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요, 치앙 콩
9.13. 화.
아! 정말 바보 같으니라고!
아침 7시 알람을 오후 7시에 맞춰 놓고 자버린 것이다.
다행히 긴장하며 잠든 탓에 6시 30분에 눈을 번쩍 떴다.
샤워하고 전날 바리바리 싸놓은 짐을 아래층으로 나른 뒤
마지막으로 회색앵무 딱꽁에게 포도를 잔뜩 먹였다.
제일 그리울 거야, 네가 치앙마이보다도 네가!
100밧이나 주고 탄 뚝뚝 아저씨는 아주 친절하게
버스 터미널 정문 바로 앞에다 세워 주셨다.
치앙마이 아케이드에 도착한 시각 9시 15분.
30여분 걸렸다.
버마에서 와서 치앙라이에 산다는 아저씨와 잠시 담소를 나눈 뒤
플랫폼 21에 선 치앙라이 vip 버스를 탔다.
과연 돈 쓴 보람이 있듯 버스는 시원시원 한 좌석에 쾌적하기 이를 때 없었다.
출발하자마자 물과 비스킷을 서둘러 나눠 줬다.
치앙라이는 보통 3시간 30분에서 4시간 정도 걸리는데
두 번의 구불구불 길이 있다.
멀미가 심한 내게는 아주 쥐약이다.
전날 밤에 마지막이라고 우겨넣듯 먹은 치킨 팟타이 냄새가
저 깊숙이에서 남실남실 올라올 때쯤
밀폐된 공간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억지로 억지로 피멍이 들 때까지 손가락 지압점을 누르며 견뎠다.
12시 50분!
아슬아슬하게 치앙라이 올드 버스 터미널에 서있는 치앙 콩 버스를 잡아 탔다.
65밧에 2시간여 걸쳐 도착한 치앙 콩은
딱 하루 묵었지만 인상이 깊어 다시 나를 부른 그 모습 그대로
아주 고요하고 작은 시골 도시였다.
메콩 강 건너로 라오스 훼이싸이가 보인다.
강을 타고 바람이 경쾌하게 불어온다.
사람도 적고 집도 적고 차도 적다.
그보다도 더 많은 나무들.
뚝뚝을 40밧에 잡아타고 오는 길.
보니까 검은 배낭 옆에 껴놓은 슬리퍼가 없어졌다.
괜찮아.
이렇게도 상쾌하니까.
뭐 신발도 3켤레나 더 있으니까.
가진 자의 여유를 잔뜩 부리며 도착한 곳은
라오스 남자와 일본인 여자가 결혼해 차린 파파야 빌리지였다.
과연 남자 친구 말대로 아주 숲 속에 대나무로 얼기설기 지은 방갈로들이 버섯처럼 자라나 있었다.
공용 공간과 2개의 화장실과 1개의 샤워실이 있었고
뭔가 하나의 방갈로를 더 짓고 있었다.
도미토리가 130밧, 싱글룸이 180밧이었다.
더블룸은... 나중에 체크를...
고양이 둘이 사이좋게 낳아놓은 5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이 게스트 하우스 곳곳을
호기심 어린 눈망울을 빛내며 뛰어놀고 있었다.
그곳에서 고양이와 놀고 있는 일본인 여성 나오를 만났다.
간호사인 그녀는 7년여간 조금 일해 번 돈으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살다
지금은 정착 (아마도) 고작 7일간의 휴가를 받아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녀 또한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이곳 파파야 빌리지를 찾아왔는데
바로 어제 치앙라이에 도착 오늘 이곳에 왔단다.
그녀 외에도 2명의 중년 일본인 여성이 있었다.
둘은 수다를 좋아하는 경쾌한 성격에 치앙마이에서 거주 중이란다.
모두들 메콩강으로 크루즈를 타러 가고 배고픈 나는 시내로 달렸다.
숙소가 시내에서 제법 떨어진 외곽에 있는 탓에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 준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아주 찢어질듯한 큰 소리가 나지만. 그럭저럭 굴러는 간다.
어제 폭풍 식사를 반성하며 구입한 것은 작은 우유와 토마토들.
시내는 작지만 우체국, 학교, 작은 병원, 전자상가와 20밧 할인마트, 옷가게들, 음식점들, 사찰
그리고 세븐일레븐 2개와 저 멀리 테스코 로터스 등 있을 건 다 있다.
돌아오는 길 숙소에 같이 묵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밤에 맥주를 할 생각인지 내게 묻는다.
술을 전혀 못하고 술 한잔 들어가면 으레 자국어로 수다를 떨고 싶어 할 것 같아
거절하고는 서둘러 샤워를 하고 방갈로에 들어가 앉았다.
정말 나무구나.
사방 천지가 나무로구나.
하긴 이 방갈로 자체가 나무니까.
작은 선풍기와 푸른색 탁자, 일본인 여주인이 깔아놓은 매트리스 그위로 드리워진 하얀 모기장.
소박한 공간에 내 많은 짐들을 부려 놓았다.
방갈로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메콩강이 보고 싶어 삐걱거리는 자전거를 굴려 도착하니
그녀는 새초롬히 분홍빛으로 얼굴을 붉히며 흐르고 있었다.
강 건너 천둥번개로 밤새 잠 못 들던 훼이싸이가 보인다.
예전엔 보트 타고 가면 1분 거리였는데
지금은 우정의 다리 덕분에 아주 멀리멀리 돌아서 1시간은 가야 한다.
돈도 더 들고.
(특히나 라오스 국경에서 훼이싸이 시내로 들어가는데 뚝뚝 한대에 200이다.
남자 친구도 나도 각자 홀로 여행할 때 서로 생각이 많이 났다.
역시 여행은 둘이서 공동 분담을 하는 게 제일 좋아)
시골은 밤이 빨리 찾아오고
가뜩이나 파파야 빌리지는 시내에서 꽤나 떨어진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돌아오니 모두들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다.
방금 애써 써놓은 글을 한번 날리고 두 번째 쓰고 있다.
아주 아찔했지만 어제 다짐 한 대로 두 번 다시 밀리지 않겠노라고 했기에 또 쓴다.
벌레들은 살판이 나서 방갈로를 휘젓고 있다.
와이파이는 잘 터지는데 뉴질랜드에서 아보카도 포장을 하고 있을 남자 친구는 연락이 없다.
아무튼 치앙 콩이다.
변비 때문에 요쿠르트 까지 마셨는데 오늘밤 좋은 소식 기대해 본다.
ㅎㅎ
9.13.화-------------치앙마이 몯 체크아웃, 치앙콩 파파야 체크인
냠냠
-복숭아 한개
-우유
-팟카파오 반 (너무 느끼해서 반 남김)
-작은 요쿠르트
돈
-몯--->아켓 뚝뚝 100
-껌 15, 물 10
-치앙라이---->치앙콩 로컬 버스 65
-치앙콩---->파파야 뚝뚝 40
-우유12.5, 토마토 20
-팟카파오 40
-요쿠르트 10
312.5
이렇게 보면 별거 없는데 작은 캐리어가 하나 더 있다.
노트북은 또 어찌나 무거운지...
양배추 당근 갈아 먹는다고 산 259밧 빅씨 믹서기도 추가요~ ㅎㅎ
이걸 짊어지고 6시간을 가야 한다.
예전엔 더 많았다.
난 전생에 업이 한없이 많았나 보다.
니가 제일 그리울 꺼야..............ㅠㅠ
치앙라이에서 치앙콩으로 향하는 버스 차창밖으로는
초록의 강이 구비쳐 흘렀다.
파파야 빌리지 주인 딸이 그려놓은 그림위로 복슬복슬한 개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저 멀리로 라오스 훼이싸이가 보인다.
예전 숙소는 강가에 있어 메콩강이 보였다는데 이사를 한 지금은 숲이 보인다.
이런 소박한 귀여움이 너무 좋다~
6월 초 치앙마이에 갈때는 저 분홍 비닐 가방이 없었다.
다 쇼핑에 미친 내 탓이다.
매번 여행때마다 반복하는 일.
작은 소품들도 참 어여쁘다!
고양이 밥주는 소녀.
7마리의 고양이가 무럭무럭 자라나면 더 많은 고양이가 생기게 되고 그럼...
게스트 하우스 이름 바뀔듯.
방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숲.
보라 거대한 잎사귀를!
내 방 올라가는 사다리.
메콩강으로 노을 보러 가자!
아! 아이폰 4의 한계.....또는 수전증.
나방이 독수리 처럼 날고 있는 오늘 밤.
무사히 잠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