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피그, 뿌꾸 (1)

'나의 작은 반려 쥐에게' 다섯 번째 이야기

by 송희운


살면서 키웠던 반려동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기니피그 뿌꾸를 꼽을 것이다. 그만큼 내가 살아온 동안 가장 많이 교감했던 동물이었고, 내가 갖고 있던 설치류에 대한 편견을 바꿀 수 있게 해 준 특별한 동물이었다.


뿌꾸는 사실 이마트에서 데리고 왔었다. 아직도 뿌꾸를 데리고 온 순간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반려동물들을 판매하는 코너에 두~세 마리 기니피그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몸집도 크고 눈 부분도 까만 털로 덮여 있어 훨씬 더 눈에 띄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뿌꾸의 몸집이 다른 기니피그들보다 컸던 것은 온 지 좀 시간이 지나 덩치가 커지다 보니 사람들이 잘 데려가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깜짝 놀라서 동공이 커진 뿌꾸를 데리고 들뜬 마음으로 돌아왔는데, 막상 집에 와서 자세히 보니 병들어 있었다. 귀 한쪽 끝이 바스러져 있었고, 귀에 있는 무좀 같은 것들이 점점 더 위쪽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나을 줄 알고 고쳐줄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점점 증세가 나빠지니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아갔다. 집 주변에는 기니피그를 볼 수 있는 동물병원이 거의 없어 수소문하다가 집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곳으로 뿌꾸를 데리고 갔다. 뿌꾸가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에 있다 보니 곰팡이 같은 질병에 걸려서 그런 것이라는 진단을 받고, 당시에 나는 속상한 마음을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내가 뿌꾸에게 가졌던 마음은 뿌꾸가 병에 걸려 있는데 '말도 하지 못한 채 얼마나 아팠을까?'와 같이 진정으로 뿌꾸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아닌, '나는 왜 멀쩡한 아이가 아닌, 이렇게 아픈 아이를 데리고 왔을까?' 하는 속상함이었다. 마치 마트에서 고민하다가 큰 마음먹고 물건을 샀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그 물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속상해하는 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간단한' 마음이었다. 나는 처음에 뿌꾸를 대할 때 살아있는 그대로가 아닌, 그저 운수 나쁘게 잘못 뽑힌 물건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것은 그때 뿌꾸가 아닌 다른 기니피그를 데리고 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속상함이었다. 그런 생각은 점점 사라지기는 했지만, 사실 뿌꾸를 키우면서 하루 만에 마음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기니피그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적응할 시간을 주기도 전에 뿌꾸를 바로 만졌으며, 기니피그를 키울 환경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뿌꾸 발이 아플 수도 있는 케이지에 키웠었다. 그전에 다른 기니피그를 키웠지만, 그 기니피그를 하루 만에 떠나보낸 뒤 시간이 흘러 뿌꾸를 데리고 왔을 때도 기니피그에 대해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들었던 생각은 '기니피그는 햄스터보다 약하니까 데리고 오지 말아야지'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준비되지 않은 자세를 갖고 있는 나에게 와주고, 오랜 시간 동안 곁을 내준 뿌꾸가 너무 고마울 뿐이다.


우리 집에 머물고, 적응해가면서 뿌꾸는 가족 중 막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머니가 김치냉장고를 열면 자기도 뭐 달라고 막 울음소리를 냈고, 내가 밥을 먹고 있으면 열린 문틈으로 튀어나와 내 허벅지에 작은 손을 얹고 자기도 맛있는 것을 달라고 자기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었다.(내 허벅지에 손을 얹고 나한테 기대고 있으면 꽤 묵직하게 느껴졌다.) 오죽하면, 해외로 출장을 나가신 아버지께서도 영상 통화로 뿌꾸의 얼굴을 보여달라고 하실 정도로 뿌꾸는 우리 집 귀염둥이였다. 골든햄스터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항상 골든 햄스터에게 일방적으로 밥을 주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스스로 먼저 다가와서 밥을 달라고 하는 기니피그는 또 다른 충격이었고, 이 작은 동물들만이 가질 수 있는 소통 방식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뿌꾸가 항상 똑같은 울음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항상 다른 울음소리를 내길래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다른 울음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뿌꾸가 건초와 사료를 먹으면서 '국국, 북북'하는 소리를 내길래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기니피그가 혼잣말을 하는 것이라는 인터넷 검색 결과에 웃음이 크게 터지기도 했다.


그만큼 뿌꾸는 내게 있어서 가장 귀한 반려동물이었고 그렇기에 다른 동물들에게 제대로 주지 못했던 사랑을 줄 수 있었다. 반려동물과 같이 살기 위해서는 키우는 사람이 먼저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모든 반려동물들에게는 각자의 개성과 형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유일무이한 내 '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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