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외모'

'나와 내가 아닌 것들의 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

by 송희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의 자존감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성향 자체가 독립적이지 못해서 누군가에게 의존하고자 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했는데, 이러한 의존적인 성향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게 만들었다. 누군가 나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이러한 것들이 내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한 것들이었고, 그에 따라 감정과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오르락내리락했는데,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외모'였다.


어린 시절의 나는 스스로 예쁘다고 별로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다. 면전에서 대놓고 "못생겼다."라는 소리를 딱히 들어본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 우연히 나의 외모에 대해 칭찬하는 이야기를 했다면 나도 모르게 그 말을 계속 곱씹고 생각을 하면서 엄청난 게 집착을 했던 기억이 난다. 외모에 대한 강박은 특히 중학교 때 가장 심해졌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아져가는 시기에 살이 많이 쪘었고, 다른 이들과 다른 내 짝눈에 콤플렉스를 느끼면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는 것에 대해 강하게 추구를 했었다. 내 외모와 다른 이들의 외모를 비교하면서 남들보다 월등하지 못한 나의 외모에 대해 낮은 점수를 줬고, 나 자신이 준 낮은 점수는 내 자존감을 점점 갉아먹어만 갔다. 그 당시의 나는 외모로 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판단하며 나는 세상에서 참으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에게 세뇌시켰던 것 같다.


외모에 대한 강박은 대학교를 가면서 좀 더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났다. 엄청난 콤플렉스였던 짝눈을 어떻게든 극복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했고, 미성년자일 때는 해보지 못했던 화장이라는 영역을 알게 되면서 화장품으로 나 자신의 모습을 커버하고 다녔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에서 화장이 금지되었기에 외모에 대해 집착을 하면서도 화장을 하고 다녀야 한다는 인지를 하지 못했는데, 대학교 시절 화장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외출을 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 중 하나로 화장이 자리를 잡았다. 맨얼굴로 다녔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어디를 나갈 때 화장을 하지 않는다면 마치 벌거벗고 돌아다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집에서 잠깐 시장을 보러 나갈 때에도 화장은 꼭 해야 하는 필수코스로 내게 있어서 화장은 강박적인 것이 되었다. 화장을 하지 않고 나갔을 때는 스스로 위축되었고, 화장을 하지 않은 나의 맨얼굴을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만 같아 신경이 쓰였다. 그렇기에 내가 갖고 있는 나의 맨얼굴을 어떻게 하면 더욱 잘 가릴 수 있을 것인가라고 생각하면서 평생 걸쳐서 다 쓰지도 못할 어마어마한 양의 화장품을 사모으고는 했었다.


내 자신이 외모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을 스스로 해결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였다. 처음에는 이 외모에 대한 강박이 사회가 나에게 주입한 생각이라고만 여겼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나에게 주입한 사상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해도 이것을 어디서부터 내가 극복하고 나가야 하는지는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물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는 아직도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하다. 사회 수많은 곳곳에서는 사람을 내면이 아닌 외면으로만 판가름하는 경우들이 만연하고, 좋고 잘생긴 외모를 갖고 있을 수록 사회를 좀 더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모를 대하는 사회의 부조리함과 모순을 무시하고 내 자신이 갖고 있는 외모에 대한 생각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만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바는 세상이 이 외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던 간에 이 태도를 개인의 것으로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에서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아름다운 외모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가치라고 여긴다고 하더라도, 이를 중요한 가치의 기준으로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모두 개인의 몫이다. 외모를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닌, '나'라는 존재가 갖고 있는 나만의 특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나라는 개인은 이제 세상이 갖고 있는 외모지상주의를 내 안으로 체화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고, 이로 인해 휩쓸리지 않기로 했다. 나와 외모는 같은 가치선상에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겨우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는 '외모는 그저 외모일 뿐'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말을 지지부진하게 늘려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얼마나 외모에 집착해서 살아왔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내 스스로도 이를 되돌아보며 정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내 자신의 존재와 외모는 결코 같은 선상에서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