 아이가 그렇게 부족한가 싶은 마음이 드실 겁니다. 조금 늦긴 하지만 그렇다고 특수학급 갈 정도는 아니라고요. 부모님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부모님이 어릴 때 다니던 때를 생각해서이기도 합니다. 그때는 정도가 심한 아이들만 특수학급에 있었지요. 하지만 요즘 특수학급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 엄마와 담임교사 중 아이가 특수교육을 받아야 될지 조금 늦지만 일반학급에서 공부해야 할지를 더 정확하게 판단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교사들은 그런 걸 판단하는 훈련을 오랫동안 해 왔습니다. 그들이 특수학급을 권할 정도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님의 아이가 특수교육을 통해 공부를 좀 더 빨리할 수도 있다면 어서 그 기회를 줘야지요.


* 1, 2학년 담임 선생님은 특수학급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셨거든요. 아이가 3학년 되어 더 나빠졌다는 건지...


1, 2학년 담임이 아무 말도 안 했습니까? 특수학급이라는 말만 안 했지, 그걸 짐작할 수 있는 뉘앙스는 충분히 전달했을 텐데요? 다만 님이 그 말을 '아이가 조금 늦지만 특수학급에 보낼 정도는 아니라'고 해석하셨을 수는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1, 2학년 담임은 왜 특수학급을 권하지 않았을까요? 그건 이유가 있습니다. 1, 2학년은 적응과 사회성 위주의 학습이라 공부라고 할만한 걸 아직은 안 배우거든요. 1, 2학년 교과는 주로 아이의 주변(나, 내 친구, 우리 가족, 우리 마을 수준)이 중심이거든요. 아이가 말만 어느 정도 하면 학습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3학년부터는 학습의 양이 많고 내용도 어려워집니다. 연산, 측정이 어려워지고(수학), 글을 읽고 글쓴이의 의도 파악하기(읽기), 등장인물의 성격 파악하기(문학), 맞춤법(문법)도 정교해집니다. 이런 걸 공부하기에 님의 아이의 지적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면(담임 의견대로라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겠지요. 지금 3학년 담임이 일반학급에서 그냥 가르치면 안 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담임은 수업시간에 보통 아이들을 상대로 주어진 내용을 가르칠 수밖에 없는데 님의 아이는 이 시간에 그냥 앉아만 있어야 한다면 아이에겐 시간이 아까운 셈이잖아요. 차라리 그 시간에 님의 아이의 이해 수준에 맞게 따로 가르치는 게 아이에게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특수교육을 권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지능, 정서, 사회성 등 모든 게 정상이고 심지어 수 개념은 뛰어나기까지 한데 문자해득이 유난히 늦는다고 가정해볼게요. 이런 아이가 정말 있을까 싶지요? 근데 있어요.(난독증에 관해 검색해 보세요.) 이런 아이를 위해 누군가가 따로 글자를 가르쳐주면 좋겠지요? 이런 교육도 특수교육입니다. 그러니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마세요. 특수학급이든 일반학급이든 모든 교육은 내 아이를 위해 존재합니다.


님의 아이는 개별화 교육이 필요합니다. 개별화 교육은 아이의 학습 능력을 파악해서 그 아이에게 맞게 재구성한 교육계획(IEP)을 말합니다. 특수교육은 바로 이 개별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교육입니다. 입학하고 나서 바로 특수학급으로 배정되는 게 아니라 아이의 학교생활 상황과 학습적 요구에 의해 결정됩니다. 입급이 결정되면 특정 과목 시간(국어가 될 수도 있고, 수학이 될 수도, 다른 교과가 될 수도 있어요)에만 특수학급으로 이동하여 수업을 받는 거지요. 유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단점이 있지만 3학년 지금에 와서 유예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지난 일은 잊으세요.


* 어떤 아이가 특수학급 교육대상자일까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은 정상이면서 학습 및 정서·행동의 발달 속도가 조금 늦은 아이입니다. 그 아이들의 능력을 최대로 발달시키기 위한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특수학급에 입급하려면 평가 도구를 이용한 진단 과정을 거칩니다. 주로 지능검사, 사회성숙도 검사, 적응행동검사, 기초학력검사, 운동능력 검사 등을 합니다. 이런 검사를 통해 적절한 개별화 교육계획(IEP라고 하는)을 만듭니다. 님이 아이의 특수학급 입급을 희망하게 되면 바로 담임교사는 아이의 지능, 행동 특성, 언어, 운동능력, 작업능력 등에 대한 의견서를 특수교사에게 제출합니다. 그러면 특수교사는 아이를 대상으로 간단한 지능검사와 기초 학습능력을 검사하지요. 아이들 중에는 지능과 학습능력이 일치하지 않는 아이도 있는데, 예를 들면 머리는 좋은데 공부가 안 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보통 학습 장애로 짐작합니다. 이 경우 담임과 특수교사, 학부모가 이 아이의 교육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입급을 안 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학습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경우일 수도 있으니까요. 또 지능과 떨어지거나 학습능력이 모두 낮은 아이도 있는데 보통 지능지수 70~80을 기준으로 봅니다. 이 경우 KEDI-WISC(좀 더 세분화된 지능검사)나 기초학습능력 검사 같은 개별검사를 합니다. 평가 결과 특수학급에 입급하는 게 좋다고 판단되면 담임교사와 학부모 상담을 통하여 아이의 특수학급 입급을 결정합니다. 아이의 진단 결과에 따라 전일제(종일 특수학급에서 교육), 시간제(국어, 수학처럼 난도 높은 특정 과목만 특수학급에서 교육)로 하기도 하고 정도에 따라 특수학급 학생이지만 일반학급에 종일 머무르면서 필요할 때(어려운 단원을 배울 때)만 특수학급에서 따로 공부하거나 더 높은 단계의 교육을 받아야 할 경우에는 치료기관에 가서 배우기도 하고 치료기관의 특수교사가 가정으로 방문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특수학급에 입급하게 되면 담임교사는 학급의 다른 아이들에게 님의 아이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어떻게 돕고 어떻게 대해주면 좋을지 교육을 따로 합니다. 아이들이 놀리거나 공부 못한다고 무시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거지요. 요즘 아이들 또한 특수학급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교육을 하거든요. 어떤 점을 이해해줘야 하는지, 도울 땐 어떻게 접근하는지도요. 님의 아이 경우 1, 2학년 때에는 특수교육이 필요하지 않았던 점으로 봐서 지능이나 학습능력이 어느 정도는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경우는 보통 일반학급에서 주로 공부하면서 어려운 교과목만 따로 특수학급에서 1:1 또는 개별 교육을 할 듯합니다.


제가 지금 이런 설명을 드려도 아마 것이 눈에 잘 안 들어오실 겁니다. 보통 학부모님께 특수교육에 대한 말씀을 드리면 다들 그러십니다. 자기 아이가 특수교육 대상이라는 걸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교사의 권유가 충격일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우리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전문적인 처치를 한 해라도 더 일찍 해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성장할 수 있다면,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고 나머지 공부를 따라갈 수 있다면 우린 어떤 방법이든 동원해야 합니다. 그게 교육이지요. 이 과정을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픕니다. 그렇다고 모른 척하는 건 아이에게 더 나쁜 수 있지요. 그래도 아이를 먼저 생각해주세요. 지금 아이가 부족한 게 아이 잘못이 절대 아니니까요. 걱정되는 건, 이미 동생에게 치이고 있는 부분입니다. 어쩌면 동생은 누나를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7살 동생더러 무조건 누나에게 잘 하라고 해서는 오누이 관계가 좋아질 수 없습니다. 동생을 타이르는 한편 누나 스스로도 동생에게 치이지 않게 가르쳐야지요. 다른 아이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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