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난.
9.18. 일
일요일 아침.
도마뱀 똥을 주우며 시작하는 상쾌한 하루.
어젯밤 내 잠을 방해하던 두 주인공 판다(개)와 네꼬(고양이)는
오늘도 내 방갈로 (대나무 오두막으로 이루어진 방)에서 티격태격이다.
둘 다 내 방을 자신의 구역으로 알기 때문에
어젯밤에도 둘 사이에 무시무시한 신경전이 있었다.
꼭 밤이 되면 소변이 마려운 지라
무섬증을 무릅쓰고 화장실로 가는 길.
발 밑으로 결코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불쾌한 기분이 전해져 왔다.
팍.
뭔가 터지고
주르륵.
뭔가 새어 나오고.
더듬더듬 거미줄을 피해 불을 켜니
처참한 달팽이 시체가 내 발자국을 따라 2마리나 있었다.
그 주위로 얼어붙은 달팽이들이 3마리나 있어
서둘러 풀잎 위로 옮겨 주었다.
돌아오는 길.
5남매의 아버지인 네꼬를 데리고 와
방 안으로 들어오니
굳이 먼지가 쌓인 구석자리로 요리조리 돌아다니더니
제일 어두운 테이블 아래서 몸을 핥느라 난리다.
꺼끌꺼끌한 혀로 썩썩 대며 온 몸에 침을 바른 뒤
만족한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문을 바라본다.
열어 달라는 뜻이 론고.
그러나.
문 앞에는 개인 판다가 잠 잘 준비를 마친 뒤였다.
네꼬가 아무리 싫어해도 (네꼬의 가족 또한 모두 싫어라 한다)
친구가 네꼬뿐인 판다는 죽자고 따라다닌다.
판다를 본 순간 네꼬는
어디서 그런 슈퍼 파워가 나왔는지
순식간에 내 키보다 높은 방갈로 위로 날듯이 올라가 꼼짝도 안 한다.
판다는 그러거나 말거나 문지기처럼 꿋꿋이 지키고 있고
네꼬는 제발 판다가 꺼져 (?) 주기를 기다리고
나는 인터넷을 했다.
30분 뒤.
동상처럼 앉아 있던 네꼬는 마침내 포기.
내가 열어주는 창문은 판다가 금방 쫓아올 수 있다고 판단했던지
방갈로 구석구석을 돌다가 마침내 지붕과 벽이 이어진 곳의 빈 공간으로
살금살금 빠져나갔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나 싶었더니
갑자기 날개 지름이 7센티정도 되는 새 같은 나방 한 마리가
아무렇지 않게 내 모기장에 떡하니 붙어 버렸다.
날개를 따개비처럼 모기장에 붙이고는 미동도 안 한다.
벌레를 쫓으려고 켜놓은 선풍기 바람에 이리저리 쓸려도 꼼짝없다.
크기가 크다 보니 혹 나방 날개에서 독가루(?) 라도 떨어지는 건 아닌가 싶어
가지고 있던 모기 방지제(?)를 뿌리며
-죽어 죽어!
하다가 선풍기 바람에 날려오는 모기약이 내 눈에 들어가는 바람에 내가 죽을 뻔했다.
부랴부랴 달팽이 시체들을 넘어 눈을 닦고 오니
아뿔싸.
암컷이었나.
수컷이 따라 들어와 이제 나방은 두 마리가 되어 있었다.
커플로 나란히 내 얼굴 근처 모기장에 붙어 소곤대고 있었다.
이번엔 두 눈을 가리고 레몬 그라스 향이 나는 모기 방지제를 마구 뿌려 댔다.
한참 뒤에 눈을 떠보니 나방 커플은 아무렇지 않게 구석에 살포시 내려앉아
사랑을 속삭였다.
그래, 같이 자자.
방문 앞에는 개가
옆에는 대형 나방이
천장 위에는 조그마한 수억 마리의 벌레들이
하늘에는 보름달 빵 같은 보름달이
숲 속 깊은 어둠에는 툭툭 떨어져 내리는 나무들이여.
다같이 코 자자.
-일요일 아침.
태어나서 한번도 안 씻은 듯한 우렁찬 판다의 몸내음을 맡으며
부슬비 내린다.
자주 가던 팟타이 레스토랑에서.
조미료를 덜 쓰는 치앙콩 유일의 맛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