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에 들어가 아기를 키운 지 벌써 일 년이 훌쩍 지나갔다. 식상한 말이지만 육아휴직에 들어간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기가 돌이 지나 다시 회사에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 오다니 믿을 수가 없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복직을 일주일도 남겨두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쓰고 있는 따끈따끈한 글이다.) 사실 내 주변에는 일하면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나와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혹은 결혼해서 아기를 낳아 키우고 있다고 해도 일을 동시에 병행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게 있어서 육아도 하고 일도 하는 워킹맘이 된다는 것은 처음으로 아기를 낳아 키우는 것만큼이나 엄청나게 긴장되는 일이 되어버렸다.
내가 워킹맘이 되는 것이 두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일을 하는 것과 아기를 키우는 것 사이에서 내가 과연 제대로 된 균형을 잡는 것이 가능할까?'에 대한 두려움이다. 아기를 낳기 전 출근하는 5일 중 3일 이상을 꼭 야근하고 평일에는 거의 일에 완전히 매진되어서 살았던 내가 아기를 낳은 지금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정말 감사하게도 부모님께서 아기를 봐주시겠다고 하셨기 때문에 내가 일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아기를 돌봐주는 것에 대한 걱정은 덜었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남편에게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듣고 살았던 내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것이다.
사실 이러한 두려움의 근원은 내가 자라오는 동안 미디어 속에서 수없이 봐왔던 워킹맘들에게 부당하게 대한 회사들을 다룬 소식들을 본 영향도 크다. 육아휴직 한 이후 아예 회사에 복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에서부터, 회사로 복직했을 때 무턱대고 주어지는 불합리한 업무 등등등. 지금보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분노하기에만 바빴었는데, 당장 내 앞에 닥친 상황이 되자 이제는 내가 직접 겪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다가왔다. 감사하게도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1년이란 육아 휴직 기간에 대해서도 별말이 없었고, 복직을 앞두고 미팅을 했을 때도 임원진으로부터 돌아와 줘서 고맙다는 이야기까지 듣기도 했었다. 내게는 정말로 다행인 상황이지만 사실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육아휴직 후 복귀에 대해 다시 받아주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도 참으로 이상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나라가 육아휴직 후 복귀 즉,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이 공백이 되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기조들이 너무 많이 깔려있고 이것이 단순히 기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수많은 회사에서 이를 부당한 방식으로 실행하고 있다 보니 내게도 회사의 반응이 감사한 것이 되어 버렸다. 이 분위기 속에서 내가 만약에 회사에 복귀해서 이전만큼 일에 매진해서 일하지 않았을 때 겪을지도 모르는 회사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를 더욱 두렵게 만드는 것만 같다.
복직이 특히나 두려웠던 또 다른 이유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아기를 키우는 것도 쉽지 않을 일인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무엇이든 처음 하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다. 아니, 어떤 이들은 이 처음이 덜 힘들 수도 있겠지만 낯설고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 나로서는 이 처음 가는 길이 너무나 어렵고 두렵다. 그러다 임신 막달이 되었을 때 '밤에 잠을 세 시간씩도 안자는 신생아를 어떻게 키우지?'라고 막막해졌던 기억이 문득 났다. 처음으로 신생아를 키우는 것도 얼마나 막막했던 일이었는가. 아기에게 처음으로 이유식을 주기 시작했을 때는? 또 아기가 이유식을 먹지 않아 삼시세끼 아기가 먹는 반찬 따로 어른들이 먹는 반찬 따로 매일매일 해야 했을 때는? 아기를 키우는 모든 첫 과정들이 해보기 전에는 난이도가 극악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고 조금씩 적응이 되다 보니 난이도가 점점 낮아져서 겪어보기 전만큼 어려운 일들은 아니게 되었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는 하는 것은 분류가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적응되어 있지 않을까.
나 하나가 복직하는 것으로 인해 부모님께서 고생하셔야 하고, 또 주양육자인 내가 아기에게 많은 시간을 쏟지 못하게 되어 부모님과 아기에게 모두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아기와 우리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더 풍족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일은 계속해보고 싶다. 단순히 나 하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뒷받침해주고 사회 속에서는 회사의 일원으로서 내게 주어진 업무를 해나가는 것. 나의 삶 속에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이 추가되니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가도 이렇게 나외에 다른 이들을 하나씩 책임을 지는 것이 또 다른 의미에서의 어른인가 싶기도 하다. 부모님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잘해드리고, 아기에게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최선을 다해 놀아주고 아기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준다면 아직 어린 아기도 조금쯤은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내 눈에만 띄는 수없이 많은 못할 것 같은 일들에 대한 초점을 벗어나 내가 지금 하나씩 해나가고 있는 것들에게 초점을 맞춰 나간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괜찮은 진짜 '워킹맘'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