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좁은 방]에 대한 단상
※ 웹툰 [좁은 방]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카카오 웹툰 [좁은 방]은 미대 입시 준비로 서울에 혼자 올라와 살고 있는 20살 다예를 주인공으로 한 웹툰이다. 학원에서 친구들도 제대로 사귀지 못하고 미술학원 원장이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의사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에 옆집에 사는 남자를 홀로 짝사랑하는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캐릭터이지만 이 캐릭터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갖고 있다. 바로 옆집에 사는 남자를 너무나 짝사랑한 나머지 그가 버린 쓰레기를 주워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혼자 서울에 올라와서 친구도 없이 외로이 지내는 다예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원장밖에 없었다.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원장과 학원에서 아무하고도 어울리지 못한 채 외로움을 깊이 느끼던 다예는 우연히 마주친 자신의 옆집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만다. 처음에 그에 대한 마음은 아주 작은 것에 불과했으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원장이 계속 질척거리고 같은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화장실에 갈 때마다 자신을 안주거리 삼아 씹어버리자 다예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옆집 남자가 버린 담배꽁초를 주워 자신의 집으로 가져온다. 사실 이전부터 다예가 옆집 남자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하는 행동들은 이미 비정상적인 것들이었다. 옆집 남자의 우편함을 뒤져 그의 이름을 알아내고, 알아낸 그의 이름으로 SNS를 뒤져 그에 대한 정보들을 더욱 캐내기 위해 애썼다. 다예의 이러한 행동들은 보는 이들에게 불편함을 자아낸다. 그것은 다예에게 치근덕거리던 원장의 행동과 다를 바 없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자, 동시에 기본적인 상식의 범위를 벗어난 행동에 대한 불쾌함이다. 어쩌면 이는 사람들이 상상으로는 이미 한 번씩 해봤던 행동들을 다예가 실제로 옮기는 것에 대한 불쾌함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다예의 비상식적인 행동들은 도를 넘기 시작하고 급기야 그가 버린 쓰레기를 모으는 것에 이르렀다. 다예가 옆집 남자가 버린 쓰레기를 자신의 집으로 소중히 들고 온 순간, 다예가 먹고 자고 쉬는 공간이었던 그의 방은 그의 욕망을 숨기기 위한 공간으로 변모한다. 다예의 은밀하고 음침한 욕망은 그의 방에 점점 쌓여가고 그는 그 행위 자체에 재미를 느끼면서 점점 더 일반인의 범주를 벗어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예는 자신의 집 앞에 만취한 채로 쓰러져 있는 옆집 남자를 마주친다. 남자를 부축해주려던 다예는 남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져버리고, 남자는 술에 취한 채 일어나 자신의 집 비밀번호를 열고 겨우 들어가지만 이내 다시 쓰러져 토하고 만다. 다예는 남자에 대해 걱정되는 마음과 항상 상상만 해오던 남자의 개인적인 공간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뒤섞여 다예는 남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다예는 한 여자에 대한 엄청난 스토킹의 흔적과 스토킹 하는 대상에 대한 남자의 분노를 보게 된다. 남자의 방 실상에 충격받은 다예는 뒷걸음질 치다가 화장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과 마주치고 이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자신이 모았던 남자의 담뱃갑, 담배꽁초, 티백들을 보고 구토한다.
인간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아주 최소한의 공간만 존재한 채 여유라고는 없는 '좁은 방'은 이 웹툰 속에서 각 개인이 욕망을 쌓고 숨기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다른 이에게 들키지 않는 이상 철저하게 밀폐된 그 공간은 각 개인이 무엇을 하든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지만,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짝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남자가 버린 흔적들을 모으고 있던 다예,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도 폭력적인 집착을 보인 옆집 남자. 모두 자신 마음속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좁은 방' 밖으로 자신의 욕망을 넘쳐 흘려보낸 이들이다. [좁은 방]의 다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욕망을 마음속에 쌓고 그 욕망을 바깥으로 터뜨릴 뻔했지만, 옆집 남자의 끔찍한 진실이 자신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욕망을 겨우 잠재울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예의 욕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옆집 남자와 같은 모습이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마음속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게 숨겨버렸지만 웹툰 속 한 장면처럼 입시를 준비하던 겨울이 돌아와 바닥에 쌓인 하얀 눈이 까맣게 질척거릴 때쯤 자신의 억압된 욕망과 어두운 과거를 다시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좁은 방]은 다양한 인간들 군상 중에서도 아주 일부분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일부분에서 드러나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통찰력으로 모든 인간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것은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이고, 모든 인간의 마음속 어딘가에는 자신만의 좁은 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단지 이를 자신의 내면에 잘 숨기고 있느냐 혹은 이를 주체하지 못하고 바깥으로 넘쳐흐르게 만드느냐에 따라 인간다운 인간 즉, 윤리적인 인간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로 나뉠 것이다. 웹툰을 읽고 있는 우리는 어디 쪽일까? 욕망을 어딘가에 잘 숨기고 있을까 혹은 나도 모르게 다예처럼 되고 있지는 않을까. 나를 포함해서 웹툰을 보는 이들 모두 한 번쯤은 돌아봐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