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폴링> 단평
※ 이 리뷰는 <사운드 오브 폴링>의 엔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운드 오브 폴링>은 미샤 실린스키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이번 78회 칸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하나의 집을 배경으로 하여 그 집에서 각각 다른 시대를 살아갔던 네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명확한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기보다는, 하나의 집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삶을 따라간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알마, 에리카, 앙겔리카, 렌카는 서로 나이도 다르고 서로에게 어떤 명확한 공통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각 인물의 삶이 전개되면서 이 영화가 묘사하고자 하는 지점은 결국 죽음에 있음이 드러난다.
영화 속에서 제일 어린 캐릭터인 알마는 늘 죽음 가까이에 있는 인물이다. 그의 이름은 어머니가 잃었던 자식의 이름과 같고, 영화 초반에는 자신의 형제 하나를 떠나보냈어야 했다. 이후 알마는 자신의 언니 리아가 다른 농장에 팔려가던 중 스스로 죽는 것을 목격하지만, 그것을 그저 일터 사고라고만 다른 이들에게 말한다. 죽음에 대한 비극은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이어진다. 에리카는 전쟁을 피해 강을 건너가려 했지만 그 강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고, 이러한 죽음의 이미지는 에리카의 조카인 앙겔리카에게도 이어진다. 자유로운 앙겔리카는 자신의 삼촌 및 사촌과 묘한 관계를 갖고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을 갖고 있다. 트랙터 바닥에 누워 자신의 죽음을 상상했던 앙겔리카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대신 사라지는 것을 택한다. 가장 현대에 살고 있는 렌카의 어린 동생 넬라는 어머니, 언니와 강에서 수영을 하던 중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고, 이후 농장의 헛간 2층에 올라갔다가 스스로 몸을 던져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는 하나의 시놉시스로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갈래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한 가지 지점을 향하고 있는데 바로 ‘죽음’이다. 아주 어린 소녀부터 20대 초반의 여성에 이르기까지, 영민한 감각을 지닌 이들 곁에는 늘 죽음이 함께한다. 주변에 죽음의 그림자가 머물러 있는 것부터 시작해 스스로의 죽음을 상상하거나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등 이들에게는 죽음이 아주 가까이 머물러 있다. 이러한 죽음의 이미지는 하나의 집에 계속해서 쌓여간다. 추락하는 죽음은 하나의 집에 쌓여 그 집의 역사를 완성하고 이 죽음에 가까이 있던 소녀 혹은 여성들은 저마다의 태도로 죽음을 받아들인다.
이 죽음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것은 시체 위를 떠다니는 파리와 부유하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가장 오래된 시간대에서 죽은 시체 입속으로 들어가는 파리를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어린아이들에서부터 시작해 현대의 시간대에서 맨살에 앉아 있는 파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죽음을 상징하는 파리는 영화가 묘사하는 이 집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인물들의 전개되는 이야기 곳곳에 끼어들어가 있는 안개 낀 필터 속에 있는 듯한 부유하는 카메라는 그 시선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데, 이는 이 집에서 죽음을 맞이한 인물들의 시선을 대변하는 듯하다. 어떤 인물의 시선인지, 이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카메라는 집, 마당, 그리고 집 근처의 강가까지 뿌연 화면으로 인물들의 주위를 배회한다. 이는 앞선 이야기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죽은 뒤, 그들이 영혼이 되어 이 집에서 쌓여가는 죽음의 역사를 목격하는 것처럼 비춘다.
영화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명확한 화자는 끝내 드러나지 않는다. 러닝타임 동안 축적되는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개별 인물들의 연결된 삶이 아닌 한 집에 쌓인 죽음의 기억들임을 느낄 수 있다. 같은 공간에 떨어지듯 쌓인 흔적들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서 집이라는 장소에 축적되고, 예민한 감각을 지닌 여성들은 의식하지 못한 채 이를 감지한다.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결국 스스로 죽음이 되어 그 집에 머무른다. 이들은 이야기의 주체가 아닌, 이후의 삶을 응시하는 시선이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밭 위에 웅크리고 있던 알마가 다른 이와 함께 발이 떠올라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이러한 순환을 암시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순수한 존재이자 가장 많은 죽음을 목격해 온 알마의 비상은 종교적이고 숭고한 죽음이다. <사운드 오브 폴링>은 분절되고 파편화된 방식으로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을 따라가며, 그 이면에 늘 존재했던 죽음을 조용히 드러낸다. 이 영화에서 삶은 죽음의 반의어 아닌 생과 사의 경계 속에 늘 자리함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