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햄스터, 뭉치

'나의 작은 반려 쥐에게' 네 번째 이야기

by 송희운


여러 마리의 햄스터와 기니피그를 키웠지만, 그중에서도 내 기억에 오래 남는 동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골든햄스터 뭉치와 기니피그 뿌꾸일 것이다. 비교적 가장 최근에 키웠던 동물들이어서 사진이 많이 남아있기도 하고, 그만큼 추억이 많이 남은 동물들이기도 해서 그럴 것이다. 그중에서도 먼저 골든 햄스터 뭉치의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 한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이름을 따라간다고 했던가. 골든햄스터 뭉치는 자기 이름이 걸맞게 엄청난 사고뭉치였다. 철창 문을 열어 탈출하기도 하고, 잠깐 청소하느라고 책상 위에 케이지를 올려놨었는데 쾅하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서 달려가 보니 쳇바퀴를 격하게 돌려서 책상 위에서 케이지가 떨어져서 놀라서 어리둥절한 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기도 하고(지금 생각해보면 뭉치가 안 다쳐서 정말 천만다행일 뿐이다), 몰래 탈출해서 어디 있나 한참 찾았는데 찾고 보니까 옷장 안에 들어있기도 했었다. 옷장 안에서 겨우 발견해 케이지에 넣어놨는데, 어느 날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었다가 자리에 앉으려고 옷 밑단을 만지는 순간, 옷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던지 등등등. 뭉치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수없이 많아서 꽤 오래전에 키웠던 햄스터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에피소드들 겪었던 순간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사실 뭉치가 이렇게 '사고뭉치'인 것은 내가 뭉치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넓고 충분한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골든 햄스터였던 뭉치는 그저 자신의 본능과 특성대로 행동을 해왔던 것인데, 인간은 단순히 자신이 생각하고 바라는 동물상에 골든 햄스터 뭉치를 멋대로 끼워놓고 뭉치를 그저 '사고뭉치'라고만 규정을 해놓았던 것이다.


그래도 뭉치는 참 착한 햄스터였다. 장난치느라고 먹이를 줄 때 꽉 잡고 안 놓아주려고 하면 뭉치는 나를 꽉 깨물 수도 있었는데, 내 손가락이 다치지 않도록 앞이빨로 살살 먹이를 빼가고는 했었다. 그때는 사실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되돌아보니 뭉치가 내게 보여준 행동을 '배려'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인이 애완동물을 배려해주는 것이 아니라, 애완동물이 주인을 배려해주는 생각지도 못한 경험인 것이다. 워낙 순한 햄스터였어서 그런지, 핸들링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 손에서 먹이도 잘 받아먹었고, 내 손으로 잘 올라왔었다. 케이지가 아닌 다른 곳으로 탈출해서 돌아다니다가 나에게 잡힐 때도 뭉치는 순순히 잡혀서 얌전히 돌아오는 순둥순둥 한 햄스터였다.


그렇지만, 뭉치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 짧았고, 이별의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다가왔다. 3년이란 시간이 흐르자, 그렇게 활발하게 돌아다니던 뭉치도 서서히 노화가 들면서 아프기 시작했다. 비쩍 말라서 밥을 잘 먹지 못했고, 볼 주머니 쪽에 먹이를 넣다가 상처가 나서 염증이 생기기도 했었다. 주변에 햄스터를 봐줄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아 겨우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해보려고 했었지만, 너무 나이가 들어서 치료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답을 들었고, 아무런 해결 방법도 찾지 못해 집으로 돌아와 그저 그나마 밥을 먹기 쉽게 만들어주는 것 밖에는 해줄 수 없었다. 뭉치와의 시간은 그렇게 짧고 빠르게 끝났다.


사실 햄스터를 키우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햄스터를 데려온다고 해도,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 보다 훨씬 짧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말에 마음 깊이 공감한다. 그렇지만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이 짧다고 해서, 이 시간들이 다 의미 없고 부질없는 시간들이었을까. 몰랐기에 제대로 된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했었지만, 동물들을 직접 보고 몸소 깨닫게 되면서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되새길 수 있었다. 내가 키웠던 햄스터들이 다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그 햄스터들에게 제대로 된 무언가를 해주지 못했어도 그들은 나에게 자신들이 줄 수 있는 최선의 교감을 해주었다. 햄스터들을 키우는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던 나는 햄스터들에게 단순히 '밥 주는 사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를 배려해주는 뭉치의 모습을 보면서 '햄스터와는 교감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느꼈다. 그 작은 동물들이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지 다 알 수는 없었어도,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 나와 소통을 해주고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