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던 우리는 열정과 혼란이 많았다. 함께 미술 치료를 배우며 만났고, 아프리카와 남미로 각각 해외 봉사도 다녀왔고, 그 뒤로 귀국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살고 있다. 다른 점도 많지만 삶의 궤적을 살펴보면 중요한 시기에 했던 선택들이 비슷했다. 얼마 전 이 친구와 오랜만에 전화 통화를 나누며, 텅 빈 것 같은 현재를 또다시 공유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학령기 아이를 키우며 경험하는 불안감. 언뜻 경제적인 부담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남들처럼 학원에 의존하며 아이를 키우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향과 방법을 자기 안에서 찾을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나는 내 욕구에 충실한 선택들을 하며 이 먼 땅 미국까지 와서 가족을 이루었지만, 그렇기에 통하지 않는 언어에 답답해하고 가정을 돌보느라 정작 나 자신과는 멀어진 이 상황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편으로 고민도 여유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지만, 그럼에도 저 한 구석에 껄끄러움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이제 둘러대지 않고 인정하기로 했다. 과거에도 지금도, 우리는 만족이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