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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zi May 01. 2022

020. 기다려도 사 먹는다, 인 앤 아웃 버거

그들에게도 UP & DOWN은 있다

미국 하면 햄버거 아니겠는가? 돌아다니다 보면 여러 프랜차이즈를 만난다. 맥도널드, 버거킹은 물론 오래전 없어진 웬디스도 아직 성행 중이고, 5 가이즈(Five Guys), 낸시 조스(Nancy Jo’s), 버거빌(Burgervil), 데어리 퀸(DQ, Dairy Queen),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 같은 나에겐 처음 보는 브랜드도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서부 대표 버거는 인 앤 아웃(In N Out)이다. 미국에 오게 되면 꼭 한 두 번씩은 먹게 되는 가족들의 최애 버거.

신선한 번과 패티, 야채들의 기분 좋은 조합, 인 앤 아웃 <더블더블>

우리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인 앤 아웃 버거는 2015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미국 서부 제일 북쪽에 있는 체인점이다. 인 앤 아웃의 모토는 ‘Do one thing, and do it well’이다. 한 가지를 하되, 그걸 잘하자라는 건데 그래서 매장이나 메뉴를 무분별하게 늘리지 않는다. 일단 맛있는 버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선한 재료가 핵심이니, 그 재료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수급될 수 있는 조건이어야 매장 위치가 고려될 수 있다. 메뉴 또한 단순하다. 그래야 집중해서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거는 딱 3가지(더블더블, 치즈버거, 햄버거), 감자튀김은 2가지(애니멀 스타일, 프렌치프라이) 종류가 있다. 약간 변형된 프로틴 스타일(빵 대신 양상추를 두텁게 둘러주는데, 우리나라 식으로 떡갈비 쌈 같은 느낌이 난다)과 그릴드 치즈도 있고, 이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으나 기본에서 약간의 변형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단순함이 인 앤 아웃의 핵심 가치인 것 같다.


인 앤 아웃 버거의 또 하나의 특징은 푸짐함이다. 버거를 사고 추가로 토마토나 양파 슬라이스, 혹은 양상추를 달라고 하면 공짜로 더 끼워준다. 신선한 패티와 야채들을 끼워 넣어 한 입 딱 물었을 때의 기분 좋은 아삭함은 햄버거가 패스트푸드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한다. 마지막으로. 꼭 언급해야 할 것은 가격인 것 같다. 유명세에 비해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 제일 비싼 더블더블이 22년 현재 기준, 4.70 달러, 치즈버거는 3.25달러, 햄버거는 3달러가 채 되지 않는 2.90달러다. 만약 4인 가족이 더블더블 1개, 치즈버거 3개, 감자튀김 2개 정도를 먹는다고 하면 20불이 약간 넘는 금액이 나오니 가성비 최고다.

이렇게 해서 4인이 20달러 약간 넘는 금액으로 먹는다(참고로 이날 정말 맛있었다)

이 신선하면서도 저렴한 햄버거 하나를 먹기 위해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몰려온다. 캘리포니아를 제외하고는 매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인 앤 아웃 앞에는 언제나 차들이 줄을 서 있다. 평일 오픈 런에 뛰어가도 기본 대기 시간은 제일 빠를 때가 20분 정도다. 주말은 더 심하다. 어떤 사람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멀리서 단체로 오기도 한단다. 인근에 있는 아울렛에 들러 쇼핑을 하고 버거를 먹는 일정이다. 이게 뭐라고 기름과 시간을 써가면서까지 오나 싶지만 남편도 가까운 곳에 매장이 생기기 전에는 3~4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려가 먹고 왔다고 한다. 나도 그랬던 사람과 살고 있으니 유난스러운 사람들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여하튼 햄버거를 향한 아메리칸들의 관심과 사랑이 크다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평일 오전에도 줄을 서서 먹는다

이렇게 사시사철 사람들로 들끓는 인 앤 아웃 버거도 어느 날은 정말 환상적일 정도로 맛있고, 어느 날은 기대보다 좀 별로인 때가 있다. 어차피 햄버거가 패스트푸드라 맛들은 늘 비슷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미묘한 다름이 있다. 야채나 소스들은 별 문제가 없다.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햄버거 패티 같다. 어떤 날은 정말 촉촉하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날은 좀 마르고 퍽퍽하다. 왜 다르게 느껴질까? 생각해봤는데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손님이 많아 패티를 먼저 구워놓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운 좋게 갓 구운 패티를 먹는 때면 그 맛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패티 굽는 시간을 알면 맞춰서 가겠는데 그렇게 까지는 알 수 없으니 복불복이다.


또 한 가지, 감자튀김이 다를 때가 있다. 솔직히 인 앤 아웃의 감자튀김은 대부분 별로다. 일단 생감자를 작고 얇게 써는 편인데, 음식의 특성상 금방 말라 질겨지는 것 같다. 소스를 뿌리고 치즈를 녹인 애니멀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딱 한 번, 다른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가족들과 함께 먹을 버거를 사러 가서 30분 정도 기다려 버거와 감자튀김을 받았다. 가지고 가는 길에 냄새가 너무 고소해서 한 입 먹었는데, 그날따라 갓 튀긴 감자튀김이었는지 너무 맛있었다. 하나는 애니멀 스타일로, 하나는 프렌치프라이로 시켰는데 가는 길에 프렌치프라이를 다 먹어버렸다(난 너무 맛있어서 남은 조각들을 입에 다 부어버렸다;;). 이러려고 그랬던 건 아닌데 남편과 둘이 좀 당황스러워서 남은 감자튀김을 다시 잘 세팅해 한 개만 사온 척 어색하게 연기했다. 그런데 또 그날따라 가족들은 왜 그렇게 감자튀김을 잘 먹던지… 한 개 밖에 없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날의 감자튀김은 좀 달랐다. 그래서 알았다. 인 앤 아웃은 감자튀김도 맛있을 때가 있다는 것을.


그렇다. 품질관리 확실하다는 인 앤 아웃 버거도 그들만의 기복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맛이 형편없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많은 버거를 먹어 보지는 않았지만) 평균적으로는 맛있다. 특히 가격을 생각하면 그 정도로도 충분하고 또 훌륭하기에, 사람들은 오늘도 오랜 기다림을 감수하고 몰려와 행복한 표정으로 버거를 받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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