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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일학년담임 Jul 02. 2015

너, 참 속 깊다.

쉬는 시간.

아이들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교실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다.

술래에게 점점 다가가다가 후다닥 도망을 가야 하는 놀이다.

아이들이 꺅꺅 소리 지르며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맨발이다. 

실내화는 어딨냐고 물으니 자기 의자를 가리킨다.

눈처럼 깨끗한 실내화 한 켤레가 의자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왜 안 신느냐고 물으니 실내화를 신어 보인다. 빵꾸났다요.

그러고 보니 왼쪽 엄지발가락 부분이 벌어져 있다.

아직 다 떨어진 건 아니니 신는 게 어떠냐고 물으니 안된단다. 신으면 더 빨리 떨어지잖아요. 


아이는 엄마를 참 좋아한다. 아이의 엄마는 밭에서 일하신다.

엄마가 일해서 실내화를 사 주는데 자기가 아껴 신으면 엄마 돈을 덜 쓸 수 있단다.

그래서 공부시간엔 신고 쉬는 시간이나 달릴 땐 벗어서 의자 옆에 두겠단다. 

아이는 실제 자기 집 형편이 꽤나 살만하다는 건 잘 모른다.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엄마의 노고를 덜어 주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그래서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은 수시로 비 오는 창밖을 내다 본다. 아이씨, 우리 엄마 밭에서 일하는데.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겨우 1학년 짜리를 저리 속 깊게 만들 수 있을까.

1학년 아이들과 엄마와의 관계는 대부분 싸우거나 떼 쓰거나 힘으로 못 당해 억지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런 아이를 만나면 난 그 아이의 부모의 위대함을 다시 본다.



* 실수로 글을 지워 다시 올립니다. 달아주신 댓글이 지워졌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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