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39

물멍...2

물린이

by Chiang khong

다행히 물고기들은 잘 적응하는듯 보였다.

나는 오전알바가 끝나자 마자 인터넷의 구피카페에 들러 붙어 먹이양, 환수, 수초심는법 등등을 검색했다.

누구는 아침 저녁으로만, 누구는 사료양을 숫자로 세어서 줘야 한다는등 사람마다 정말 키우는 법이 다 달랐다. 매일 환수해도 된다는 사람부터 주 2회, 한달 1회, 아예 무 환수여도 괜찮다는 사람까지... 온갖 정보란 정보가 너무 넘쳐났다. 부랴부랴 알라딘에서 구입한 구피관련 전문책자는 구피의 역사부분까지만 읽고는 지루해서 그냥 덮어버렸다.


환수.

자연상태의 구피라면 물이 계속 흐르니까 괜찮지만 어항내의 물은 고여있는 물이다. 아무리 여과기와 콩돌을 돌려봐도 구피들이 먹고 싸면서 물은 혼탁해진다. 그래서 오빠와 여러번의 토론끝에 4일에 한번 30프로 환수를 해주기로 했다. 그날 서랍속에 쳐박혀있던 줄자를 이용해 어항의 크기를 잰뒤 30프로를 계산해서 스티커를 붙혀놨다. 아무리 게으르고 미루기를 잘해도 환수는 꼭 해줘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 아이들의 목숨은 내 손에 달린거니까.


그날 밤 엄마의 눈치를 보며 어항이 있는 방의 불을 켰다.

초 예민한 어머님은 마루 쇼파에 누워 텔레비젼을 보다 잠들었는데,

방의 불이 켜지자 마자 전기세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아이구 알았어. 이제부터 전기세는 내가 전부 낼게!"

그렇게 합의를 보자 다시 조용해졌다.

내 커다란 얼굴이 어항에 비치자 잠을 자고 있던 구피들이 동시에 몰려들었다.

"너희들은 24시간 배고프구나."

나처럼 먹기 위해 태어난 구피들을 안쓰러워 하며 나는 사료를 몇알 뿌려주었다. 구피가 먹고 떨어진 사료를 네온테트라가 그리고 마지막 바닥에 떨어진 사료들은 코리와 안시가 먹어치웠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갑자기 빨간 구피 수컷이 바닥에 가라 앉은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트에서 구피들을 데려올때 서비스로 줬던 구피였다.

밥을 줘도 어항 구석 바닥에 가만히 있으면서 숨만 헐떡였다.

"이거 아픈애 준거 아냐?"

오빠는 다른아이들한테 병을 옮길 수 있으니 격리해두라고 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뜰채에 빨간 아이를 담아 따로 비커에 넣어주었다. 아이는 힘없이 잡혀 멍하니 비커에서 이리저리 부딪쳐 가며 낯설어 했다.

그때부터 구피 카페에서 나는 병이란 병을 모조리 검색해봤다.

백점병, 솔방울병, 도리도리병, 꼬리녹음병, 아가미병 등등등. 이렇게 많은 병들이 있는줄이야!

또 누구는 소금을 비율에 맞게 넣어주면 좋다고 하고 누구는 동물약을 넣어라, 아니다 그냥 편하게 가게 해주는게 낫다 이것저것 하면 애들 고생만 하다 간다고 했다.

나는 그 길로 슈퍼에 가서 천일염을 사왔다. 또 기포가 나와서 산소를 공급해주는 콩돌과 기포기도 사왔다.

아이에게 소금을 넣어주고 산소를 틀어주자 한결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먹고 힘내라고 뿌려준 사료 몇알은 입도 안댔다.


빨간 수컷 구피는 며칠뒤 죽었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죽으면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고 하는데, 물고기는 용궁에 간다고 한다.

나는 집앞 화단에 수컷 구피를 묻어 주었다.


1216 오늘의 어항. 아이들이 많이 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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