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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edkingko Jun 19. 2017

몽당연필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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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연필을 참 많이 썼다.


  연필심이 부러지거나 몽뚝해지면

커터칼로 직접 사각사각 소리를 즐기며

연필 깎는걸 좋아했다.


삐뚤빼뚤한 연필의 나뭇조각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갈 때마다

퀴퀴한 나무냄새와 흑연냄새가 뒤섞여 났다.


새로이 올라온 연필심으로 글씨를 쓰고 낙서를 하다보면

어느새 연필은 쓸 수 없을만큼 짧아지곤 했다.


그렇게 몽당연필이 된 아이들은

유리병 안에 같은 처지의 아이들과 만나

처음이자 마지막 휴식을 즐겼으리라.


몽당연필이 나와 함께 한 시간들 속에

의미없는 시간은 없었다.

그들이 나를 위해 희생해준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닐까.


난 누군가에게 몽당연필 같은 존재일 수 있을까.

오늘부터 연필을 다시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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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몽당연필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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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songking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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