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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edkingko Jun 05. 2017

1-1 고양이, 공존의 존재

#엄마고양이


우선 푹신하고 귀여운 털뭉치 앞발을 가진
그 친구들을 처음 만난 날에 대한 이야기부터 먼저 하고 싶다.
내가 지금 일하고있는 대안학교 건물 한켠에 주변 길고양이들을 위해
넓직한 스테인리스 냉면사발 한 개를 놓아두고 틈날때마다 사료를 넉넉히 담아주었다.
유난히 자주 오던 몇몇 놈들은 매일의 스뎅을 '짜르르'하고 때리는 소리에 익숙해졌는지
적당한 경계심만으로 말끔히 한 사발을 비워냈고, '쪼르르' 어디론가 떠나버리곤했다.
이땐 별 애정은 없었고 그냥 귀염둥이들이 굶진 않았으면 하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고놈들은 볕 좋은 날 마다 따끈하게 데워진
우리 교장 선생님의 검정색 구형 코란도 본넷 위에서 팔자좋게 배깔고 데굴데굴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먼지 쌓인 본넷 위에 딱봐도 그놈아가 찍어낸 궁둥짝 자국과
그 옆에 함께 송송송 찍혀있는 수많은 작은 발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의 터전이라고 생각했던 이곳에서 식육목 고양이과 포유류들이
자신들의 터전으로 종의 역사를 이어나갔구나라고 생각하니
그 모습이 보고싶어 두리번 두리번 새로운 솜뭉치들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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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고양이, 공존의 존재

#엄마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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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광조, 대안학교인 꿈이룸학교의 선생님이자 야매작가

(@imagedoodler _www.instagram.com/imagedoodler)
그림 / 송혁,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가난해진 그림쟁이

(@songkingko _www.instagram.com/songking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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