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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일학년담임 Jun 16. 2017

아이들로 하여금 자기 글을 쓰게 한다는 것

1학년 아이들은 아직 자기만의 글쓰기 경험이 별로 없어서

글감 정하기 과정도 글쓰기와 병행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교과과정도 나가면서 글쓰기를 하기때문에 시간이 많지않아 자주는 못합니다만

요령을 소개해 볼 테니 가정에서 아이와 글쓰기를 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1학년은 아직 글쓰기를 재미있어하는 단계기 때문에 거부감이 덜합니다. 

보통 학년이 올라가면 점점 글쓰기를 싫어합니다. 글이 공부라는 걸 아이들이 아니까요.

그래서 그 전에 글쓰기에 재미를 가져보도록 만드는게 중요합니다.


일기, 편지, 동시 같은 글쓰기는 아이 삶의 묵은 감정을 털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에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평소에 말 못하는 감정을 글을 통해 토해내게하는 거지요. 

어린이 글쓰기의 최종 목적은 아이들로 하여금 현실을 억압하는 기제들을 글을 통해 발산하게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게 해주는 일입니다.


그럼 요령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글감을 정합니다. 어떤 걸로 쓰고 싶은지 아이가 정하는 거지요. 

오늘은 교실 밖 야외 테이블에 나가서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 3가지를 쓰게 했습니다.(바로 아래 사진)



친구 이름도 쓰고 바로 옆에 있는 소나무도 쓰고 선생님도 쓰고 친구네 집도 쓰는군요.

아이들 각자 써 낸 글감(동시의 소재)를 모아놓고 소개를 합니다. 또 왜 그 글감을 정했는지 듣습니다. 

모두 같은 글감으로 쓰고 싶은 경우에는 투표를 해도 됩니다.(아이들은 의외로 투표를 재미있어 합니다)

그 다음, 자기가 고른 글감으로 글을 씁니다. 쓰기 전에 아이들이 재미있을 만한 예시로 이야기를 들려줘도 됩니다.

(오늘은 소나무를 글감으로 쓰기로 했으므로 제가 어릴 때 소나무에서 떨어져 병원에 갔고... 

엄마가 치료 잘 받았다고 장난감을 사 줬고... 그 장난감이 망가졌고... 엄마가 바꿔다 주셨고...

그 장난감을 또 동생이 망가뜨렸고... 그래서 동생을 때렸고... 그래서 엄마한테 혼 났던 이야기를 꾸며서 들려주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아이들이 쓴 글입니다.



1학년은 글감을 정하는 과정이 주가 되는데 몇 번 해 봤더니 아이들이 조금씩 쓰기 시작합니다.

소나무라는 대상을 상대로 자기 감정을 투사한 게 보이시지요? 


아이1 :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줘서 우리가 앉아 있는 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

아이2 : 소나무가 잘 부러진다는 선생님의 설명을 표현

아이3 :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자기 집에 보이기 때문에 (3층이라서 잘 보이기 때문에) 표현

아이4 : 선생님과 소나무가 있었던 일에 감정을 투영해서 표현

아이5 : 소나무 가지가 부러지는 걸 유리가 깨지는 것으로 치환해서 자신의 억울했던 경험을 표현



친구들 다 쓰고 노는데 한 아이는 '유리'라는 글을 써 보겠다고 남더군요.

따로 소개해드립니다.




처음에 이 아이는 2줄만 썼습니다.

제가 아이의 글쓰기를 유도한 과정을 그대로 보여드릴 테니 가정에서도 이렇게 하십시오.


아이 : 2줄 만 써도 돼요?

나 : 응. 어디 보자... 헉! 마음이 유리처럼 깨졌네? 어떻게 깨졌어?

아이 : 챙그랑 챙그랑요.

나 : 그럼 그것도 써 볼까?

(아이 : 써서 보여줌)

나 : 근데 네 마음이 왜 깨졌어?

(아이 : 억울해서 깨졌다고 내용을 또 추가함)

나 : 왜 억울했는지도 써 볼까?

아이 : 싫어요. 비밀이거든요.


이러면서 내용이 추가됩니다.

아이는 최근에 어떤 억울한 일을 겪은 듯합니다.

하지만 비밀이라는군요. 혹시 저 때문에 억울했나 싶어서 마음이 뜨끔합니다.

아이가 왜 억울한지도 쓰게 될 날이 언젠간 오겠지요?

이렇게 글은 아이 자신의 삶을 투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에게 검사 받기 위해 쓰는 일기는 그래서 진정한 글이 될 수 없는 거지요.

가정에서 부모님과 글을 쓰면 학교에서보다 더 아이다운 순수함이 드러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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