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공포증으로부터 온 편지

에세이를 시작하면서

by 송희운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지 벌써 7년째, 내년이면 8년 차를 향해 가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메일 쓰는 것이 어렵다. 약간 다른 분야로 이직을 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누군가 봐주지 않으면 메일을 쓰는 것이 불안할 때가 있다.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달까. 중간 입장일 경우, 중도를 지켜서 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이고, 회사의 입장에서 어떤 것을 취할 수 있을지에 따라 메일 내에서 입장을 정확하게 밝혀야 하는데, 나는 일단 일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어 메일 내에서 내 할 말만 급급해지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괜히 나로 인해 문제가 더욱 커질까 봐, 괜히 상대방이 나에게 언성을 높이게 될까 봐, 결정적으로는 상대방으로부터 잔뜩 날이 서있는 메일이나 전화를 받게 될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것인데, 그럴 때는 그야말로 '현타'가 온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사회생활이란 원래 이렇게 정글처럼 다사다난하고 격정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이런 순간들이 올 때마다 쉬이 견디는 것이 참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난 특히 그러하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누군가와의 갈등을 매우 힘들어하며, 무던하지 못한 사람. 가끔 그렇기에 중요한(!) 메일을 보내야 하는 순간이나, 그 메일로부터 답장을 받는 순간에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위가 아파지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나는 왜 메일을 쓰거나 일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까?' 그리고 문득 깨닫게 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더욱 예민하게 반응했던 이유가 상대방이 나에게 보낸 메일을 나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른 이가 나에게 보낸 메일 속 비방 혹은 나에게 걸었던 전화에 담긴 분노를 나는 내 업무 안에서 매듭짓지 못하고, 내 개인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그것은 즉, 나 스스로 잘못된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 더욱 크게 그 이슈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이들보다 더욱 크게 상처와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것은 여전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경험이다.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이 쉬운 일들도 아니었고, 남들에게 쉬이 일어나는 일들도 아닌 말 그대로 특수성을 지닌 일들이었지만, 그 모든 힘들었던 감정들의 원인은 바로 나에게 있었다. 이것은 '나 스스로가 문제'라고 자조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글은 아니다. 이것은 내가 살아서 일을 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덜 다치면서 나 스스로를 아주 조금씩 더 이해하고자 하는 작은 시도이다. 다음 주에 회사를 나가서 또 어떤 일이 벌어져서 나를 힘들게 할지 모르겠지만, 빙빙 제자리를 도는 것 같아 보여도 결국은 조금씩 위로 올라가고 있는 '나 자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해보는 작은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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