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시대 속 인간성에 대해

<28년 후: 뼈의 사원> 단평

by 송희운


본 리뷰는 <28년 후: 뼈의 사원>에 대한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니 보일 감독의 <28년 후>가 개봉한 지 약 1년 만에 <28년 후: 뼈의 사원> 속편이 공개되었다. 강렬한 수작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속편이었기에 개인적으로 <28년 후 : 뼈의 사원>은 올해 개봉한 작품들 중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소리소문 없이 개봉하여 거의 상영도 하고 있지 않았던지라 내려가기 전에 얼른 극장으로 향했다.


<28년 후: 뼈의 사원>은 전편에서 지미와 만난 스파이크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그들의 일원이 되기 위해 의식을 치른 스파이크는 다른 지미를 처리하고 또 다른 지미가 되는 데 성공한다. 그들과 함께 돌아다니며 지미 일행의 끔찍한 악행을 본 스파이크는 그들로부터 벗어나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한편 스파이크와 헤어진 켈슨 박사는 계속해서 알파 감염자 삼손을 마주치고, 삼손과 뜻밖의 교감을 시작하면서 그에게서 다른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한다.



<28년 후: 뼈의 사원>의 메시지는 확실하다. 전체적으로 좀비 호러물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좀비물의 외양을 쓴 범죄 드라마에 가깝다. 지미 새별 경을 모티브로 한 지미라는 캐릭터를 통해 인간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인간성 중에서도 적대 악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지미 무리가 다른 생존자들의 집에 쳐들어가 그들을 성화하는 과정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좀비들을 피해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 자신이 악마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하며 사람들을 붙잡고, 부하들을 시켜 그들의 생살을 벗겨내는 장면은 고어 영화의 한 장면만큼이나 충격적이다. 인간들이 좀비로 변한 감염자들에게 받는 공격보다 다른 인간들에게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장면은 끔찍하게 변해버린 시대에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이러한 인간성에 대한 질문은 알파 감염자 삼손과의 대조를 통해 더욱 두드러진다. 좀비 증상이 일종의 정신병이라는 켈슨 박사가 새롭게 세운 가설에 따라 그에게 약물을 투여받은 삼손은 증상을 완전히 치유하고 인간성을 되찾는다. 켈슨 박사를 마주한 지미는 그에게 자신의 아버지인 사탄처럼 행동해 달라고 말하고, 자신들이 이끄는 무리들을 데리고 켈슨 박사의 뼈의 사원으로 간다. 그곳에서 켈슨 박사는 지미가 요구한 바를 모두 말로 행해주고 만족한 지미는 그곳을 떠나려고 하나, 켈슨 박사는 지미 무리 중 스파이크를 마주치고 지미가 그곳을 떠나지 못하게 다른 추종자들을 선동해 막으려 한다.



지미와 켈슨 박사, 삼손 세 사람의 관계는 엔딩에 이르러서 비로소 완성된다. 지미는 켈슨 박사를 칼로 찔러 치명상을 입히나 이내 자신의 다른 추종자에게 공격당해 켈슨 박사가 준비해 놓은 역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다. 스파이크는 켈슨 박사와 작별하며 다른 동료와 함께 떠나고, 지미와 켈슨 박사가 남아있는 뼈의 사원으로 삼손이 찾아와 켈슨 박사를 데리고 간다. 거꾸로 매달린 지미의 눈에 삼손은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악마의 모습으로 비친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손은 이미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와 자신을 치료해 준 켈슨 박사에게 고맙다고 말을 하게 되었음에도 말이다.


좀비와 인간성의 대조는 좀비라는 호러영화적인 캐릭터를 통해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질문하게 한다. 한 번도 감염되지 않았던 지미는 좀비보다 더 살육을 일삼은 절대 악에 가까웠고, 좀비였던 삼손은 자신의 감염 상태로 인해 다른 이들을 공격하고 죽여왔지만 마지막에는 제정신으로 돌아와 자신을 치료해 준 켈슨 박사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지미의 눈에는 그가 악마로 비쳤지만, 이는 오히려 지미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악마가 그저 허상에 불과하며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환상에 가깝다.


이번 작품에서 좀비와 인간성의 대조를 통해 이 둘 간의 차이를 드러내고 좀비 증상을 일종의 정신병이라는 새로운 가설로 제시한 지점은 흥미로웠다. 다만 이러한 이야기로 전개하고자 했다면 차라리 조금 더 깊고 철학적인 주제로 밀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지미와 켈슨 박사, 삼손의 대비가 생각보다 얕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가고자 하는 명확한 방향성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다. 이번 작품보다는 개인적으로 <28년 후>가 더 취향에 맞았던 만큼, 시리즈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대니 보일의 마지막 마무리 작품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더욱 궁금하고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