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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edkingko Oct 17. 2016

삼청동의 월요일

날씨는 쓸데없이 좋았다


삼청동의 월요일

@onedaymemory

-


코감기 때문에 어제부터 지독하게 고통을 받던 중,

아무래도 집에서 작업만 하기에는 너무나 답답하고 지루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삼청동으로 향했다.


코감기가 더 심해질 수도 있는 모험이었지만

나는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집에만 있는다고 해서 감기가 낫지는 아니하지 않은가!



삼청동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녀석들.


둘이 친구인지, 아니면 서로를 경계하는 사이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친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녀석은 아마도 길고양이 같다.

매일같이 이 녀석에게 밥을 주는 착한 사람이

삼청동 어딘가에 살고 있다.



국군병원 좁은 길로 들어가니까 보인

깔끔한 목조 건물.



꽃은 갇힌게 아니라 보호받고 있는 듯 했다.


갇혀있었다면 분명히 빛이 안들어오는 커튼 뒷쪽에서

서서히 말라가지 않았을까.



이국적인 느낌의 레드풍의 카페.

내가 레드계열 컬러를 좋아해서인지는 몰라도

장사 잘 될 것 같이 생겼다.



간판이 많이 낡았다.


시간이 흘렀지만

간판은 그 시간을 그대로 머금고 있다.



이국적으로 보이는 별다방.

아마 주말이었으면 빽빽이 도로에 자리잡은

사람과 차들로 인해 그 느낌이 덜했을 것이다.


월요일이라 좋은 점도 있다.

물론 나같은 프리랜서에게는 말이다.



뭔지 모르게 끌렸던 건물,

가게가 아니라 가정집 같은 느낌.


마치 상업적으로 변한 삼청동에서

'나는 변하지 않았어!' 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루프탑 카페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진리!


근데 가을은 이미 끝나가는 듯 싶다.

그래서 슬프다.



우리는 웃으며 비상할 수 있을까.



초점이 나갔지만

가끔은 초점이 나간 사진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인간에게 인간미가 느껴진다면

이 사진은 '사진미'(?)라는게 느껴지는 것 같다.



다시 한 방 찍었다.

하늘은 오늘 따라 푸르다.



자전거를 일부러 저기에 세워둔건지는 모르겠으나

적절한 위치였던 것 같다.


자전거 때문에 뭔가 모를 감성이

채워진 듯 하다.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한다.

시선이 해를 따라가다가 발견한 꽃집이 있었다.



꽃은 옳다.

꽃은 그 어느 생명보다 진실되다.


열심히 가지를 다듬고

물을 갈아줘도

아름답던 처음의 모습을 뒤로 한 채

꽃은 결국 시든다.


아름다움이란 언젠가는 사라진다.



큰길 사이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우연치 않게 그 길로 들어가서 발견한 향수집.


코감기 때문에 향을 맡지 못했다.

다시 가야 할 이유가 분명히 생겼다.



우리나라 고유의 건축양식과

푸른 하늘은 정말 잘 어울린다.



미술관 잔디밭에서 외국인들이 카드게임을 치고 있다.


"이봐요! 여기는 당신들 하우스가 아니라구요!

그리고 카드게임을 할거면 한국에 왔으니 화투를 치세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들의 여유있는 모습이 부러워서

한동안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외국인 가족이 잔디밭에 합류했다.

왜 외국인들을 보면 여유가 느껴질까?

(아, 중국인을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중국인은 제외하겠다)



생각해보니 푸른 하늘은

어디에 갔다놓더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카드게임을 하는 외국인과 외국인 가족을 잔디밭에 남겨두고(?)

나는 생리작용의 촉박함 속에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코코브루니.


사당역에 있는 코코브루니는 봤는데

삼청동의 코코브루니는 역시 느낌이 다르다.


삼청동의 월요일은 여유롭다.



약국을 찾으려고 어찌어찌 하다 보니

북촌한옥마을까지 오게됐다.

(도대체 왜?!)



오르막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펼쳐진 한옥마을을 찍고 싶었으나

관광객들의 정수리를 피해 사진을 찍으려다보니

결국 이렇게 찍을 수 밖에 없었다.



한옥마을을 올라서 북촌전망대 쪽으로 갔다가

다시 삼청동으로 내려오기 위해 길을 걷던 중 찍은 사진.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6시도 안됐는데 벌써 해가 지려고 하다니!


아무래도 겨울이 곧인 듯 싶다.

슬프다.



이봐요. 거기 앞에 가시는 여성분,

제 여자친구님 아니신가요?


같이 가요, 네?



푸른 하늘 덕후의

푸른 하늘 사진 퍼레이드.



삼청동을 떠나기 전,

루프탑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기로 한다.



여자친구님, 저는 아아요.


삼청동 치고, 루프탑 카페 치고

가격이 착해보이는 듯 싶다.



루프탑에서 바라본 삼청동은

사실 별거 없었다.


그냥 캠핑의자에 몸을 맡긴 채

푸른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내 고민들과 생각들을 던져두고 왔다.

(뭐, 던진다고 던져지는건 아니지만)



해가 지고 어둑해지니

바람이 꽤 쌀쌀해지는 바람에

실내로 내려왔다.


루프탑에는 사람이 그득그득 했는데

2층과 3층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


삼청동의 월요일은 여유로웠다.


사람으로 북적였던 주말의 피로를 풀기 위함인지

삼청동의 월요일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생각이 많은 날에는

잠시 나의 자리를 비우고

하늘을 보러 떠나보자.


어쩌면 말이다.


하늘을 보며 내 생각을 던져두면

누군가 그 생각에 답을 줄지도 모른다.


사실 하늘에 떠있는 구름들이

모두 어떤이의 고민들이랄까.


헛소리다. 미안하다.


-


나는 왜 글을 이리도

심심하게 쓰는건지 모르겠다.


아마 이 글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간만에 긴 글을 써서 힘이 빠진다.


두서없는 글을 읽어줘서 고맙.. 아니.

감사합니다, 여러분.


-


Canon 100D + Photo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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