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삶의 정수를 담다.

기억으로 바라본 삶과 향의 연대기

by 송희운


지금까지 써온 향수에 관한 이야기들은 향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향에 대한 설명을 담은 글은 아니다. 오히려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주관적인 기록들이다. 스스로의 기억을 더듬어 먼지 속에 묻혀 있던 향과의 기억을 꺼내 들고 그 시절 내가 어떤 마음과 감정으로 그 향수들을 대했는지 되짚어보았다. 하나의 향수로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단순히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에피소드를 넘어서 그때 나의 삶이 어땠었는지,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처음에 향수는 단지 취향을 드러내는 물건이라고만 생각했지만 한 병, 한 병 관련된 기억들을 꺼내고 되짚어보니 각각의 향수병에는 나라는 존재의 조각들이 담겨 있었다.


사실 ‘향’은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 중에 하나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를 말로 표현한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그 향수가 가진 느낌을 온전히 설명해 주기란 어렵다. 향은 오로지 직접 경험을 통해서만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향수는 ‘말’과 닮아있다. 각 사람의 내면에 담겨있는 생각은 비슷할 수 있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발화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듯 같은 향도 각자의 체취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그런 점에서 향수는 참으로 신비로운 존재이다.


하나의 상품이면서 동시에 어떠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 어쩌면 한 병의 향수는 한 사람의 존재와 닮아있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에 대한 기억들이 향처럼 그 안에 녹아들어 한 사람을 완성시키고, 또 그 사람의 말이 안에서 밖으로 퍼져 나가면서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주게 하는 것. 그렇게 보면 나쁜 향기는 없는 것 같다. 단지 나와 맞지 않는 향기만 있을 뿐인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향을 경험해 왔지만, 그중 내게 의미가 없던 향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다만 글로 풀어내기 너무 짧은 순간들만 있었을 뿐이다. 이 글들에 담가지 않은 수많은 향들도 내게 그저 다양하고 새로운 향의 수집이 아닌 나의 찰나의 순간이자 삶의 빛나는 기억이 되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향을 맡을 수 있을까. 그중 어떤 향이 내게 깊은 의미로 남게 될까. 아직 내 삶의 끝이 완전히 다가오지 않았기에 내가 새롭게 맡게 될 향들이 너무 기다려진다. 그리고 문득, 나라는 사람에게서 나는 향은 다른 이들에게 어떤 향으로 기억될지 궁금해진다. 부디 세상의 수많은 향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다른 이에게 기분 좋은 향으로 남을 수 있기를. 나라는 사람의 한 병에 조금씩 쌓여가는 내 인생의 향이 언젠가 진짜 ‘삶의 정수‘로 완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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