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뜻밖의 힘듦

by 송희운


복직하고 진정한 워킹맘이 된 지 벌써 4주가 되어간다. 회사에 어떻게 적응하나 걱정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나도 모르는 사이 벌써 적응해서 정신없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 거의 1년 만에 일하는 회사일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그래도 꽤나 오랜 시간 동안 해왔던 일이라 그런지 빠르게 적응했다. 물론 일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 이슈는 언제 어디서나 갑작스럽게 터졌고, 동시에 나의 멘탈도 함께 나갔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빠르게 극복하고 조금씩 해결해나가면서 거의 다 적응을 한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회사에서 해결해야 할 이슈들은 여전히 남아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테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해결될 일들이기 때문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아기를 돌보는 것도 내가 생각한 것보단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돌이 지나서 그런지 어느 정도 생활 패턴이 규칙적으로 잡혔고, 그 덕분에 아기는 내가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을 때 오랜 시간 동안 깨어있지 않고 8시 ~ 8시 반 사이에는 칭얼거리지도 않고 스르륵 잠이 든다. 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일을 다니는 걸 아기가 알아서 잠에 들어주는 것 같아 기특한 마음마저 들기도 했다. 물론 아기가 새벽에 깨서 칭얼거릴 때도 있어 그럴 때는 비몽사몽 한 상태로 일어나 토닥여주다가 나도 옆에서 잠이 들고는 한다. 이 정도는 1년 동안 아기를 키우면서 내 수면 패턴이 이러한 상황에 익숙해져 있기에 크게 문제 되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워킹맘'으로서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 지점은 정작 따로 있었다. 아기를 키우는데 체력적으로 힘든 것만을 걱정했던 내게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종류의 힘듦이 느껴진 것이다. 아기를 봐주시던 어머니가 집에 도착하신 뒤에 잠깐 통화를 하던 중 어머니에게 아기가 잠들기 전까지 내게 껌딱지처럼 붙어있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때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엄마가 그리웠나 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정말 울컥했다. 처음 세상에 태어나서 엄마가 거의 하루 종일 돌봐주고 고개를 돌리면 엄마가 언제나 곁에 있었는데, 이제는 옆에 내가 없고 아침부터 나갔다가 밤에 들어오니 아기가 대체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던 걸까. 그래서 내가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나를 보고 그렇게 좋아하고 기뻐하며 반가워하는 걸까. 그전에는 집에 돌아와서 아기가 자면 '드디어 육퇴다!'라고 생각하면서 남은 살림을 잠깐 하고 아무런 생각 없이 쉬고는 했었는데, 이제는 자는 아기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어떤 아동 정신과 교수님은 일하는 엄마들이 집에 돌아와서 아기와 30분만 집중해서 놀아줘도 충분하다고 하셨는데, 내 마음은 과연 이 시간 갖고 충분한 것일까 하는 미안한 마음부터 든다.


이러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게 파고들면서 내가 아기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슬픈 마음마저도 든다. 일이 한꺼번에 너무 몰려서 피곤했던 날 밤 아기가 새벽 3~4시 사이에 깨서 뒤척였을 때 왜 좀 더 다정하게 달래주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마저 든다. 이전에 느꼈던 자책감은 '내가 아기를 잘 몰랐던 것'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내 욕심 때문에 아기를 돌보는 의무를 저버린 것은 아닌가'에 대한 자책감인 듯하다. 어머니께서 몸이 별로 좋지 않으셔서 아기를 돌보는데 힘이 드시는 것도 마음이 좋지 않아 일을 하는 게 맞는 건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 "여자는 꼭 직업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문득, 왜 엄마만이 이런 느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스스로 일하는 나 자신을 이기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 내가 아빠였다면 과연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과거와 달리 시대가 지나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은 이제 남자와 여자 모두 느끼고 있지만, 아기를 돌보고 키우는 것에 대한 책임감은 여전히 여자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듯하다.


이런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서 내가 아기에게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10개월이란 시간 동안 뱃속에서 품고 1년이란 시간 동안 밤낮으로 아기를 보살펴왔으니 내가 지금 아기에게 느끼는 감정은 애틋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순히 내 욕심만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리고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내게 주어진 책임을 최선을 다해 완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아기가 이해해주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 일도 살림도 육아도 단 하나의 빈틈없이 완벽하게 해내는 슈퍼맘까지는 아닐지라도, '일하는 엄마'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랑스러워해 주길. 그리고 이제는 내가 부쩍 커서 출근하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아기를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아니라, 흐뭇하고 기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