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행
개나 고양이가 죽으면 사람들은 무지개 다리를 건너 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중에 주인이 하늘나라에 가게 되면 무지개 다리에서 마중을 나온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물에 사는 아이들이 죽으면 물생활자들은 용궁에 간다고 말한다.
그동안 내 곁을 떠나 용궁으로 간 아이들이 만약 나를 마중나온다면
그 아이들이 지느러미로 나를 마구 패며 이렇게 말할것만 같다.
"주인놈아! 먹을 것 좀 많이 달라고 했어, 안했어!?"
나는 먹이를 적게 주는 편이다.
물론 많이 주고 싶다. 나도 먹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므로 먹는다는것의 기쁨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내가 키우는 아이들에게도 맛난걸 많이 주고 싶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많이 싼다. 그리고 놓친 먹이들은 아무리 환수를 잘해줘도 아래에 깔린 소일이나 흑사같은 바닥재 사이사이로 들어가 썩는다. 그리고 물에 사는 아이들은 곰팡이가 난 먹이를 먹거나 오염된 물로 아가미호흡을 하다가 각종 병에 걸린다. 그러므로 조금씩 자주 주거나 아침,저녁으로 준다.
먹이양은 5분안에 먹을 수 있을만큼만이 정석이지만 우리 돼구피들은 1분도 채 안걸린다.
그러다보니 먹이를 향한 집념으로 인해 가끔 죽기도 한다.
원래는 먹이를 줄때 여과기를 끄는게 좋지만 나는 늘 여과기를 켜고 준다.
그래야 덩치큰 대빵구피들이 먹이를 독식하지 않고 약한 아이들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멍코리들까지 먹이순번이 돌아가게 하려면 꼭 여과기를 틀어서 먹이를 이곳저곳에 비처럼 뿌려 놓아야한다.
하루는 먹이를 주고 구피사랑카페에 들어가 이것저것 보다가 다시 잘 먹었나 싶어 어항을 봤더니
한 녀석이 여과기 스펀지에 머리를 박고는 꼼짝도 안하고 있었다.
여과기의 스펀지는 어항내 박테리아들이 잘 자리잡도록 올록볼록 홈이 있는데 그 홈에 큰 머리를 박고 있는 것이었다. 평소에 식탐이 많아서 다른아이들을 큰 머리로 밀치며 먹부림을 하던 대빵 암컷중 한마리였다.
"어이! 대빵암컷! 뭐하는거여?"
나는 스포이드로 대빵암컷에게 물을 퐁퐁 쏘았다.
그러나 대빵이는 미동조차 없었다. 불안해진 나는 더 세게 스포이드를 쏘았지만 뻣뻣하게 굳어진 몸으로 그대로 있었다. 죽은 것이다. 스펀지 사이에 낀 먹이 몇알갱이에 이성을 잊고 그 큰 머리를 넣었다가 머리가 끼어서 죽은 것이다. 그렇게 허무하게 용궁행 티켓을 끊고 가버렸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5만원짜리 고오급형 부화통을 사기전에 동네 생활용품점에서 작은 부화통을 사왔다.
큐방이 두개 달린 부화통이어서 어항벽면과 부화통사이에는 틈이 있었다.
부화통 속 치어들에게 치어용 먹이를 뿌려주고 알바를 갔다오니 투명한 부화통에 떠있는 치어용 먹이를 먹겠다고 그 작은 틈으로 들어간 구피 한마리가 죽어 있었다. 그 아이는 바깥쪽에서 아무리 입질을 해도 먹이를 먹을 수 없자 반대편 큐방이 있는 작은 틈으로 들어왔다가 그 틈에서 껴 죽었다. 아마 한참을 몸부림을 치다가 죽었을것이다. 이런일은 많이 일어나는 편이라 나는 그 후에 어항벽면과 부화통이 밀착되는 제품을 다시 샀다.
먹이를 둘러싸고 안시들끼리 서로 쥐잡듯이 잡다가 약한 아이가 굶어 죽은 경우도 있었고
스펀지 여과기와 어항틈에 낀 먹이를 먹으러 들어갔다가 껴서 죽은 경우도 있었다.
환수하려고 수이사쿠 사이펀을 넣었다가 그 대롱에 맞고 머리에 피멍이 들어 죽었던 작은 수컷 구피도 있었다. 죽은 수초를 건져내다가 미처 보지 못하고 같이 딸려나가 죽은 아기 애플스네일도 있었다. 물이 안맞아 어항을 뛰쳐나가 점프사한 구피들도 몇마리가 있었고......
나는 그때마다 내 가슴을 치고 죽음을 불러온 내 멍청한 머리와 손을 원망했다.
하지만 더 큰 죽음을 경험한 뒤로는 지금은 조금은 무뎌졌다. (여전히 스스로에게 되묻기를 반복하며 죄책감에 잠을 설치지만......)
정을 준 누군가가 죽는다는건 그게 비록 작은 물고기여도 늘 가슴 아픈 일이다.
구피사랑 카페에서 나눔받은 뽕잎으로 신년회식을 치루고 있는 안시와 애플스네일들. 어르신 애플이도 오래오래 사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