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흑역사
*어린 사수와 중고신입 뒤에 번외로 붙이려다가 내용이 변질되는 것 같아서 따로 작성하는 글.
2022년. 내가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때이다. 첫 직장은 요양병원 데스크였다. 입원환자 대상으로 운영하는 병원이다 보니 자주 보는 보호자들이 있었는데 환자분 상태가 위독하다며 임종 전 면회를 오는 때면 괜히 마음이 아프기도 했었다.
눈물도 많고 정도 많아서 많이 울기도 했고 많이 웃기도 했다. 진상 보호자들이라도 만나는 날에는 정말 퇴사하고 싶다가도... 같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버텼는데, 입사 세 달 차에 정말 의지했던 문주임님의 퇴사소식을 듣게 되었다.
2주 뒤에 퇴사하신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눈물이 펑펑 나와서 도저히 업무를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결국 나는 퇴근 시간까지 상담실에서 진정을 하라고 격리당했다.
직장으로 맺어진 인연도 처음이었고, 그 끝도 처음이었으니 당황스럽고 슬프고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런 건 어른이 된다고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것이 아니거든.
퇴사를 한다고 그 인연이 끝이 나는 게 아닌데 그때는 이 직장을 벗어나면 여기서 만난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기겁할 아이디어지만, 나는 모두에게 문주임님의 퇴사 축하 파티를 해주자고 얘기를 했다.
그리고 퇴사 당일, 은밀하게 파티 준비가 이루어졌다.
과장님이 몰래 케이크를 사 오고, 부장님이 문주임님을 잡아서 시간을 끌 동안 나와 접수선생님은 영양실에서 풍선을 불고 파티 준비를 했다. 복지사님은 미리 주문해 둔 선물을 픽업해 왔다.
모두의 합심으로 문주임님의 향한 서프라이즈가 기획되었고,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그리고 정말 끝이라는 생각에 또 눈물이 나왔는데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하는 바람에 눈이 퉁퉁 부어서 집을 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직장을 다닌 2년 동안 대략 9명 정도를 떠나보냈고 새로 맞이했다. 우리 병원에서는 문주임님 퇴사 이후로 퇴사파티가 유행이 되어서 퇴사자에게 케이크를 사들고 축하한다며 웃으며 보내는 게 관례가 되어버렸다.
다들 웃을 때 나는 늘 울었는데 희한하게도 점점 슬픔이 무뎌져갔다. 이별에 익숙해진다는 건 참 다행이면서도 슬픈 일이다. 충분히 슬퍼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그 아픔은 축적되며 결국에는 그저 받아들이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는 이야기는 조금 더 커버린 내가 그 아픔을 받아들일 그릇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관계에 무뎌진다는 건 오히려 많은 상처를 받았었기 때문이겠지. 그때는 내 감정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이해가 된다.
먼 훗날의 나는 어디까지 상처받고 어디까지 이해하게 될까. 문득 옛날이야기를 적다 보니 생각이 나서 그리움에 써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