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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형 테마파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서민들의 이야기 대신 스펙터클을 선택한 <신과 함께-죄와 벌>

by 송희운

※ 본 리뷰는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관람하고 작성되었습니다.

※ 본 리뷰에는 <신과 함께-죄와 벌>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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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죄와 벌>는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받았던 작품이다. 주호민 작가의 원작이 워낙 일반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탓도 있고 원작의 이야기 자체가 밀도 있고 짜임새가 튼튼한 동시에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한꺼번에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작품에 대해 영화화되는 것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동시에 과연 그 작품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스크린 속에 그려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공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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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든 우려와 기대감을 안고 개봉한 <신과 함께-죄와 벌>는 일단 나름의 합격점을 받았다. 순식간에 삼백만 관객을 돌파했고, 일반 대중들의 평도 대부분 긍정적인 편이다. 영화에서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 중 하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진기한’ 변호사 캐릭터의 부재였는데, 영화는 이를 나름 영리하게 해결한다. 세명의 차사들 중 '강림'을 통해서 진기한 변호사의 해결사 면모를 보여주고, '덕춘'을 통해서는 진기한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여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또한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두 가지 이야기를 어떻게 묶을 것이냐?'에 대해 김용화 감독은 김자홍, 유성연을 형제로 묶는 방법을 선택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치고, 대중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포인트로 잡는다. 소방관으로 일하다가 죽은 김자홍, 군대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유성연 병장을 형제로 엮음으로서 일반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지점들을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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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지옥의 모습이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이렇게 7가지의 죄를 주제로 법정이 세워지고, 자신의 죄에 따라 심판을 받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그 지옥의 모습은 끔찍하고 섬뜩한 장면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스펙터클처럼 전시된다. <신과 함께-죄와 벌>의 가장 특이한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지옥의 모습이 마치 하나의 테마파크처럼 사람들의 시각을 충족시켜주는 도구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지옥의 이미지들은 얼핏 보면 끔찍한 것처럼 보이지만 관객들이 이 지옥을 볼 때 지옥에서 형벌을 받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여 끔찍함을 느낀다기보다는 하나의 잘 만들어진 '공포의 집' 같다는 느낌은 갖게 된다. 매끄러운 CG와 압도적으로 넓은 지옥의 풍경들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마치 후룸라이드처럼 타고 배를 타고 가면서 캐릭터들을 쫓아오는 지옥귀들을 물리치는 장면에서는 이 영화에서 지옥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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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원작을 잘 살려냈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원작에서 가져와야 할 중요한 한 가지를 망각하고 말았다. 원작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서민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잘 풀어냈다는 점이다. 김자홍은 만화가 연재될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아주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였기에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 일지도 모르는 ‘김자홍’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였고, 그의 여정에 매료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가 지옥에서 받는 재판들을 보면서 우리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이 인지하기도 전에 죄를 지었을지도 모를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또한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다른 이를 살리고자 했던 유성연 병장 의이야기는 우리 안에 어딘가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내재된 선함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그를 죽게 만들었던 이 사회의 부조리함을 인지하는 계기를 주었다. 원작이 지닌 힘이란 우리가 평소에 주인공이라 생각할 수 없었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나와의 거리감을 줄이고 몰입도를 높이는 동시에 사회를 되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과 함께-죄와 벌>은 스펙터클을 택하면서 원작 속 ‘서민들의 이야기’를 버렸다. 사람들이 강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자홍의 직업을 평범한 샐러리맨이 아닌 소방관으로 바꾸고, 유성연 병장 이야기의 극적인 요소들을 업그레이드해서 가져오는 영리한 선택을 했지만, 이제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원작 속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아닌,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로 받아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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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과 함께-죄와 벌>은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이다. 이 영화가 크리스마스 극장가뿐만 아니라, 새해 극장가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이 영화가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유성연 병장이 변형된 캐릭터인 '김수홍' 때문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 영화를 보면 한 장면에서 눈물을 터뜨리고 마는데, 그 장면은 김수홍이 어머니의 꿈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다. 김수홍은 유성연 병장으로부터 태어난 캐릭터이지만, 이 영화에서 독자적인 생명력을 얻었다. 자신이 억울하게 죽어서 원귀가 된 것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보다 약한 사람을 불쌍히 여길 줄 아는 인간적인 캐릭터. 원작과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탄생될 수 있었던 가장 큰 공은 김동욱 배우에게 있다고 있다.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진지하게 김용화 감독이 연출한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김동욱 배우는 관객들 모두가 눈물을 훔치는 장면에서 혼신의 힘을 쏟아낸 연기를 펼쳐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 연기는 현실감과 동떨어져 있던 영화 속 모든 캐릭터들과 달리, 우리의 삶과 닮은 면모를 보이며 원작의 메시지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담아낸다. 평범하고 무난했던 지금까지의 지옥 여정은 김수홍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색다른 결을 가지며 반짝하고 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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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작으로 제작된 <신과 함께-죄와 벌>은 1부의 이야기를 마치고 내년 8월 마지막 편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1편보다 훨씬 더 스펙터클이 적고, 훨씬 더 서정적으로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던 원작의 2부를 김용화 감독은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구성된 1부와 비슷한 노선을 취할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남다른 포인트를 담아낼지 그래도 조금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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