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2> 단평
※ 이 리뷰는 <주토피아 2>의 엔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토피아>가 개봉하여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뒤, 2탄이 언제 나올 것인가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이 끊임없이 이어졌었다. 이후 약 9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주토피아 2>가 개봉하였고,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존 기록인 471만 관객을 가뿐히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고르게 모두 잘 잡은 애니메이션이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재미를 잘 알고 있는 영화이다. 1편에서도 많은 호응을 받았던 닉과 주디의 콤비는 여전하고, 1편에서 인기 많았던 캐릭터들도 대부분 잊지 않고 나와 적재적소에 배치되었다. 여기에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도 추가되었다. 살모사 게리는 독이 있는 뱀이지만, 온순하고 자신의 독에 다른 사람들이 다칠 것을 대비하여 해독제 주사를 갖고 다니는 캐릭터이다. 이 살모사는 캐릭터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배척받고 차별당하는 뱀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지만 이 캐릭터 목소리를 키 호이 콴 배우가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는 과거 기대받는 아역 배우였지만 제대로 된 배역을 한동안 맡지 못했던 실제 배우의 삶과 미국 사회의 뒤편으로 물러나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 미국 정부를 살아가는 아시안들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그 외, <주토피아 2>는 이전 작에서도 그러했던 것처럼 각 종에 대한 편견을 부수고, 해당 종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는 기조를 유지한다. 닉과 주디는 전편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여전히 경찰 내에서는 크게 대접을 받지 못하는 소수종이다. 이들에 대한 경찰 서장의 태도는 확실히 변했지만, 선배 경찰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하고 초반 개미핥기를 잡을 때는 그들의 공을 가로채기까지 한다. 즉, 주토피아 내에서 이들은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이들이 성공했던 일은 단 한 번의 우연으로 치부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주디는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사건을 찾아 수사하려고 하고, 닉은 여전히 방관자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서로 간의 갈등이 보이지 않게 쌓이고 이 갈등이 폭발하는 시점은 게리를 추적하던 닉과 주디가 오래된 산장에 올라가서 서로 떨어질 때이다. 이때 닉은 경찰에게 잡히고 주디는 게리, 포버트와 함께 떠난다. 이 상황에서 서로에게 큰 의미를 갖고 있는 당근펜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당근펜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이들의 관계에 금이 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닉은 자신의 파트너가 중요했기 때문에 파트너에게 사건에 목숨을 걸지 말라고 했지만, 사실 주디에게 있어 사건은 자신의 존재 그 자체와도 같았다. 사건을 해결하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 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가장 믿었던 파트너에게 존재를 부정당해 버린 것이다. 닉은 주디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주디를 잃을까 봐 그렇게 말을 했지만, 자신의 말이 오히려 주디를 부정하는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포버트에게 배신당하고 쓰러진 주디를 게리가 구해주고 주디를 찾으러 온 닉은 포버트와 대치한다. 포버트는 자신의 가문에 인정받고자 했던 인물로 닉과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선택을 한 캐릭터이다. 그렇기에 포버트는 다른 사람과 달라질 수 있다는 주디의 말에 ‘다르고 싶지 않다’며 악을 행하는 가족에 속하고자 한다. 포버트와의 대치 상황에서 그들의 밑에 있던 얼음에 금이 가며, 포버트와 닉 모두 위험에 빠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 주디를 구할 수 있는 해독제 주사가 얼음 끝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포버트는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닉이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한다. 이에 닉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다고 말하며 목숨을 걸고 해독제 주사를 아래로 던진다. 자신이 했던 실수와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이전과 같이 않게 선택함으로써 그 실수를 극복할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주토피아 2>는 참으로 인간적인 드라마이면서 동시에 뉘우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관용적인 드라마이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또 좋았던 점은 링슬리 가문의 하수인으로서 일하던 경찰들이 악인으로만 남지 않고 갱생의 기회를 부여받았다는 점이다. 보고 서장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링슬리 가문은 시장과 경찰들을 자신의 수족처럼 부린다. 이에 호그바텀 경관은 닉을 체포하는 등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막에서 주디의 뒤를 쫓을 때 처리해 버리라는 링슬리의 명령을 바로 수행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비록 다른 실수로 인해 총이 발사되었지만, 이는 호그바텀 경관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또한 결정적으로 포버트가 뱀의 마을에 찾아와서 닉과 주디, 게리를 다시 위협할 때 호그바텀 경관이 나타나 포버트의 머리를 프라이팬으로 쳐서 제압한다.(이는 초반 닉이 게리의 머리를 쳐서 제압한 것과 같은 행동이다.) 악인으로 설정된 사람에게는 확실하게 징벌을 가하지만, 조연 캐릭터도 단순히 놔두지 않고 악인을 잠깐 따랐더라도 그에 대해 온전히 동조하지 않은 이에게는 다시 돌아올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가진 이야기의 깊이를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주토피아 2>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이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는 이야기는 어른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주디의 방 창문에 닉이 준 펜 앞으로 깃털이 떨어지는 쿠키 영상은 아무래도 3편을 의도하고 있는 듯한데, 이 3편은 얼마나 걸려서 나올 것인지 걱정되지만 동시에 3편에서 어떤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감동을 줄 것인지 기대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