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충격적인 기억

'나의 작은 반려 쥐에게' 두 번째 이야기

by 송희운


정글리안 햄스터를 키우기 전부터 나는 유달리 '설치류'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내가 '쥐'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사실 정확하지는 않다.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어릴 적 마주했던 충격적인 경험이 일조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의 나로서는 어린 시절 겪었던 엄청난 광경으로 인해 내가 몰랐던 미지의 세계 속에 있던 '쥐'를 내 삶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왔던 것이 아닌가 예상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날도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자주 다니던 익숙한 길의 작은 빌라 앞으로 개미떼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 줄을 향해 따라갔고, 그 줄을 따라 빌라 입구를 꺾어져서 들어선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한 어린 생쥐가 살갗이 벗겨진 채로 누워있었고, 그 생쥐의 살갗으로부터 개미떼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 끼치는 이 장면은 어린 시절 나에겐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사고를 당한 것인지, 아니면 사람에게 맞은 것인지 생쥐의 부상은 꽤나 심각해 보였고, 다시 회복될 수 있을만한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생쥐의 살갗이 벗겨진 생살을 득실득실하게 모인 개미떼들이 파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어린 시절의 나는 생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생쥐가 심각하게 다친 상황이라 지금의 나로서도 그 생쥐를 도울 방법은 딱히 생각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희미하지만 약하게 숨을 쉬고 있던 그 생쥐를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개미떼들의 수가 너무 많아서 어린 내가 도저히 손을 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어린 나는 그 득실득실한 개미떼를 치울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뒤돌아서 얼른 그 자리를 뜨려고 해도, 약하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 생쥐가 너무 마음에 밟혔다. 몇 걸음 옮겼다가 다시 돌아가서 그 생쥐 앞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그 생쥐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그 생쥐가 더 괴로워하기 전에 잠시라도 빨리 그 생쥐의 눈을 감게 해주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당시 나로서는 아직은 살아있는 생명의 목숨을 가져간다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아니, 지금의 나라도 똑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난 어쩔 수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로 그 생쥐에게 붙은 개미떼들을 나뭇가지로 조금 떼어준 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내어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와서도 머릿속에서는 힘겹게 숨을 쉬던 생쥐의 모습이 떠나지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되뇌며 계속해서 머릿속에 달라붙는 그 기억을 힘겹게 떼어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일로 인해 나 스스로 '쥐'라는 생명체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더럽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영역에서 항상 쫓겨나야만 하는 생물로 취급되었던 무시무시한 존재인 '쥐'가 상처 입고 헐떡거리면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장면은 어떤 악함이나 선함 이런 기준들을 떠나서 '쥐'가 살아 숨 쉬는 생명을 갖고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러고 나서도 햄스터를 장난감으로 인식하고, 햄스터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생명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기는 했지만) 그때 당시 그 쥐는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어리고 약한 생명이었고, 난 쥐의 그런 모습을 보고 정말 간절하게 도와주고 싶었다. 이후 그 쥐를 도와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여러 마음들이 어우러지고 한데 뒤섞여 내 마음속에 녹아들지 못한 채 여전히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살아 숨 쉬며 그저 존재만 하고 있었을 뿐인데, 우리는 그동안 '쥐'에게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해왔던 것은 아닐까. 아직도 그 어린 생쥐를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뜨끔해진다. 그 생쥐를 도와줄 수는 없었지만, 부디 그 생쥐가 너무 힘들지 않게 갔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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