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 매니악 -, 대중성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2> 단평

by 송희운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2> 각 에피소드들의 엔딩 혹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나오는 여러 시리즈 중에서도 유일하게 챙겨보는 시리즈는 바로 <러브, 데스 + 로봇>이다. 첫 번째 시리즈가 워낙 매니악하고 호불호가 갈리고, 그 와중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들도 있다 보니 시즌 1의 전체 작품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시즌 1 중에서도 <독수리자리 너머>와 <구원의 손>과 같은 작품을 좋아해 이 작품들을 주로 반복해서 보는 편이었다. 그러던 중, <러브, 데스 + 로봇>의 시즌 2가 나왔는 소식을 들었다. 기존 시즌 1이 총 18개의 방대한 에피소드로 이뤄진 것에 비해 시즌 2는 절반도 안 되는 8개의 에피소드로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편수도 줄어들었고, 시즌 1의 눈에 띄는 특징인 잔인함과 고어함도 정말 많이 줄어들어 시리즈의 이런 매력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으나 시리즈가 자체가 갖는 나름의 상상력은 여전하다. <러브, 데스 + 로봇> 시즌 2는 나름 엄선된 작품들로 뽑아내어 돌아온 느낌인데 지금부터 각 작품별로 간단히 리뷰해보고자 한다.


<자동 고객 서비스>

젊은 사람들은 하나도 없이 노인들로만 이뤄진 사회에서 로봇들이 제공해주는 노동력을 대가로 평온한 삶을 누리고 있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시작하는 <자동 고객 서비스>. 인간들이 평안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안심하는 순간, 한 노인과 로봇의 갈등이 시작되고 이 갈등이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인간과 로봇 간의 대립이 인간에 대한 로봇의 학살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터미네이터>가 가장 먼저 연상되는데, <터미네이터>에서는 로봇이 모든 인류를 대상으로 학살을 벌였던 것과는 달리, <자동 고객 서비스>에서는 오로지 노인들만 남아있는 사회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지만 동시에 우리의 미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조금은 소름 끼치기도 한다.


<아이스>

시리즈 중 비주 얼으로는 가장 좋았으나, 개인적으로는 가장 별로였던 작품. 머나먼 미래, 새롭게 이주한 곳에서 자리 잡은 형과 동생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형은 동생과 달리 개조하지 않은 신체를 지니고 있어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차별받고, 사회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다룬다. <아이스>는 개조된 인간 혹은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대조되게 그리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서로 힘을 합해 위기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장관을 보는 모습을 보여주며 훈훈한 마무리를 짓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왜 이 사람들의 신체가 개조되었는지, 왜 형은 개조를 선택하지 않은 건지, 도대체 신체 개조가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다짜고짜 시작하는 이야기는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팝 스쿼드>

시즌 2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 인상 깊었던 작품.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는 대신 아이를 낳는 것이 금지된 사회. 아이를 낳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아이를 죽이고 사람들을 처벌하던 경찰은 어느 날, 장난감을 사들고 가는 어떤 여성을 뒤따라가고 그의 집에서 태어난 아이를 보고 그동안 자신이 갖고 있었던 의문을 그에게 던진다. <팝 스쿼드>는 아이를 낳는 대신 젊음을 유지하며 호화로운 삶을 사는 위층과 빈곤한 삶을 살지만 아이를 낳으면서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극단적인 풍경의 대조를 드러내 보인다. <블레이드 러너>와 유사해 보이지만, <블레이드 러너>가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대비를 통해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면 <팝 스쿼드>는 '생명 연장과 생명 번영 사이에서 어떤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길이가 짧다는 게 흠인 작품으로 나중에 더욱 발전된 장편으 다시 보고 싶은 작품.


<황야의 스노>

<팝 스쿼드>가 모든 이들이 불멸의 삶을 사는 미래를 그렸다면, <황야의 스노>는 뜻하지 않게 홀로 불멸의 삶을 살아 다른 이들로부터 타깃이 되는 '스노'라는 남자의 삶을 그린다.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떠나보낸 채 영원히 재생되는 삶을 살아가던 남자는 어느 날 우연히 한 여성을 만나 그와 동행하다가 자신의 은신처로 까지 데리고 온다. '스노'는 오랜 시간 동안 모두들 자신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겨우 마음을 열만 한 사람을 만났지만,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들로 인해 새롭게 만난 여성도 심각한 부상을 당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는 듯했으나, 놀랍게도 그 여성은 로봇으로 신체가 개조된 인간이었고, 각자 홀로 영원히 살아남았어야만 했던 두 사람은 이제 하나가 된다. 영원히 재생하는 인간과 다른 물질로 개조된 인간의 만남은 기본적인 인간의 조건을 벗어난 두 사람이 만나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듯하다.


<풀숲>

마치 스티븐 킹의 단편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의 <풀숲>. 기나긴 풀숲을 지나던 기차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멈춰 서고, 그 기차에 타고 있던 유일한 손님은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던 중 아른거리는 빛을 쫓아 풀숲으로 들어간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빛을 향해 다가가던 손님은 어떤 위험을 느끼고 다시 기차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높은 풀숲에 미로처럼 갇혀버리고 손님의 호기심을 끌던 빛은 이제 손님의 목숨을 위협하는 괴물이 되어 손님을 향해 다가간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가득 풍기며 심장이 졸리는 듯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괴물의 비주얼도 훌륭하나 결정적으로 이 시리즈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드는 작품이긴 하다.


<집 안에서 생긴 일>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고 제목을 바꿔지어도 좋을 것 같은 작품. <집 안에서 생긴 일>은 크리스마스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하나 장르의 성격은 호러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잔뜩 기대하고 있던 아이들은 거실에 몰래 숨어 산타를 기다리나, 그들의 눈 앞에 등장한 것은 산타가 아닌 아이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존재(?)였다. 두려움에 질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산타가 기본적으로 하는 일인 아이들이 착한지 아닌지를 판별해 선물을 주고 떠나는 미지의 존재. <풀숲>과 마찬가지로 이 시리즈와의 연관성은 떨어져 보이나, 산타클로스에 대한 여러 상상력들 중에서도 가장 재기 발랄한 상상력을 지닌 작품으로 아이들이 침대로 돌아와서 "우리가 착한 애들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질문이 일품이다.


<생존의 공간>

시즌 1의 <구원의 손>이 가장 많이 연상되던 작품. <구원의 손>이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이 선사하는 공포를 그려냈다면, <생존의 공간>은 제한된 공간 내에서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인 로봇과의 사투를 그린다. 사실 이 작품은 아이디어 자체가 신선하기보다는 극한의 상황과 적대적인 로봇 존재가 결합하여 선사하는 긴장감을 주축으로 하여 이끌고 가는 작품이다. 이번 시즌 2 작품에서 가장 잔인한 묘사가 등장하나, 스토리나 아이디어 면에서는 가장 평범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거인의 죽음>

어느 날 큰 폭풍이 몰아치고 해변가에 거대한 젊은 거인의 시체가 나타난다.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이 거인 위로 올라와 거인의 시체를 탐험하기 시작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체가 조금씩 부패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거인의 시체로부터 멀어지고 사람들은 거인의 시체를 하나의 장난감처럼 생각하며 훼손하고 마음껏 다루기 시작한다. 미래 사회의 모습과는 상관없는 주제이긴 하나 시즌 2에서 가장 철학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으로 똑같은 신체이지만 압도적인 크기 차이로 인해 인간 신체에 대한 훼손에서 잔인성은 사라지고 묘한 괴리감만 남는다. 인간의 신체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가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시즌 2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가장 적합해 보였다.


이번 시즌 2는 시즌 1에서처럼 로봇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거나 존재의 질문을 던지는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대립하는 구도로 등장하는 빈도수가 늘어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이런 대립 구도는 여러 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주제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2에서는 최대한 이를 뻔하지 않게 그려내려 한다. 시즌 2에서는 시즌 1에서의 잔인성과 고어함은 확실히 줄어들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을 만한 작품들을 사전에 걸러내고, 매니악한 면을 강조하기보다는 조금 더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노력이 보인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고 시리즈 특유의 상상력도 여전하나, 시즌 1이 매니악한 면으로 고유의 팬층을 만들어낸 것처럼 시즌 3에서는 조금 더 뚝심을 갖고 밀어보는 것이 이 시리즈만을 대표하는 특성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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