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iang khong Dec 26. 2021
오늘도 나는 똥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암컷 구피는 알이 수정이 되면 한달주기로 치어(아기구피)들을 낳는다. 보통 배가 터질듯이 빵빵해지고 배 뒤쪽으로 알비노의 경우 붉은색이, 눈이 까만 구피의 경우 까만색의 치어눈들이 보인다.(이걸 엔젤링이라고도 한다.) 배 끝이 네모로 각이 지고 작은 산란관이 나오거나 어항의 위 아래를 오르내리거나 구석에 힘든듯 가만히 있으면 곧 출산을 한다는 의미다.
출산을 앞둔 암컷 구피들은 부화통에 넣어둔다. 부화통은 치어를 낳는대로 아래 틈으로 쏙쏙 빠져서 어미가 갓 태어난 맛있는(?) 치어들을 먹는걸 막아준다. 이 부화통에 집어 넣는 순간 거의 모든 암컷 구피들은 패닉상태에 빠진다. 몹시 스트레스를 받아 하며 온몸으로 투명한 부화통을 부딪쳐댄다. 그 모습이 짠해 보여서 부화통에서 빼내주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유유히 헤엄치다가 안보이는 사이에 치어를 낳고는 호로록 호로록 먹어서 검은똥을 달고 다닌다.
한번은 부화통에서 꺼내주자 마자 오렌지 색 알을 후두둑 쏟아 내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만 조산 해버린것이다. 어쩔때는 죽은 치어들을 마구 낳아놓기도 했다. 그래서 일찍 부화통에 넣을수도 없고 그렇다고 늦게 넣자니 치어들을 다 먹어치워 버리니 딱 맞는 타이밍, 이제 막 한두마리 낳을때 넣는게 최고다. 그런 이유로 틈나는대로 암컷 구피의 똥꼬만 쳐다보게 되는 것이다.
내가 키우는 고정구피인 오팔구피들은 눈이 빨간 알비노들이다. 고정구피란 똑같은 색과 모양의 구피들이 계속 태어나게 브리딩한 구피를 말하는데 순전히 오빠의 취향대로 입양 받은 아이들이었다. 처음 내가 어항을 꾸미고 구피들을 키우기로 할때 사실은 알풀(새빨간 구피)이나 핑크키티(분홍색의 여리여리한 꼬리지느러미가 아름다운 구피)를 키울까 했었다. 그러나 알풀은 구피 중에서도 제일 까다롭고 핑크키티는 비쌌다. 그래서 그냥 오빠가 키우는 오팔이들을 받아서 키우기로 한것이다.(이미 어항세팅에 수십만원을 쓴 상태여서 더 이상 지출하기가 어려웠다)
이제 막 물생활을 시작한 물린이가 알비노 구피들을 키우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이제나 저제나 아플까봐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어항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처음 치어를 받았을때의 감동이란!
조그마한 오렌지색의 치어들이 뽀얀 몸에 커다란 난황을 달고 잘 움직이지도 못해서 바닥에 꼬물꼬물 모여 있는 그 귀여운 모습을 보고 나는 조금 눈물이 났다. 그때만큼은 거의 5만원 넘게 들여 산 부화통 세트가 아깝지 않았다. 물론 암컷들이 너도 나도 돌아가면서 치어를 낳는 바람에 치어가 200마리로 불어 나고 아침이면 똥들이 공처럼 뭉쳐 있어 빼줘야 할때는 힘들긴 했지만......
가끔씩 암컷들은 기형치어를 낳기도 했다. 머리가 두개에 몸은 하나인 샴쌍둥이 치어나 눈이 하나라서 헤엄치지도 못하고 계속 뱅글뱅글 도는 치어들, 그냥 낳자마자 약해서 죽는 아이들. 어떨때는 알모양으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어 스포이드로 빨아서 훅 튕겨주면 몸을 쫙 펴고 살아나기도 했다. 그 자그마한 몸으로 살고자 애쓰는 치어들을 볼때마다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알인 경우 오래 두면 곰팡이가 피므로 빼줘야 한다)
구피들이 기형을 낳는건 근친교배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구피를 오래 키우면 키울수록 혈섞음이라는걸 해줘야 했다. 새로운 곳에서 유전자가 다른 구피들을 일부러 넣어주는것이다.
하루는 척추가 여러번 휜 치어가 태어났다.
그 아이가 바로 내가 두고두고 아꼈던 꾸불이었다.
부화통의 저 아래에 난 틈으로 치어들이 쏙쏙 빠진다. 그럴때면 어미가 미친듯이 입질을 한다. 가끔 힘없는 치어들은 금방 먹히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