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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일학년담임 Oct 22. 2021

"마음은 알아주시되 훈육은 하세요."

욕하는 아이의 엄마에게




화를 잘내거나 욕하는 아이들은 친구가 없다. 간혹 있어도 비슷한 부류로 같이 욕하며 노는 친구다. 이런 아이들은 제대로 된 우정 - 신뢰, 협조, 공감, 배려 - 을 경험하지 못한 채 성인으로 자란다. 당연히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뒷골목 어둠의 세계로 모여든다. 범죄에 연루되거나 위험한 일상과 맞닥뜨린다. 어쩌면 지금의 효은이도 그렇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괴롭다. 효은이의 말과 행동이 더 거칠어지기 이전의 순수했던 때로 돌릴 수만 있다면.



효은이를 욕에서 멀어지게 하려면 좋은 언어습관을 지닌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욕 없이도 즐겁게 소통할 수 있다는 걸 경험시켜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이 쉽지 않다. 아이들은 효은이와 선뜻 친구가 되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친 아이를 피하려는 아이들의 마음은 본능이다. 교사가 억지로 시킬 수 없다. 대신 효은이에게 아이들을 위해 2인 3각 경기의 끈을 묶는 역할이나 우유 가져다 주기, 어려운 글자 가르쳐주기 역할을 맡겨서 친구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게했다. 하지만 이런다고 아이들이 굳이 효은이와 친해지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부모님이 효은이와 놀지 말길 바라기 때문이다. 어떤 부모님은 한 발 더 나아가 효은이와 분리해 줄 것을 요구한다. 물론, 내 앞에서 대놓고 이런 요구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화하다 보면 그런 요구가 느껴진다.



“선생님, 효은이가 욕을 자주 하나요? 우리 애가 그러던데. 걔는 좀 심한 가 봐요?”



"심하다면... 효은이의 어떤 행동을 말씀하시는지요?"



"욕을 잘하고... 엄마한테도 욕을 하는 애라고..."



“네, 저도 그것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효은 어머니와 같이 상담하면서 지도하고 있습니다.”



“어머, 효은이 엄마 고민 많으시겠다. 엄마들 모임에서 보니 얌전하고 말이 없던데, 그런 아들 키우느라 얼마 힘드실까요? 효은이는 어쩜 그렇게 욕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 부분을 효은 엄마와 상담하면서 파악하는 중입니다. 욕하는 이유를 알면 지도가 좀 더 쉬울 겁니다. 아이들마다 기질이 다르고 양육환경도 다르다 보니 자라는 모습도 서로 다릅니다. 그런 아이들을 잘가르치라고 학교가 있는 거니까 제가 잘해야지요.”



“근데 욕하는 애가 있으면 금세 다른 애들이 따라 하잖아요. 우리 애는 지금까지 욕을 모르고 자랐거든요. 근데 얼마 전 제가 잔소리 좀 했다고 글쎄 돌아서면서 혼잣말로 욕을 하더라고요."



"아이고, 그래요?"



"네. (가슴을 쓸어내리며)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그래서 어떡하셨나요?"



"불러서 따끔하게 야단쳤지요."



"그랬더니 아이는 어떻게 나오던가요?"



"울더라고요. 처음엔 욕 안했다고 그러다가 나중엔 인정하고 잘못했다그러더라고요. 얼마나 놀랬는지..."



“그 정도면 아직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 처음에는 욕인 줄 모르고 감탄사처럼 따라하거든요. 그럴 때마다 고운 말을 쓰라고 지도해주시면 더는 욕을 안 할 겁니다.”



“근데 아이들은 금세 따라 하잖아요. 더구나 효은이 같은 애가 있으면... 집에서 부모가 못 잡는 아이를 선생님 혼자 지도하시려면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네, 다행히 효은이 어머니께서 적극적으로 해주셔서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다른 부모님들과 대화하다보면 효은이 부모님에 대한 감정이 느껴진다. 효은이를 제대로 훈육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멸시다. 자기는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데 효은이는 부모가 어떻게 키웠길래 저모양이냐는 것이다. 이 감정 뒤에는 효은이 때문에 자기 아이가 힘들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숨겨져 있다. 그러니 담임이 중간에서 효은이로부터 자기 아이를 잘 보호해달라는 것이다. 이런 학부모에게는 내가 효은이를 확실하게 지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한편, 효은이 때문에 자기 아이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는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쓴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학부모들은 각자 자기 아이를 통해 교실 분위기를 전해 들으면서 혹시라도 담임이 효은이 편을 지나치게 들어 자기 아이에게 억울한 일이 생기는지 주시하는 한편, 효은이 때문에 학습 분위기가 흐려져 전체적인 학습의 질이 떨어질 것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살핀다. 이런 대화는 나 몰래 단톡방에서 이루어진다. 결국 효은이 때문에 모두가 예민해지는 것이다. 효은 엄마는 이러 상황을 억울해 한다. 자기 아이가 문제가 있긴 하지만 다른 학부모들이 너무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임은 효은이 부모와 다른 학부모 사이의 긴장감이 높아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혹시라도 효은이가 다른 아이의 손끝이라도 건드리는 일이 생기면 모두에게 힘든 일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가장 힘든 아이는 효은이 자신일 것이므로 담임의 우선 관심 대상은 효은이일 수 밖에 없다.



학부모들의 이런 정서를 효은이 엄마도 알고 있을까. 지나가는 말로 여쭤보니 이미 효은이 엄마도 그 일로 괴로워하고 있다. 아이를 잘 못 키웠다는 죄책감과 다른 학부모에게 받는 멸시의 시선으로 우울감도 느끼는 것 같다.



“다른 엄마들이 뭐라그러시던가요?”



“직접 뭐라 그러지는 않는데... 효은이가 저러니까... 엄마가 제대로 훈육을 하라고요...”



“아이고, 그런 말을 들으셨어요?”



“네. 얼마 전, 교회에서 애들이 놀다가 시비가 생겼거든요. 엄마들도 다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효은이더러 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갑자기 저한테 모래를 뿌리면서 대들더라고요."



"아이고, 놀라셨겠네요."



"다른 엄마들이 저한테 효은이 데리고 먼저 가라고. 혼 좀 내면서 키우라고..."



“아이고, 그렇게 말하던가요?”



“네.”



“그래서 어떡하셨어요?”



“데리고 갔어요.”



“아이고, 효은이가 순순히 따라가던가요? 안 따라갔을 것 같은데?"



"네, 막 대들고 욕하고 그랬어요...”



“아이고, 이 놈이 엄마 힘들게 했네요. 기분이 어떠셨어요, 그래?"



"죽고 싶었어요. (눈물을 흘리며) 우리 애는 왜 그런가... 다른 집 애들은 안 그런데 왜 우리 애만..."



“그래서 효은이를 끌고 가셨나요? 저한테는 엄마가 질질 끌고 갔다그러던데.?”



“네. 계속 지 잘못은 없다고 우기니까 제가 화가나서 등짝을 몇 대 때리고 끌고갔어요...”



“아이고. 그때 심정이 어떠셨을까... 효은 엄마 심정이 참 복잡하셨을 것 같아요. 다른 엄마들은 효은 엄마가 어떻게 하나 쳐다보고 있고, 그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효은이 이노무시키는 엄마한테 욕하고 난리를 쳤으니... 아이고, 효은 엄마 진짜 힘드셨겠네.”



“네, 펑펑 울었어요...(눈물을 흘린다.)”



“(티슈를 건네고 좀 기다렸다가) 근데... 저는 효은 엄마보다 효은이가 더 불쌍해 보여요. 친구들... 그러니까 자기랑 사이가 별로 좋지도 않은 친구들이잖아요. 그 친구들과 걔네 엄마들... 엄마들도 효은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인데... 그들이 보는데서 엄마에게 맞고 끌려갔잖아요. 나쁜 아이라는 낙인이 찍힌 상태에서 변명도 못하고... 효은이 입장에서 얼마나 억울했겠어요? 효은이 이제 겨우 여덟 살이고 아직 아가예요. 세상이 효은이를 나쁘다고 해도 엄마는 자기 편이길 바랄나이인데, 그날은 효은이 편이 안 되어 주셨잖아요. 얼마나 서러웠으면 저한테까지 말을 했을까요?”



“그래서 집에 가서 안아줬어요...”



"효은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러셨나요?"



"네. 또 우니까 불쌍하기도 하고..."



"그랬더니 효은이가 어떻던가요?"



"한참 난리를 치며 서럽게 울더라고요."



"뭐가 그렇게 서러웠을까요?"



"자기 말 안 들어 주고 무작정 끌고 와서 그랬을 것 같아요."



"교회에서는 질질 끌고 갔는데 집에서는 안아 주셨다면 효은이로서는 동시에 서로 다른 엄마의 감정을 경험한 셈이에요. 효은이로써는 엄마의 진짜 속 마음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효은이가 전에 그러는데 우리 엄마는 화를 안 낸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화가 날 때 참으시나요?"



"네... 아무래도 야단을 치기에는 집에 시부모님도 계시고... 그래서 가급적 조용히 말로 설명하려고 해 쓰거든요."



"그래서 효은이는 엄마가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아이들은 엄마가 감정표현을 일일이 하지 않으면 감정이 없다고 생각해요. 엄마 입장에서 참았다가 야단치는 거지만 효은이 입장에서는 갑자기 야단맞는 셈이니 혼란스럽지요. 또 효은이를 끌고 가신 게 효은이를 배려했다기보다는 엄마의 창피함을 모면하시려고 그랬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네,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아이보다 엄마가 우선인 행동이셨어요. 효은이는 그것도 억울해하더라고요. 모래를 뿌린 건 잘못이지만... 효은이 나름 그런 사정이 있었을 텐데, 그 사정을 끝까지 들어줘야 하는 사람이 엄마잖아요. 근데 무조건 끌고 나가면 효은이 심정은 어떨까요? 효은이 입장에서 보면 엄마가 혼자 욱해서 자기를 혼 낸 걸로 보여요. 근데 그런 상황에서 효은이가 자존감을 키우기 힘들어요."



다른 엄마들은 효은이 엄마를 탐탁지 않아 한다. 처음엔 아이 키우는 엄마 심정으로 효은이를 걱정해주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은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로 바뀌다 나중에는 효은이때문에 자기 아이들도 거칠어 질 걸 염려했다. 아이가 엄마 말을 안 들으면 무조건 효은이 영향 때문이라고 말하는 엄마도 있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어떤 엄마는 효은이를 똑바로 키우라고 나무라기도 했는데 엄마가 물러터진 게 문제라거나 나중에 효은이가 범죄자가 될 거라거나 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까지 되었다고 한다.



"아이고, 그런 이야기 듣고 기분이 어떠셨어요?"



"제 아이가 잘못한 거니까... 말을 못했죠. 그래도 이젠 모임에 안 나가니까 괜찮아요."



“그럼 효은이 일을 함께 고민해 줄 엄마들은 없나요? 연우 엄마랑은 친하다던데?”



“친하다기 보다는 서로 집에 초대해서 애들 같이 놀게 하고 차를 마셨는데... 아무래도 엄마들 모임에 있다보니 안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럼 앞으로도 엄마들 친교 모임에는 안 나가실 생각이세요?”



“네, 다른 엄마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어떤 점이 미안하신가요?”



“효은이가 다른 애들한테 피해를 주고...(눈물을 닦는다.)”



“그게 엄마 잘못은 아니죠. 효은 엄마가 피해주라고 시킨 것도 아니잖아요.”



“효은이 때문에 계속 사과하는 것도 힘들고...”



“다른 엄마들이 그러는 게 섭섭하시겠지만... 그 분들 나름 자기 아이들 걱정해서 그러는 거니까...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세요. 다만 제가 효은 엄마에게 권하고 싶은 건, 다른 엄마들과 단절되지 말라는 거예요.”



“근데 제가 너무 힘들어서요...”



“앞으로 효은이가 좋아지면 되죠. 좋아질 거예요. 그러니까 어떻게든 모임은 나가세요. 다른 엄마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시면 그럴 때마다 한턱 쏘시면 되잖아요. 엄마들 모임에서 막내라면서요? 언니, 언니 하면서 따라다니세요. 그래야 엄마도 효은이도 더 빨리 좋아져요.”



효은이 엄마가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다 아이까지 문제가 많으니 모임에 나갈 때마다 불편했다. 결혼하고 시부모님 댁에 들어와 아이 셋을 키우면서 자기 주장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힘들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입장을 당당하게 주장하기보다 눌러 참는 것에 더 익숙해져있다. 자기만 가만 있으면, 모든 것이 평화로운 삶이었기 때문에 나름 보람도 있었는데 효은이 때문에 더 그럴 수 없게 된 것이다.



효은이가 엄마에게 욕을 하는 것도 엄마의 성격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아이를 훈육하려면 아이의 감정(분노)을 제때 읽어주어야 하는데 주양육자인 엄마가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사람이라 효은이는 어릴 때(3세~5세)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습득해야 하는 시기를 놓치면 같은 기능을 습득하는데 더 긴 시간이 걸린다) 또 하나는 엄마의 일관성 없는 양육태도다. 우유부단한 양육자는 아이로 하여금 해도 되는 것들과 해서는 안 되는 것, 참아야 하는 상황과 맞서야 하는 상황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르치기 어렵다.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은 하지 못하도록 경계를 세워줘야 하는데 엄마의 기준이 그때그때 다르니 혼란스러운 것이다.



효은이가 엄마에게 떼를 쓰거나 욕을 하는 건 우유부단한 엄마를 통제하는 수단이다. 그렇게 하면 엄마가 요구를 들어준다는 걸 학습한 것이다. 엄마의 양육태도를 통해 세상은 폭력으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는 엄마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므로 집 밖의 세상, 즉 학교에서도 통할 줄 알았을 것이다. 효은이가 유치원에서 욕하는 습관 때문에 친구들과 멀어지고 교사에게 야단을 맞게 된 건 결국 엄마때문인 것이다. 그러니 효은이로서는 억울할 밖에. 하지만 지금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효은 엄마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효은이 키우시면서 가장 힘든 건 뭔가요?"



"말을 안 듣고 거칠게 말하는 거요..."



"효은이가 엄마나 누나 말고 아빠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그러나요?"



"아뇨, 저한테만 그래요."



"학교에서 효은이가 친구에게 욕하는 건 봤지만 모든 아이에게 그러지는 않아요. 저에게 반항적이지 않고요. 마음도 여리고 눈물도 많던데... 그걸 봐서는 기질적으로 거친 아이는 아닌 것 같아요. 효은이가 엄마에게만 유독 거친 아이라고 봐도 되겠지요?"



"네..."



"그렇다면 보통 때의 효은이는 정상이네요! 상대를 가려가면서 자신의 태도를 달리하니까요. 머리가 좋은 아이라는 뜻이지요. 문제는 왜 엄마와 누나에게만 그러냐는 건데... 혹시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효은 할머니나 아빠는 제가 문제래요."



"근데... 효은 엄마도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조금 민망해하며) 근데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혹시 효은 엄마 스스로 어떤 게 문제라고 생각해보셨어요?"



"효은이를 혼낼 때 제대로 혼내지 못하고 끌려다니고..."



"그건 왜 그러실까요? 할머니가 뭐라그러실까 봐 걱정 되셔서 그러시나요?"



"그런 것도 있기는 있는데 또 어머니는 저더러 야단 칠때 야단 치라고도 하시고... 그래서 저도 야단 쳐야지 하고 마음은 먹는데... 막상 효은이가 저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간단해요. 효은이 마음은 알아주시되 훈육은 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근데 그게...?"



"예를 들어 며칠 전에 효은이한테 들었는데 저녁 밥 대신 컵라면을 먹었다그러더라고요. 그거 먹으면서 엄마한테 혼났다 그러던데."



"아, 네. 콩밥을 했는데 효은이가 콩을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컵라면을..."



"그럴 때 이렇게 하시면 돼요. '효은이가 콩 싫어하는구나? 그래서 컵라면 먹고 싶은 네 마음을 엄마도 잘 알아. 하지만 컵라면은 안 돼. 건강에 나쁘거든. 싫어도 이번엔 밥 먹자.' 이렇게요. 이게 공감은 해주되 훈육은 하는 거예요."



"근데 얘가 지 맘대로 컵라면을 가지고 와서 뚜껑을 뜯어서... 할머니께서 그냥 버리기 아까우니까 이번 만 먹게 해주라고..."



"교육 측면에서 보면 컵라면이 아까워 버릴지라도 훈육을 하는 게 맞겠습니다만... 그래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효은이 엄마랑 상담하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어요. 우선 참 좋은 엄마이신거 맞아요. 효은이를 사랑으로 키워오셨잖아요. 근데 앞으로 효은이를 지금보다 조금 더 잘 키우기 위해 바꾸시면 좋은 것들을 몇 개 생각해 봤는데... 효은이를 위해 밑져야 본전이니까...(웃음) 한 번 시도나 해 본다 생각하시고 앞으로 저랑 계속 상담하시면서 바꿔 보실래요?"



아이의 자존감은 주양육자인 엄마의 자존감과 닿아 있고, 문제 또한 주양육자의 문제에 닿아 있다. 자기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지 않고 숨기다가 분노가 쌓이거나 난처한 상황을 만났을 때, 그것도 약자를 아이를 대상으로 터뜨리는 불안한 감정, 남편과 시부모님에게 인정 받지 못해 형성된 낮은 자존감과 다른 엄마들에게 멸시 받으며 생긴 우울감. 이런 상황에서는 엄마 역할을 잘하기 힘들 것 같다. 쉽지 않겠지만, 이게 해결되면 효은이 엄마 마음도 건강해지고 효은이도 따라 건강해질 것 같다.



첫 단계는 효은이 엄마를 주양육자 위치에 올려놓고 엄마가 적극적으로 양육적 선택을 하게 하기. 이를 위해서는 효은이가 엄마에게 반항할 여지를 줄이는 한편 엄마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해서 효은이 마음을 편하게 하고 엄마 또한 야단 칠 일이 줄어드니 훈육 부담도 줄게 된다. 이 단계가 잘 되어 어서 다음 단계로 가면 좋겠다.



"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일단 오늘부터 효은이가 집에서 해도 되는 것, 하면 안 되는 것, 그때 그때 달리 판단할 것 이 세가지를 적어서 보내주세요. 그러면 제가 쉬운 것부터 하나씩 정해서 효은이한테 숙제로 내고 확일할 게요. 대신 어머니도 집에서 꼭 지키셔야 해요. 만약에 할머니께서 효은이 편을 드시면 학교 선생님이 시켰으니까 꼭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세요. 저도 할머니가 효은이 등교시키러 오실 때 한 번 더 말씀드릴 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효은이 이야기였습니다. 계속해서 효은이 엄마가 스스로 엄마로서, 집안의 며느리, 아내로서 어떻게 자존감을 세워가는지, 또 효은이도 원래 순수하고 웃음 많던 아이로 돌아가는지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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