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 잡담
9.16. 금
숙소의 여주인이 애써 추천해준 금요 아침 마켓은
그러나 중국산 싸구려 옷들과 약간의 부식거리 천지였다.
혹시나 그럴싸한 먹거리라도 있나 두리번거렸지만
시럽과 싸구려 연유를 수도 없이 넣은 타이티와
오래된 기름에 튀겨낸 꼬치 몇 종류뿐.
실망스럽기 그지없었건만 그래도 뭔가 살만한 것이 있나
끊임없이 두리번 대다가 플라스틱 가득한 노점에서
목욕용 바구니 하나, 면도기 세트 하나, 초록색 때타올 하나를
각각 10밧씩 주고 사 왔다.
(아! 이 지독한 집념의 여성이여!
바구니는 흔들흔들 약하고 면도기는 몹시 아파 겨드랑이가 벗겨질 뻔.
때타월은 초록색 물이 새어 나옴)
마사지할 때 쓸 오이를 3개에 5밧에 산 뒤
돌아오는 길 안쪽 골목에서
돌돌 말린 원단을 수북이 쌓아놓은 노점을 만났다.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 딸과 그녀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내가
열심히 흥정 중이었다.
그는 리라 와디가 프린트 된 파란색 천을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며 꽤나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나 또한 슬몃 호기심이 생겨 그의 곁에서 만져 보았더니
천은 뻣뻣해서 커튼이나 침대 커버로 쓰면 딱 좋을 듯싶었다.
그가 1미터에 25밧인 천을 2미터 사고
나 또한 얼결에 2미터를 사서 돌아왔다.
오늘은 나오상이 방콕에 있는 친구 집에 간다는 날이다.
비록 그녀가 메콩 크루즈를 타자, 라오 비어를 같이 마시자, 오늘 뭐하냐
하는 등등의 제안을 모두 거절한 (?) 했건만
막상 떠난다고 하니까 뭔가 서운해졌다.
-치앙 콩에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직장인이 일요일 아침에 느끼는 그 심정을 치앙마이에서 치앙 콩으로 굴러 들어온 뒤
절절히 느꼈어요.
도시는 그만큼이나 피곤했나 봅니다.
어제 들어온 풋풋한 여대생은 원래 오늘 9시에 라오스로 떠나기로 했건만
갑작스레 귀찮아져서 내일 떠난단다.
아.
2주 후에 학교가 개강한다는데 너무나도 부러워 나도 모르게.
-정말 좋겠다! 돌아가서 일하지 않아도 되니!
라고 말해버렸다.
다시 대학생 되고 싶다.
누군들 일하고 싶겠는가.
어영부영 하다보니 저녁이다.
어제 먹었던 시내의 팟타이 가게가 생각나 삐걱대는 자전거를 찬찬히 몰아
도착해 오늘은 팟카파오 무 (매운 돼지고기 바질 덮밥)를 시켰다.
치앙마이 라차밧 대학교 앞에서 먹던 단골 팟카파오의 반토막 되는 양이 나왔다.
그래도 조미료는 덜 넣었는지 트립 어드바이저 추천 가게인걸 증명하듯
그나마 먹을만했다.
계속 느끼지만 치앙콩, 다이어트의 숨은 공로자가 되어 줄 듯 하다.
소화도 시킬 겸 세븐 일레븐 뒤쪽으로 내리막길을 도로록 내려가
강가에 앉으니 저 멀리 강이 어찌나 태평스럽게 흐르는지
그 아래 아예 트럭을 대놓고 연인이 소곤소곤 대며 앉아 있는 게 너무 부러워
나도 모르게 강변으로 내려갔다.
끊임없이 침을 흘리는 개와 소 방울 같은 커다란 방울을 매단 검은 개 한 마리가
중년의 사내와 산책을 나왔다.
뱃사공은 배를 수리하고 그 옆으로는 소용돌이가 무시무시하게 흐르고 있었다.
기다란 카누에는 젊은 태국 남자들이 웃통을 벗어던지고 힘차게 구령을 붙이고
그 곁으로 아이들이 개구지게 웃으며 강으로 질주한다.
오렌지 색의 승복을 걸친 스님은 마을 사내와 잡담을 나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강변에는 오토바이와 함께 유독 많은 사내들이 구릿빛의 반질반질한
몸을 빛내며 잡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나또한 메콩에 발을 담그고 천천히 걸었다.
시원 쌉싸름 하다.
좋구나.
새하얀 구름이 조금씩 주홍빛을 분홍빛으로 그리고는 마침내 붉게 물든다.
건너편 라오스의 훼이싸이 마을이 바로 지척이다.
내가 수영만 조금 할 줄 안다면 거센 메콩강을 가로질러 갈 수 있을 텐데...
(그전에 경찰들이 출동하겠지만)
너무나도 천역덕스럽게 하루하루가 가고 있다.
강건너 라오스 훼이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