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여자가 선사하는 색다른 쾌감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단평

by 송희운


<수어사이드 스쿼드> 개봉 당시 참담했던 영화 중에서도 가장 빛났던 것은 바로 ‘할리 퀸’이었다. 모든 이들의 염원대로 할리 퀸의 솔로 무비는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도착했다. 주저 없이 보는 것을 선택한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은 보는 순간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듯한 쾌감을 선사한 영화였다.

사실 개인적으로 <버즈 오브 프레이>는 영화적으로 엄청나게 잘 만든 수작이라거나 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한 명작까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좋았던 이유는 타격감이 그대로 전달되는 훌륭한 액션씬, 마고 로비=할리퀸으로 바로 대치되는 그녀의 미친듯한 연기력뿐만 아니라 우리가 기존 영화 속에서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색다른 여성상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대학교를 다니면서 배웠던 영화사 속에서 할리우드 느와르 영화 속에서 흔히 묘사되던 여성의 모습은 성녀 혹은 창녀였다. 남성을 보듬고 품어주는 역할로서의 ‘성녀’와 남성을 파멸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창녀’.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존재하는 여성상은 최근 들어서 다양한 영화 속에서 새롭게 변화하는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아직 유효한 것만 같이 보였다. <버즈 오브 프레이>의 여성들은 다르다. 도둑, 마피아, 경찰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캐릭터들이 나오고 그중에서도 할리 퀸은 악당이자 단어 그대로 미친 X으로서 영화 속을 온종일 헤집고 다닌다. 그동안 영화 속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할리 퀸이라는 캐릭터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펼치지 못했던 자신의 성격(?)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이면서 그야말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깽판을 치고 활개 치며 다닌다. 이는 여성 관객들이 한 번도 대중영화 속에서 쉽사리 겪어보지 못했던 색다른 종류의 쾌감을 선사하는데 <원더우먼>에서 ‘원더우먼’이 양지바른 곳(?)에서 보여주는 여성 히어로의 모습이 아닌 항상 여성들이 소모품으로 취급되던 뒷골목 세계에서 어떤 규제나 법 따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음지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할리 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종류의 쾌감이다.

영화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왜 미친 X은 영화 속에서 나오면 안 돼? 미친 것처럼 즐거우면 되었지?” 영화 속 단점인 뜬금없는 사자후와 몬토야 캐릭터가 마음에 걸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즈 오브 프레이>는 여성 관객이라면 충분히 통쾌하고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대중영화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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