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에는 돈이 든다.

by 송희운


벌써 아기를 키운 지 1년이 넘었다. 1년이란 시간 동안 좌충우돌하고 헤매면서 아기를 키워왔는데, 이제는 제법 나 스스로도 엄마 티가 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기를 키우다 보니 아기와 관련해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상황들이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놀랐던 것은 아기를 키우는 데에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든다는 것이었다.


아기를 낳기 위해 입원한 병원비, 산후조리원 비용은 사실 약과에 불과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이 세상에 처음으로 존재하는 아기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어마어마해진다. 우선 아무런 면역을 갖추지 못한 채로 태어난 아기를 위해 개월 수에 맞춰 예방 접종을 해줘야 한다. 이 예방 접종의 종류도 정말 많은데, 대부분은 국가에서 무료로 접종해주는 것들이 많지만 국가가 필수로 정한 것이 아닌 것을 다른 병을 예방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맞혀야 하는 경우에는 생각지도 못한 비용이 쑥 나간다. 보통 이런 비급여 항목들의 주사는 한번 놓을 때 10만 원 ~ 15만 원 선이며 어떤 예방 접종은 한 번만 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을 더 맞혀야 하는 경우들도 있다. 이렇게 국가에서 필수로 맞혀야 한다고 지정된 것 외에 추가로 접종 비용이 드는 경우, 어떤 부모들은 주사를 맞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소아과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기도 했다.


예방 접종 주사를 맞히는 것 외에도 아기에게 가장 기본적인 분유, 기저귀 값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비싸다. 나는 조리원에서부터 먹였던 기본적인 분유가 다행히 아기에게 잘 맞아 같은 분유를 계속해서 구매해서 사용했지만, 만약에 아기에게 분유가 맞지 않아 배앓이를 해서 분유를 바꿔야 할 경우에는 맞는 분유를 찾을 때까지 새로운 분유를 계속해서 사야만 한다. 가격대가 높은 분유 중 하나는 한 통당 거의 6만 원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기에게 이 분유가 잘 맞을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구매를 해야만 한다. 기저귀는 마트에 있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브랜드들의 제품 가격을 보면 깜짝 놀랄 수도 있다. '이게 이렇게 비쌌단 말이야?' 여기에 아기의 몸집이 커질수록 개당 기저귀 값은 비싸진다. 물론 대중적인 브랜드가 아닌 좀 더 좋고 고급으로 알려진 기저귀일 경우 더욱 가격대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아기의 분유, 기저귀 값만 든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분유를 담을 젖병, 이 젖병을 소독해서 놓을 젖병소독기 등등등. 요즘은 이전보다 시대가 좋아져서 분유를 자동으로 타주는 분유 제조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러한 분유 제조기들의 가격도 정말 만만치가 않다. (웬만한 가전제품 이상으로 값이 나간다.) 아기가 조금 커서 분유가 아닌 이유식을 먹게 되면 이유식을 만들기 위한 음식 재료들을 구매해야 하고 이 재료들을 담을 그릇들과 이유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구들, 아기의 영양 섭취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간식(퓌레, 떡뻥 등)을 구매해야 한다. 먹는 것 외에도 커가면서 아기가 노는데 필요한 장난감들의 비용도 꽤 값이 나간다. 자라나는 아기의 신체 활동을 자극해줄 수 있는 다양한 장난감들의 가격대는 천차만별인데 그중에서 내가 제일 깜짝 놀랐던 것은 쏘서의 가격이었다. 인터넷에서 자주 본 쏘서의 가격 중 제일 비쌌던 것은 25만 원이었다. 장난감이 무려 25만 원이라니. 엄청난 가격이다 보니 아기들 장난감을 대부분 중고로 구입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새 제품보다는 저렴하지만 그래도 그 가격대는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카시트와 유모차는 이미 유아 용품들 중에서도 워낙 비싸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굳이 내가 언급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아기를 갖기 전 결혼해서 약 10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오로지 남편과 나 둘이서만 쓰는 생활비에 익숙했던 우리는 아기를 낳고부터 난 뒤에 쓰는 생활비를 보자 정말 깜짝 놀랐다. 1인분의 비용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범위에서 비용이 쑥쑥 나갔고, 앞으로 이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물론 아기를 키우는데 온전히 우리의 비용만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감사하게도 부모님께서 손주를 예뻐하셔서 필요한 물건들을 자주 사주기도 하시고,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육아지원사업이 잘 갖춰져 있어서 매달 정기적인 금액을 내가 속한 구에서 받아 사용하고 있다. 각자 있는 곳마다 정책이 다르겠지만 서울시는 내가 아기를 낳았을 당시 출생축하용품 비용으로 10만 원 정도 지원해주었고, 내가 있는 구에서도 출산축하금을 10만 원 지급해주었다. 이뿐만 아니라 시간제 보육 교사 비용 지원 등 다양한 육아 지원 사업들이 존재하지만 내가 한 가지 더 느꼈던 것은 이러한 다양한 지원 제도들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이 지원금들을 훨씬 더 넘어선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앞서 이야기했던 아기에게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예방 접종 주사만 맞힌다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였다. 소아과 선생님은 왜 그들이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예방 접종 주사만 맞히는지 말씀하지는 않으셨지만, 아기를 키우고 있는 나는 그들이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아기에게 맞추지 않는 주사로 인해 혹시나 아기에게 어떤 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잠깐 들었지만 그들도 왜 그러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나도 처음 아기에게 주사를 맞혔을 때, 생각보다 크게 드는 비용에 당황하지 않았던가. 그들이 아기를 키우는 부모이기 때문에 아기에게 어떤 것을 맞힐지는 선택은 온전히 그들의 몫이고 나의 어떤 편협한 기준으로서는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들의 마음이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아기가 뱃속에서 자라는 10개월 동안 아기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며 자라는 동안 나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기가 태어나서 있을 공간과 물질적인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정작 세상에 나온 아기에게 어떤 마음가짐과 어떠한 태도로 대해야 할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 뱃속으로부터 나온 한 생명을 모두 책임지고 아기가 스스로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보살핀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아기가 자라날 수 있도록 잘 재우고 먹이고 돌봐주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을 온전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책임에는 돈이 든다. 돈이 아기를 모두 책임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아기를 키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아기를 키우려고 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아기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추상적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이것은 겁을 줘서 아기를 낳지 못하게 하려는 말이 아닌, 그 길이 얼마나 가기 어려운지 정확하게 알려주고자 함이며 그 길이 험한지를 보고서라도 가기로 결심했다면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을 기꺼이 응원해주고자 함이다. 앞으로 내게 평생 주어질 책임이 얼마나 나에게 무겁게 느껴질지는 아직 와닿지는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좋은 것들을 해주면서 키워보고 싶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한 사랑을 주고 끝까지 책임을 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