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완결성, 경험의 쾌감을 모두 잡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단평

by 송희운

※ 이 리뷰는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의 결말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4일 개봉한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동명의 만화인 [체인소 맨]을 원작으로 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2022년 넷플릭스를 통해 애니메이션 1기가 공개되었고, 워낙 유명한 원작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만큼 공개 당시에도 크게 화제가 되었던 바 있다. 당시 1기 마지막 편인 12화 엔딩에서 원작의 레제 에피소드를 예고하는 듯한 장면이 짧게 나와있는데, 아직 2기의 공개 일자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당 에피소드는 극장판으로 따로 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듯하다.


개인적으로 [체인소맨]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니메이션도 즐겁게 보았지만, 이번 극장판에 대한 만족감이 굉장히 높았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애니메이션 1기 12화 마지막 장면인 덴지의 꿈에서부터 시작한다. 해당 영화를 관람하러 오는 관객들은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 혹은 만화책을 섭렵하고 오는 인물들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 초반부터 등장인물 소개, 애니메이션 속 설정을 보여주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바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덴지의 꿈 이후 덴지의 버디인 파워가 잠깐 자리를 비우고, 덴지는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마키마와 데이트를 한다. 마키마에 대한 들뜬 마음도 잠시, 비 오는 날 우연히 레제라는 인물을 만난 덴지는 레제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레제에게 급속도로 빠져든다. 덴지가 어딘가로 도망치자고 말하는 레제에게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사이, 레제는 덴지를 갑작스럽게 공격하고 이후 덴지와 레제 간의 목숨을 건 사투가 시작된다.



이 극장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레제 에피소드를 극장판으로 따로 만든 것은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레제 에피소드는 [체인소 맨] 1부 에피소드 중에서도 가장 스토리 라인이 잘 짜인 부분으로 꼽을 수 있다. 덴지와 레제의 만남부터 시작해서 서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이 갑자기 죽일듯이 싸우다가 마지막에는 함께 어딘가로 도망치려 하던 중 레제의 죽음으로 인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결말까지 한 번에 몰아 봤을 때 이야기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여운이 있다. 만약에 이 에피소드가 애니처럼 30분 시간 단위로 끊어져 제작되었다면 이야기의 흐름이 끊겨 완결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100분이라는 러닝 타임 동안 온전히 관람할 수 있어 결말의 비극과 여운을 더한다.



또한 이 영화의 백미라고 볼 수 있는 레제와 덴지의 전투씬은 단연 압권이다. 레제와 덴지가 학교의 수영장에서 노는 장면도 이 영화 속에서 가장 힘을 준 연출인 것처럼 보이나,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 전투씬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공을 들인 느낌이다. 레제와 덴지의 전투씬은 영화 속에서 가장 긴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러프하게 그려졌던 원작보다 캐릭터들의 전투 흐름이 더욱 상세하게 묘사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원작과 다른 묘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작에서 보여주었던 여러 구도들과 더불어 원작 표지에서 드러난 다양한 색감들이 적절한 순간에 강조되어 원작을 잘 알고 있는 관객들이라면 어떤 부분이 원작 만화에서 나온 구도인지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여기에 애니메이션에서만 볼 수 있는 박진감 넘치는 연출이 추가되어 이 전투씬은 원작의 개성과 애니메이션화의 장점이 모두 어우러진 씬들로 완성되었다. 식상한 표현일지는 몰라도 만화 속 인물들이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는 표현은 이 애니메이션에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이기에 이 장면 만을 보기 위해서라도 원작의 팬이라면 꼭 극장에서 관람이 필요하다.


오프닝 곡인 요네즈 켄시의 'IRIS OUT'과 엔딩 곡인 요네즈 켄시 & 우타다 히카루의 'JANE DOE'까지 주제곡마저도 완벽한 이번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은 타겟층이 원작 만화 팬들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관람층이라는 한계가 있으나, 기존 팬들에게는 마치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이 더할 나위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번 애니메이션을 온몸으로 더욱 극대화하여 즐기고 싶다면 꼭, 4DX로의 관람을 적극 추천한다. 빈말이 아니라 덴지와 레제가 벌이는 엄청난 전투의 한복판에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