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되지 못한 자들을 위한 애도

<D.P.>의 이야기가 군인을 다루는 방식에 대하여

by 송희운

※ 본 리뷰에는 <D.P.>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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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통 작가의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 한준희 감독의 <D.P.>가 지난 8월 27일 공개되었다. <D.P.>는 총 6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회차들마다 적당하게 이야기들의 감정선이 분배되어 있어 크게 지루할 틈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회차들이 인상 깊지만, 그중에서도 이 드라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될 1화가 가장 인상 깊었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이 드라마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 그리고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가장 적합한 이야기로 풀어내어 드라마의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지지 않도록 완성된 느낌이다.


<D.P.> 1화의 이야기는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무기력하게 군대로 들어간 준호는 훈련소에서 단순히 키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헌병으로 들어간다. 눈썰미가 좋은 덕분에 우연히 군무 이탈 체포조(D.P.)로 배치된 준호는 첫 번째 임무를 받고 상급자 박성우와 함께 활동하러 나가 바로 탈영병을 잡으러 가려고 하지만,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것에 들뜬 상우로 인해 바로 탈영병을 잡으러 가지 못하고 상우에게 끌려다닌다. 술을 마시다가 잠깐 담배 피우러 나간 사이 준호는 담배를 빌려달라고 하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담뱃불을 빌려준다. 술에 취해 피시방에서 자고 있던 준호는 박범구 중사의 호통치는 전화를 받고, 그로부터 자신들이 잡으려고 했던 탈영병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자신이 라이터를 빌려줬던 사람이 자살한 탈영병이라는 것을 알게 된 준호는 충격을 받고, 자살 소식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상우에게 주먹을 날리며 1화는 끝이 난다.


앞서 1화에는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바가 담겨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는 본격적인 1화가 시작되기 전 등장하는 인트로도 마찬가지이다. 인트로는 어린 남자 아기의 모습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남자 아기가 군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어떤 성장과정을 거치는지 보여준다. 이는 사회에서는 부모님 / 친구들 등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이지만, 군대로 들어가는 순간 사회에서 나눈 모든 관계들이 지워지고 하나의 소모품처럼 취급받는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훈련소에서 훈련받는 모습, 준호가 헌병으로 배치된 이후 그를 대하는 선임의 모습을 통해 조금씩 강화되어 드러난다. 여기에 더해 1화에서 탈영병이 자살하는 순간 짧게 비치는 플래시백은 흔히 말로만 들어오던 군대 내에서의 가혹행위가 한 인간을 얼마나 깊은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군대라는 조직이 갖고 있는 강압적인 체계에서 희생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는 개인의 모순을 보여주면서 이것이 앞으로 <D.P.> 내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문제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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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화에서 이 드라마가 갖고 갈 방향성을 확고하게 보여주었다면 이어지는 2, 3화는 준호와 호열이 어떻게 짝을 이루어 탈영병을 잡으러 가는지 보여준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탈영병들을 추적해나가는 2, 3화는 추리물이라는 장르의 특성 내에서 각 캐릭터의 특징을 드러내는데 집중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병이었던 준호가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와 더불어 자칫 무겁게 가라앉을 수 있는 극의 분위기에 생기를 불어넣는 호열 이 두 캐릭터의 특징을 보여주면서 두 사람이 화합해 하나의 콤비를 이뤄가는 과정은 군대라는 소재가 너무 가볍지도 혹은 너무 진중하게 다뤄지지 않도록 밸런스를 잡아준다. 이렇게 2,3화에서 두 사람이 하나의 콤비로 합쳐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함께 빌드업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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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부터 6화까지 끝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하는 드라마의 중심에는 조석봉 캐릭터가 위치해 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영창에 들어간 자신의 후임을 따스하게 챙기며 "우리는 후임들에게 잘해주자"라며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던 그는 자신을 향해 계속되는 비인격적인 가혹 행위와 학대, 폭력으로 말 그대로 영혼이 망가져 간다. 그가 그러한 대접을 받는 동안, 그를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른 상병들 모두 그가 당하는 가혹행위를 그대로 방치하기만 했으며, 아무도 그에게 괜찮냐고 단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학대의 행위 자체가 자세하게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드라마 속에서 언급되는 모습만 보아도 그가 당했던 가혹행위들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 수 있다. 실제 D.P. 출신이자 원작 작가인 김보통 작가가 원작 내에서 묘사된 가혹 행위들이 실제로 벌어진 가혹 행위들의 수위보다 조금 덜 하게 묘사되었다는 것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를 듣고 나면 실제 군대 내에서 자행되었던 가혹 행위들이 도대체 얼마나 끔찍한 것이었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군대를 묘사하고 있는 다른 작품 내에서도 이런 가혹 행위들에 대한 언급이 비치기는 하나 <D.P.>에서 이러한 묘사들이 더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이러한 행위들이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얼마나 끔찍한 괴물로 만들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6화에서 이르러서 조석봉은 해소되지 않는 분노에 사로잡혀 황장수를 납치해 그를 죽이려고 한다. D.P.가 있었던 헌병대에서 탈영병이 발생했다는 것을 어떻게든 덮기 위해 그가 있었던 헌병대는 그를 잡기 위해 특임대까지 구성해 보내는데, 그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고 그가 괴물로 변했을 때 그를 잡기 위해 병력을 동원한 다는데서 다시 한번 군대라는 조직이 갖고 있는 부조리함이 드러나 보인다. 특임대에 완전히 포위된 조석봉을 향해 준호는 끊임없이 그를 설득하려고 하고, 다른 이들도 그에게 도움을 손길을 건네고자 하지만 조석봉은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D.P.>의 비극적인 엔딩은 단순히 드라마에서만 끝나는 엔딩이 아니다. 우리의 현실 속에서는 이러한 가혹행위에 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수면 위로 드러나 있었지만,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고 이들이 조석봉 캐릭터처럼 극단적인 방법으로 드러내지 않았더라도 그 분노와 아픔을 차마 타인에게 겨누지 못하고 스스로를 향해 자살하고만 경우들도 참으로 많았다.


궁극적으로 <D.P.>가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현실에서 제대로 애도를 받지 못했던 이들에게 보내는 애도이다. <D.P.>는 모든 남성들이 꼭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놓았지만, 막상 그 집단 속으로 들어가 군인이 되었을 때 아무런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소모품으로만 취급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람이었지만,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수 없던 곳. 나라를 지키기 위해 들어갔지만 나라를 지킨다는 명목하게 자신의 인간성을 버려야만 했던 곳. 무조건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에 따라야 하고 각 개인의 사정 따위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 집단. <D.P.>는 이 모든 부조리가 집약된 곳이 바로 군대라고 말한다. 군대 내의 문제들이 여러 번 수면 위로 올라와서 가혹행위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 내에서 터지고 있는 수많은 뉴스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러한 것들이 해결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6화 엔딩에서 준호는 구하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행군하는 군인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며 다르게 살려고 하지만, 이것이 정말 개인이 안고 나갈 수 있는 문제일까에 대한 의문이 계속 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D.P.>는 마지막 쿠키 영상까지 보여주면서 앞으로 이러한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방점을 찍는 것이다.


그렇기에 <D.P.>는 너무 가볍지도 혹은 너무 신파적으로 이야기를 다루지 않으면서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이야기로 완성되었다. 단순히 배경이 군대라서 남성들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군인이 되기 이전에 내가 알 수도 있는 사람의 이야기, 아주 보통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이다. 군대 내부를 다룬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D.P.>는 군인이라는 신분을 떠나서 그 안에서 고통받았던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로 우리가 오랫동안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