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멍...14

멍코리

by Chiang khong

맨처음 이마트에서 샀던 코리 도라스 2마리는 하양이와 까망이였다.

코리도라스는 주둥이에 난 수염으로 먹이를 찾는데 하양이와 까망이는 내가 낯선지 여과기 뒤로 숨어 꼼짝도 안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잘 있나 보러 갔더니 신나게 소일 바닥재를 주둥이로 파헤쳐 분진을 일으키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둘은 얼음이 되어 버렸다.

"어... 뭐... 잘 있나 보러 온겨..."

내가 말하자 나를 빤히 쳐다보던 하양이와 까망이는 갑자기,

"깜빡"

하고 눈을 감았다 떴다. 오오오오! 이것이 물고기와의 소통이란 말인가!

나는 하루종일 눈을 똥그랗게 뜨고 다니기만 하는 구피와는 달리 나와 눈이 마주치자 윙크하듯

깜빡! 하고 눈을 감았다 뜬 코리도라스가 단숨에 좋아졌다.


그렇게 봉달(물생활자들이 새로운 물고기들을 봉투에 담아 배달해 오는것을 줄인말)을 통해 4마리의 코리도라스를 더 데려왔고 이제 하양이 3마리와 까망이 3마리가 되었다.


코리 6마리는 구피들이 놓친 먹이들이 바닥에 떨어지면 그걸 주워 먹었다.

그러나 우리의 돼지구피들은 자기들의 몫을 다 먹자마자 잽싸게 내려와 코리들을 제치고 바닥에 떨어진 것들마저도 모조리 먹어 치웠다. 내가 고민하다 코리용 먹이를 사다 줬지만 돼지구피들이 둘러싸고 먹는 바람에 한입도 먹지 못했다. 종이컵에 물과 섞어 바로 바닥에 떨어지게 던져준 먹이도 극성맞은 구피들이...

눈앞에서 자신들의 몫을 먹어치우는 구피들을 향해 뭔가 머리나 지느러미로 칠만도 한데 이 코리들은 그저 멍~ 멍~ 멍만 때리고 있었다. 자기 먹이를 먹든지 말든지 멍을 때리다가 예의 그 순한 눈을 깜빡 깜빡 거리기만 하는 것이다. 그나마 이 6마리의 멍코리중 덩치가 제일 작지만 신경질적인 하양이3이 무지막지한 속도로 구피들에게 경고를 날리긴 했다. 머리로 구피들을 마구 치면서 다니는 것이다.

"이래도 안비키냐? 응? 니 입만 주둥이냐? 응?" 하면서.

그제서야 돼지구피들은 조금 겁먹은 눈으로 물위로 떠오르고 그제야 코리들은 먹이를 먹게 되었다.


한밤중.

불이 꺼진 어항속에서는 멍코리들의 조용한 복수가 시작되고 있었다.

구피들은 위에 떠서 자거나 수초에 기대서 자지만 우리집 구피들은 대부분 바닥에 가라앉아 잠이 든다.

이 잠든 구피들을 멍코리들이 사뿐히 즈려밟고 자기들끼리 수류를 타고 신나게 놀고 있는걸 나는 보았다.

그때도 갑자기 들어온 형광등 불빛에 놀란 하양이3이 먼저 어항속을 신경질적으로 오고가며 내게 경고를 날리고 (하양이는 알비노라 눈이 빨개서 빛에 약하다) 나머지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순한 얼굴로 내게 또

눈을 깜빡 깜빡 거렸다.


'그날의 대참사' 이후로 이제 멍코리는 딱 2마리가 남았다.

까망이2와 새로 들어온 점박이1.

둘은 서로서로 의지하며 구피들을 피해 오늘도 수류를 타며 놀거나 흑사를 뒤적거리며 먹이를 찾고 있다.

이 아이들 만큼은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다.


0102_멍코리.jpg

까망이2. 등지느러미를 어디서 뜯겼다. 아마도 안시인 쫍쫍이 짓인듯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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