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 : 우위를 점한다는 건
6. 우위를 점한다는 건
오래간만에 나타난 진상 보호자로 인해 데스크가 소란스러웠다. 평소라면 진작에 나가서 중재를 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애써 금방이라도 뛰쳐나가려는 발을 붙잡았다. 참아야 한다. 오지랖이다. 나는 이무기 씨에게 조금 어려운 사람으로 비쳐야 했다. 난처해 보이는 이무기 씨를 힐끗 쳐다보며 신경안 쓰는 척 일을 했고, 병동을 돌고 들어온 대리님이 중재를 했다.
이게 나의 첫 번째 노력, 그리고 두 번째 노력은 몇 번을 말해도 이어지는 수납실수에 뒤처리를 해주지 않는 것이었다. 곱게 말하는 것도 처음 한 두 번이지 세 번째부터는 실수가 아니라 고의고 속된 말로 엿 먹으라는 거지. 그러니까 바뀌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느껴졌고 괘씸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뒤처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직. 접. 보호자한테 전화해서 수납이 잘못되었으니 어떻게 처리를 할지 답변을 받아오라고. 이무기 씨는 쭈뼛쭈뼛 거리 더니 나에게 명단을 받아갔다. 그렇게 몇 번의 과정을 거쳐 많은 것들을 손에 놔버리니 오히려 이무기 씨가 굽혀 들어왔다. 처음에는 내가 굽신굽신 거리며 밑에서 기었는데 관계가 반대로 전환된 것이다.
도움은 필요할 때 주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원하지 않는데 주는 도움은 어떤 의미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첫 후임이라 정말 잘해주고 싶었던 마음에 이것저것 챙겨준 거였는데 상대는 부담스럽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인간관계에서 선을 지킨다는 건, 정말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뒤로 어떻게 됐냐고? 정말 미치게 바빴던 날. 이무기 씨가 두통을 호소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 했다. 급하게 의료진과 수쌤을 불러 진료를 받게 했는데 혈압이 미친 듯이 올라가서 혈압강하제 주사를 맞고 바로 응급실로 실려갔다. 정말 순식간이었는데 그 뒤로 이무기 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스트레스성 고혈압이라나.. 건강문제로 좀 쉬어야겠다는 말을 하며 그날 기점으로 퇴사를 말했고 더 이상 붙잡을 핑계가 없어 인증 2달 전. 공석이 생겨버렸다.
급하게 사람을 뽑았지만 사실상 업무 인력으로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렇게 주말에도 내 시간을 헌납하며 출근하고, 새벽 3시까지 야근을 하기도 하고 정말 악착같이 버티고 버텨 인증을 끝마쳤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강해서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아서 강한 거라고.
어린 나이에 직장생활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야생에서 버티는 것과도 같다.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다.
이무기 씨와의 인연은 정말 허무하게 끝났지만 괴로웠던 만큼 얻게 된 것도 많다. 사내정치를 정말 싫어하지만 필요하기도 하는구나- 아예 없을 수는 없구나를 처음 깨닫게 된 사건인만큼 내게는 잊히지 않는 이야기고 자국이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