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경찰> 박서준, 강하늘의 생생한 '케미' 그리고 아쉬움에 대하여
※ 본 리뷰는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7월 25일(화) 사전 시사회를 관람하고 작성되었습니다.
※ 본 리뷰에는 <청년경찰>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나는 ‘케미’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홍보사 시절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어떻게든 맞을만하다 싶으면 ‘케미’를 붙여댔기에 질린 것도 있지만, 평상시 일상 생활 속에서도 언론에서 이 케미를 지나치게 남발했다는 측면에서 별로 안좋아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할 <청년경찰>에서 박서준, 강하늘 두 배우에게는 ‘케미’라는 것 이상의 적합한 단어가 있을까 하는 질문이 들 정도로 두 배우는 문자 그대로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청년경찰>은 두 배우가 가진 에너지로 인해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지점들이 부분적으로 존재한다.
두 배우의 에너지는 화면 속에서 차고 넘친다. 두 배우 모두 영화와 TV드라마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활동하는 젊은 배우들이다. 두 배우의 다른 점이 있다면, 강하늘은 주로 사뭇 진지한 역을 맡아왔다는 점이고, 박서준 같은 경우에는 강하늘보다는 한톤 더 밝은 연기를 해왔다는 점이다. 그동안 해왔던 연기 폭으로 봤을 때, 두 배우는 사실 접점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처음 <청년경찰>이라는 영화에 두 배우가 나온다고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두 배우가 과연 얼마나 어울릴까 하는 의문이었다. 서로 완전 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교집합은 없어 보이는 두 배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 배우의 조합은 의외로 잘 어울려서 그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시너지가 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두 배우가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는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들에게서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생의 젊은 나이, 혹은 그 시절'을 뜻하는 청춘이라는 단어처럼 두 사람이 단순히 화면 속에서 서 있는 순간에서조차 생생한 생기가 느껴진다. 그 생기는 어떤 사리사욕이나 이득을 따지는 어른의 논리에 속박되지 않는 말, 그대로 순순한 에너지와도 같다. 소고기 하나에 둘도 없는 절친이되었던 것처럼, 서로를 향해 아주 해맑은 얼굴로 욕(?)을 하거나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어도 그것이 정말 심각한 것이 아니라 악의 없는 장난이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관객들은 그들의 투닥거림을 즐겁고 유쾌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이들이 사건을 추적해나갈 때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에서 배우던 것은 아무 쓸모없다고 여겼던 희열이 호신술로 적을 제압했던 것이나 귀청소방에 들어가 있는 희열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경찰에게 "짭새"(!)라고 외치며 동네를 방방뛰는 기준의 모습 등 이들의 순수하다 못해 넘치는 에너지는 관객들의 눈을 화면에서 떼지 못하게 만들며 그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두 배우의 호흡뿐만 아니라, 두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 톤 또한 서로에게 잘 맞아 녹아든다. 앞서 두 배우의 연기 폭이 다르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것은 연기를 잘하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닌, 두 배우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배역들 톤의 차이이다. 강하늘의 대표작이 <동주>로 기억되는 것처럼, 박서준의 대표작이 가장 최근작인 [쌈 마이웨이]로 기억되는 것처럼 두 배우의 연기는 살짝 결이 다르다. 그렇기에 두 배우의 호흡이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는데, 놀랍게도 두 배우는 서로의 톤을 착착 맞춰나간다. 강하늘의 연기가 영화의 톤에 비해 무거워지려는 순간 박서준이 강하늘의 연기를 다시 끌어오고, 박서준의 연기가 조금 붕붕뜨려는 순간 강하늘이 그의 연기를 다시 중심으로 이끌어준다. 단순히 잘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고를 떠나서 두 사람의 연기는 마치 두 배우의 실제 생활을 엿보는 것처럼 매 순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화면을 꽉 차게 에너지를 채운다. 두 사람의 연기는 만담처럼 혹은 핑퐁처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자신들의 에너지를 과하지 않게 스토리 속으로 녹여낸다. 그렇기에 사실 영화의 스토리는 아주 예전 영화인 <투캅스>와 같은 류의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올드한 면이 존재하지만, 두 배우의 연기로 인해 신선한 에너지도 공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배우가 갖고 있는 에너지가 영화의 모든 것을 덮을 수는 없다. 두 배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최대한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아무론 목적도 없이 마냥 철없는 어린아이 같았던 청년들이 진짜 경찰로 성장해나가는 모습'들을 담아내려 노력하지만, 그들의 연기가 모든 영화의 결점을 덮을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한다면 순수하고 열정적인 면은 존재하지만 그 그늘 아래 본질적인 부분은 어찌할수 없는 단점도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제 포인트가 '성장'이기 때문에 영화의 톤앤매너는 유쾌할 지 언정 가벼워서는 안된다. 유쾌함 속에서도 '장애물'에 다다랐을때는 그 장애물을 넘기 위한 진지함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영화 속 ‘장애물’이다. 희열과 기준은 여성의 납치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뛰어다니다가 결국 이들의 배후에 '난자거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이들이 언급했던 것처럼 왜 하필 이들이 극복해야 하는 역경이 '난자거래'였을까. 전형적인 한국영화의 클리셰처럼 여성들을 수동적인 피해자에 위치시키고 무거운 주제를 지나치게 가볍게 다뤘다는 것뿐만 아니라(특히 이러한 주제를 코미디로 소비했다는 점에서), 여성을 단순한 도구로 만들었다는 점. 최근 들어서 문화계에서 페미니즘이라는 거대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 영화의 '장애물'은 상당히 시대착오적이다. 이야기의 큰 줄기 내에서 '난자거래'라는 소재만 아니라, 납치사건을 목격하게된 계기가 한 여성의 뒤를 쫓아가다가 알게 되었다는 점(그것도 어두운 밤길 두 남성의 여성의 뒤를 쫓아간다는), 귀청소방에 들어간 희열이 여성을 만났을 때 그녀의 가슴이 유난히 부각된다던지 등등등 이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없는 요소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조금 더 도덕적으로 접근을 했었더라면, 그리고 조금 더 스토리에 대해서 고민을 했더라면 (적어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보거나 최근 논의되는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조금만 더 가졌더라면) 두 배우의 케미가 훨씬 더 살아나면서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청년경찰>은 그 지점까지는 가지 못한 것 같다. 두 배우의 케미가 너무나 잘 어울렸기에, 그 에너지가 그 활력이 스크린을 꽉 채울 수 있었던 것만큼 다음에는 두 배우를 다른 영화에서 만나봤으면 하는 소망이 더욱 간절하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