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 단평
※ 이 리뷰는 <투게더>의 결말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장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투게더>가 9월 3일 개봉하였다. 영화의 개봉 소식이 들려왔을 때부터 호러 영화 팬으로서 아주 기대하고 있었던 작품 중 하나였는데, 다른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다소 독특한 바디 호러라는 점 때문이었다. 바디 호러는 보통 온전했던 자신의 신체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그 신체가 어떠한 방식으로 훼손되는지를 보여주는 편인데, <투게더>는 바디 호러 장르에 속하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이 다소 독특하다. 등장인물들은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체가 온전해지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지만, 서로 커플인 두 사람의 신체가 하나로 붙어버린다는 공포를 보여주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고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투게더>의 대략적인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만난 지 10년 정도 된 아주 오래된 커플인 팀과 밀리는 시골로 이사 간다. 기타리스트지만 선생님인 밀리의 직장을 따라 이사 간 팀은 운전을 못해 그곳에서 더욱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근처를 산책하던 팀과 밀리는 폭우가 쏟아져 숲 속을 헤매던 중 이상한 동굴에 떨어진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빠져나가지 못하던 중 팀은 목이 말라 동굴 안 기이한 우물에 있는 물을 마신다. 그 이후 팀에게는 점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동굴에서 하룻밤을 보낸 날, 두 사람의 다리가 서로 붙어버리는 것부터 시작해 팀과 밀리의 신체가 접촉하는 순간 두 사람의 몸은 붙어버린다. 팀이 밀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해도 멀리 떨어지지 못하고 다시 밀리의 곁으로 돌아와 맴돌게 된다. 가까이 있을수록 서로 붙어가던 두 사람의 몸은 이제 서로의 신체가 하나로 합쳐져 버리는 끔찍한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영화의 결말까지 다다르지 않더라도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눈치챌 수 있다. 그것은 결혼을 앞둔 남녀가 느끼는 정서적 불안, 혼란 상태인 ‘메리지 블루’이다. 팀과 밀리는 오래된 커플이지만,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특히 팀은 선생님이란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밀리에 비해 사회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인정받지 못한 직업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팀이 자격지심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며, 영화 초반 밀리가 팀에게 친구들이 커플룩 맞춰 입은 것을 귀엽다고 말했다고 전하자 팀이 다른 겉옷으로 갈아입고 방에서 나온 것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시골로 내려가기 전 친구들이 열어준 파티에서 팀이 밀리가 한 청혼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버버 한 것도 팀이 느끼는 ‘메리지 블루’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팀에게 있어 결혼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불안 때문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밀리에 비해 안정적이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기타리스트라는 직업 외에도 팀은 운전면허도 없어서 다른 곳으로 나가려고 해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조차 없다. 밀리의 직장 동료가 집에 초대되어 함께 식사를 할 때 나온 대화에서도 팀은 자신이 밀리와 함께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여기에 갇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팀은 이사 온 곳에서 본래의 자신의 진정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팀의 모습은 단순히 '메리지 블루'라고 지칭하는 것 외에도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결혼 자체에 대한 공포이다.
숲 속을 헤매다가 갑작스럽게 떨어진 동굴에서 팀은 밀리에게 자신의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처음으로 이야기해 준다. 팀은 부모님을 급작스럽게 잃었다. 아버지가 주무시던 중 갑자기 심장 마비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것을 보고 미쳐버려 썩어가고 있는 자신의 남편 옆에 앉아 울고 있다가 나중에 돌아가셨다. 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팀에게 결혼은 공포스러운 것이 되었다. 즉, 그에게 있어 결혼은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과 동시에 결혼의 끝이 오직 죽음뿐이라는 인식이 심어졌다. 여러 가지 이유와 맞물려 팀의 불안정성이 더욱 악화되었고, 그가 기이한 우물물에 지배받는 것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팀과 달리는 밀리는 적극적으로 결혼하고 싶어 한다. 공개 프로포즈 장면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밀리는 팀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하지만 밀리도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밀리가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만큼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 보았을 때, 다른 이들에게 팀을 파트너라고 소개하는 것보다는 남편으로 소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다른 동료 교사와 함께 나눈 대화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밀리는 팀과의 결혼을 통해 안정성을 찾고 싶어 하지만, 팀은 밀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안정적이고 차분한 사람이 아니었다. 팀을 사랑하는 만큼 그를 존중해주려고 하지만, 밀리는 점점 더 불안정해 보이는 팀에게 지쳐가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결혼은 죽음과도 같이 묘사된다. 팀이 이상한 물을 먹었던 동굴도 무덤같이 묘사되는데 이곳은 사이비 종교의 예배당이었던 곳으로 보통 교회에서 많이 치러지는 결혼식에 대한 변주처럼 보인다. 붙어버린 서로의 몸을 억지로 떼어내고 병원으로 가기 위해 동료 교사 집에 두고 온 차키를 찾으러 간 밀리는 동료 교사의 집에서 그 동굴에 대한 정체를 알게 된다. 동료 교사의 방에 비디오테이프가 틀어져 있고, 그 비디오 속에서는 어떤 장소에서 의문의 의식이 행해지는 것이 보인다. 테이프 속에서 두 명의 남자는 의식을 행하기 전 어떤 서약을 하고 이후 기이한 우물에서 물을 꺼내 같이 마신다. 이윽고 두 사람의 팔목에 길게 상처를 내고 두 사림의 몸이 합쳐지는 것처럼 묘사되며 테이프가 끝난다. 이 의식은 결혼 의식을 완전히 뒤틀어서 보여주고 있다. 결혼식 주례에서 흔히 말하는 '한 몸이 된다'는 비유는 이 영화에서 정말로 서로 한 몸이 되어가는 과정처럼 묘사된다. 팀과 밀리는 붙지 않기 위해서 서로 따로 잠들기 시작하는데, 잠자던 중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서로에게 붙어가고 이 과정에서 서로의 팔이 합쳐진다. 서로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안김힘을 쓰는 두 사람의 모습은 결혼하기 전 개인으로서 각자의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남녀가 결혼이라는 제도로 들어가기 전 자신의 모습을 지워버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팀과 밀리는 극한의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다. 영화 속에서 밀리가 팀에게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팀도 밀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팀은 오직 죽음만이 서로의 몸이 붙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죽음을 택하려고 했지만, 밀리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죽어가고 있었기에 밀리를 살리기 위해 그를 부축해 집안으로 들어간다. 기절했다가 깨어난 밀리는 팀이 자신을 안고 집안으로 들어오느라 자신과 팀의 몸이 붙어버린 것을 본다. 이들은 이제 하나로 합쳐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팀은 결혼식 날에 틀으려고 했다는 스파이스 걸즈의 노래를 틀고 두 사람은 모든 옷을 벗고 서로의 신체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받아들인다. 이윽고 주말에 찾아오기로 했던 밀리의 부모님이 밀리의 집을 두드리고 집안에 있던 사람이 문을 열자 팀과 밀리의 얼굴을 반반씩 닮은 것처럼 생긴 새로운 인물이 밀리의 부모님을 맞이한다.
이 엔딩은 참으로 묘하다. 엔딩에 등장한 인물은 팀과 밀리의 자식을 상징한다. 팀과 밀리 두 사람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자식이 새로운 생명을 갖고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홀로 살았던 내 모습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 같고, 특히 자식을 낳는 순간 내가 살아왔던 나의 삶이 뒤집혀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물론 이 말이 100% 틀린 말은 아니다.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는 순간 기존에 나의 삶은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갖게 된다. 이 영화는 결혼을 앞둔 커플이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지는 결혼에 대한 불안을 바디 호러라는 장르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결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사이비 종교는 바디 호러라는 장르적인 설득력을 위해 이용한 장치에 불과하다. 이 영화는 궁극적으로 나와 다른 이와 평생 함께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바디 호러에 빗대어 묘사하는 것일 뿐, 두 사람이 결혼에 성공해서 아이까지 가졌다는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결혼을 다룬 가장 작품 중 가장 신선한 로맨틱 코미디(!)로 꼽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