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반려 쥐에게 - 첫 번째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한 20년 전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소동물에 대한 개념이 많이 갖춰져 있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지금 보면 천인공노할 일들도 그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은 일들로 여겨지고는 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햄스터를 선물하는 것이다. (그때로부터 십 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날에 햄스터, 기니피그를 선물하지만) 워낙 동물을 좋아했던 나는 정말 어떻게든 햄스터를 꼭 키우고 싶었고, (왜냐하면 어머니께서 햄스터를 키우는 것을 격렬하게 반대하셨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나름대로 머리를 쓴다(?)고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받으면 어머니께서 햄스터를 어찌하지 못하시리라 생각해 친구에게 햄스터를 생일선물로 사달라고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철이 없었던 행동인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지만, 그 당시에 나는 그 정도로 간절했었다.
그렇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햄스터를 키우게 되었다. 어머니는 질색팔색을 하셨지만 생일 선물로 받았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키우는 것을 허락해주셨다. 그 햄스터의 이름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주 작고 등에 까만 줄무늬가 있는 어린 정글리언 햄스터였고, 햄스터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어서 작은 핑크색 휴지통에 톱밥을 넣은 채로 친구에게 받아왔었다. 이렇게 햄스터를 처음 만났지만, 그 계기나 동기는 참으로 불순했다. 어린 시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숨을 쉬고 살아있는 한 생명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덜컥 받아왔고, 그 햄스터에게 그 휴지통 집이 얼마나 작고 갑갑할지 생각도 못한 채, 그저 내가 원했던 햄스터를 키울 수 있다는 사실에만 기뻐했다.
정글리안 햄스터를 처음 집을 데리고 와서 어떻게 키웠는지는 너무 오래전 일이라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햄스터와의 어떤 추억이 존재한다기보다는 그저 내 머릿속에서 '내가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햄스터를 갖게 되었다'는 기쁨이 가장 컸고, 그것은 한 생명과 공유하는 추억이 아닌 그저 어린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채웠다는 것에 훨씬 더 가까웠다. 나는 그때, 햄스터를 목숨을 갖고 있는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작은 장난감 정도로 인식했었다. 이마트와 같은 쇼핑코너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움직이는 작은 장난감 정도로.
이후 햄스터를 여러 마리 키우면서 내가 느끼기 시작한 감정은 햄스터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각 개체마다 성격이 상이하고 저마다의 독특한 특이점을 지닌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점이었다. 물론 이 말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단순히 머리로 생각했던 것과 내가 실제로 몸소 느낀 것과는 정말 큰 차이가 있었다. 성격이 순한 햄스터, 성격 있는 기니피그, 사람을 잘 따르는 햄스터, 사람을 무서워하는 기니피그, 애교가 많은 햄스터, 무뚝뚝한 기니피그. 어떤 햄스터는 너무 순하고 착한 나머지 내가 침대 위에서 내 옆에 올려놓고 내 손바닥으로 등을 덮어주면 스르륵 잠이 들기도 했었다. 물론 성격이 예민해서 내가 잘못 만졌다가 물린 애도 있었지만. 정말 키우면 키울수록 햄스터들, 기니피그들의 성격이 다른 동물들과 다를 바 없이 각각 천차만별로 다 다르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이 동물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섬세하고 예민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점점 이 동물들과 사랑에 빠졌던 것 같다. 단순히 인지만 하고 있었던 존재에 대해 내가 몰랐던 일면을 깨닫게 되는 순간, 사람은 사랑에 빠지는 것 같다. 내게 햄스터, 기니피그가 그런 존재였고, 그 존재에 대한 인식은 점점 설치류로 확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