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월간 공군] 8월호에 기재되었던 원고입니다.
23년 6월 개봉한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사실 애니메이션 1편은 국내에서는 크게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극장에서 내려간 이후 오히려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시리즈 2편인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을 때, 전작과 달리 개봉 전부터 작품에 대한 사람들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었었다. 개인적으로도 이 작품은 23년도에 개봉하는 영화들 중에서 가장 기대했던 작품들 중 하나였다. 전작을 너무 좋아해 몇 번이나 다시 봤지만, 이 좋은 작품을 극장에서 거대한 스크린으로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었다. 이번 2편은 영화관에서 관람하고 나왔을 때 정말 내가 기대했던 만큼, 아니 오히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작품이었다. 딱 한 가지 단점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 부분은 뒤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고 난 뒤 1편의 주인공 마일스는 진정한 스파이더맨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그러던 그의 앞에 그리워하던 친구 그웬이 나타나고 자신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적인 스팟이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모든 유니버스를 위협하기 시작하자 마일스는 그웬과 함께 스팟을 잡으려고 한다. 그러던 중 마일스는 그웬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모든 스파이더맨들이 모여 있는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로 들어가고, 거기서 마일스가 다른 이를 구한 사건으로 인해 한 차원이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 이후 마일스는 자신의 아버지가 스팟에게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막으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스파이더맨으로 거듭나기 위한 공식 설정 사건이기 때문에 그를 도울 수 없다는 모든 스파이더맨들과 대립하기 시작한다.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이전 작품에서도 주인공은 항상 이방인처럼 그려진 존재였다. 그는 1편에서도 슈퍼히어로이지만 자신의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존재였으며, 다른 스파이더맨들로부터 방해물 취급받고 동정받는 존재였다. 하지만 마일스는 일련의 시련을 통해 성장하였고, 자신만의 힘을 새롭게 각성해 자신의 세계를 지켜내는 데 성공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1편에서 스파이더맨으로서의 힘을 각성하고 빌딩 아래로 뛰어내리는 마일스의 모습은 단순히 화면만 멋지게 연출된 것이 아니라, 마일스가 자신을 작고 하찮게 여겼던 세상에 맞서 뛰어들면서 자신의 힘과 가치를 증명해 보인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도 마일스의 시련은 계속된다. 이번 마일스의 시련은 조금 더 혹독하게 다가오는데, 모든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을 적으로 두게 되었고, 그중에는 전편에서 자신과 함께 세상을 구했던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전 편에서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자신과 대립하는 관계에 있었다면 이번 편에서는 그를 제외한 모든 우주의 사람들이 자신과 적대적인 관계가 되어 그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사실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항상 마일스에게 ‘그가 진정 스파이더맨 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왔다. 완전한 슈퍼히어로가 되지 못했던 1편에서도 그랬고, 이번 편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우주에서 마일스가 사실 스파이더맨이 될 존재가 아니었다는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그랬다. 스파이더맨 2099는 마일스에게 네가 스파이더맨이 되는 바람에 그 세계 있었던 스파이더맨이 죽음을 맞이했다고 말하고, 너는 애초부터 스파이더맨이 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드러낸다. 스파이더맨 2099가 말하는 진실은 사실 마일스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이다. 1편에서 겨우 자기 자신의 존재가 가진 의미와 정체성을 되찾았지만, 이번 편에서는 그가 스스로 내린 ‘나는 스파이더맨이다’라는 답의 뿌리를 아예 뒤흔들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일스는 자기 자신이 가진 가치를 믿었다. 그렇기에 타인이 나를 정의하는 자격에 대해 굴하지 않고, 자기 자신이 내리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정의를 믿고 나아갔다. 자신이 살고 있었던 건물들 위로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린 것처럼, 마일스는 이번 편에서도 자기 자신이 믿고 있는 정의를 위해 자신을 쫓아오는 모든 다른 스파이더맨들을 뒤로하고 우주로 올라가는 기차에서 지구 위로 뛰어내린다. 1편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에서 조금 더 성장한 청소년이 되었다면, 이번 편에서 마일스는 조금 불안정하지만 나름대로의 신념을 믿고 나아가는 어른이 되기 위해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갖고 나아간다.
그렇기에 그가 위험에 처한 자신의 아버지를 어떻게 구할 것이며, 다른 스파이더맨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고, 또 다른 우주에서 마주친 프라울러가 된 자기 자신에게 처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더욱 궁금해진다. 사실 이번 편의 모든 부분들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기에 앞으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개봉할 <스파이더맨 : 비욘드 더 유니버스>를 기다려야 한다는 이 딱 한 가지 사실이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