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운전을 해보고 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차가 없으면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동안은 남편 찬스로 이동했지만 아이가 계속 자라고 생활이 더 복잡해지면서 나 홀로 기동성을 갖고 움직일 필요가 더 많아졌다. 나는 운전이 무섭다. 친구는 ‘언니 운전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앞만 보고 가면 돼’ 라며 쉽게 말했다. 하지만 실수나 잘못이 상호 상해로 이어져 누군가가 다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늘 있다는 점과, 모두 달려 나가는 도로 한가운데에서는 나도 달려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도로 위 내 긴장을 더 높인다. 호흡 짧은 내가 헉헉 거리며 발이 닿지 않는 바다에서 죽을힘을 다해 헤엄을 치는 그런 막막하고 두려운 기분이다. 운전을 하면서 알게 된 첫 번째 사실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약속을 서로 잘 준수하며 도로 질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사실은 그럼에도 도로는 언제나 한 끝차이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운전을 늘 옆에서 봐주고 있는 남편은 자기는 1년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할 일을 나로 인해 몰아서 겪고 있다며 도착 후에는 늘 인상이 무섭게 굳어있다. 사람들은 차 안에서 듣고 싶은 노래도 재빠르게 바꾸고, 신호 대기 중에 잠깐씩 필요한 일들도 하고, 길을 잘못 들면 찡긋 웃으며 핸들을 돌려 다른 길로 돌아기도 하건만, 나는 언제 그런 여유를 느끼며 이동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적 많은 길을 하염없이 걸으며 마음을 정리하고 가뿐해졌던, 서울 뚜벅이의 삶이 무척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