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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희운 Jul 09. 2018

괴물을 인간답게, 인간을 괴물답게

인간성에 대해 독특하게 질문하는 <몬몬몬 몬스터>

※ <몬몬몬 몬스터>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사뭇 진지해보이는 이 질문은 사실 우리가 살면서 별로 마주할 일이 없는 질문일 것이다. 뉴스에서 잔혹하고 끔찍한 일들을 마주할때나 한번쯤 해볼 질문이랄까. 독특한 제목을 가진 <몬몬몬 몬스터>는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내놓는 영화이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던지는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나는 당당하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정말 미치도록 재미있다’고. 철학적인 주제와 미친(?) 연출 감각을 보여주는 <몬몬몬 몬스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몬몬몬 몬스터>의 첫 시작은 인간이 아닌 괴물이다. 괴물이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 두 괴물이 얼마나 끈끈한 유대감을 갖고 살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의 첫 시작이 ‘인간’이 아니라는 점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인간’이 우리가 생각해왔던 인간의 정의와 동떨어져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동시에 이러한 괴물들의 행동은 뒤이어 등장하는 인간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함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인간과 괴물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생각은 산산히 부서진다. 과거 인간이었던 괴물들은 오히려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이다. 언니는 자신의 동생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기 바쁘고, 동생은 마치 어린 아이처럼 자신의 언니를 애타게 부르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동생에 대한 괴물 언니(?)의 지고지순한 애정은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햇빛에 불타는 동생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질 때 드러난다.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희생하는 인간들과 달리, 괴물들은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바로 여기서 영화가 생각하는 인간의 정의가 드러난다. 인간적이라는 것은 바로 ‘내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얼마나 희생할 수 있는가?’이다. 이러한 인간적인 면모를 정작 ‘인간’이 아닌 괴물이 보여준다는 것이 이 영화의 또 다른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괴물같은 인간들의 모습은 상상이상으로 잔인하다. 모든 반아이들이 린슈웨이를 향해 비난하고 야유하고 쓰레기를 던지는 모습은 약과에 불과하며, 아이들은 린슈웨이를 구석에 몰아놓고 바닥에 눕힌 채 그의 눈알을 향해 날카로운 송곳을 들이민다. 괴물을 잔인하게 괴롭히면서 왕따 당하는 린슈웨이를 보고 “쟤 덕분에 너가 여기 있는거야 고맙다고 말해.”라고 말하는 런하오의 대사는 내가 겪지 않은 남의 고통에 대해 놀랍도록 잔인한 인간이라는 존재를 단적으로 드러내보인다. 여러 아이들 중에서도 이러한 ‘괴물같음’을 드러나는 캐릭터는 런하오이다. 평소에는 아이들의 폭력에 대해 무감하게 굴다가 자신이 믿던 종교가 모욕당했다고 생각하자 런하오를 향해 모욕을 퍼붓는 선생님. 런하오는 자신에게 망신을 준 선생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괴물에게서 뽑은 피를 그녀의 물통에 섞는다. 그녀는 점점 괴물로 변하기 시작하고, 햇빛에 그녀의 몸이 닿자 그녀의 온몸을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런하오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아미타불”이라 말하고 진심으로 기뻐 소리를 지른다. 같은 인간의 외양을 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을 살해하는 이 장면은 괴물들이 등장하는 어떤 장면보다도 끔찍한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어떻게 본다면 괴물들은 차라리 본능만을 갖고 있는 순수한 동물에 가깝다. 그들에게 남아있는 본능이란 바로 ‘인간을 먹는 것’이며,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본능에 충실하게 움직일 뿐이다. 괴물과 인간을 구분짓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이 순수성이다. 인간에게는 오히려 순수성이 없다. <몬몬몬 몬스터>에서 수많은 인간들은 각자 다른 욕망과 이기심을 갖고 있다. 누군가를 괴롭힘으로서 힘의 우위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 인간, 자신의 안전한 경계선 안에서만 안전하게 살아가고 싶은 인간 등등등. 욕망으로 가득찬 인간들의 모습은 괴물의 순수성과 상대적으로 비교된다. 린슈웨이가 괴물에게 자신의 피를 공급하며, 끊임없이 자신은 다른 이들과 다르다고 외치며 하는 모든 행돌들도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호러라는 장르 영화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영화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상당히 철학적이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존재 자체가 갖고 있는 순수성으로만 움직이는 괴물, 오로지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잔혹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 인간들. 영화의 막바지에서 같은 반 아이들과 괴물들까지 모두 죽인 뒤, 자신이 더 이상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달은 린슈웨이는 스스로에 대한 단죄와 복수를 동시에 자행한다. 학급 아이들이 마시는 물 속에 괴물들의 피를 쏟아버리는 린슈웨이. 린슈웨이가 반에서 나오자마자 아이들의 몸은 불타오르기 시작하고 불타오르는 아이들이 혼란에 빠진 그 앞에서 린슈웨이도 천천히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괴물을 괴물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나마 모든 아이들이 인간성을 상실한 와중에도 린슈웨이만은 자멸을 택함으로서 얼마 남지 않은 인간성을 잃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과 괴물에 대한 확실한 대조를 보이면서도 이 영화가 재미있을 수 있는 이유는 영화를 보여주는 독특한 방식 때문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명장면으로 손꼽을 수 있는 장면은 버스에서 벌어지는 살육전이다. 괴물 언니(?)가 버스로 들어와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할 때 교차로 등장하는 화면은 바로 런하오의 여자친구가 주문한 수박 주스가 만들어지는 장면이다. 수박 주스와 살육전의 놀라운(?) 병렬 구조는 괴랄하면서도 이 장면을 연출하는 감독에 놀라운 연출에 손뼉을 딱 치게 만든다. (거기에 OST 인 ‘My Way’마저 완벽하달까...) 또한 모든 사건이 끝난 뒤, 새빨갛게 변해버린 화면으로 보이는 린슈웨이의 복수 장면도 인간성을 상실한 린슈웨이에 대한 탁월한 묘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재기발랄하면서도 섬뜩한 연출 속에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몬몬몬 몬스터>. 학생들의 잔인한 본성을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담아내는 나카무라 테츠야 감독의 <고백>이 연상되기도 하는 이 영화는 앞으로 씨네필들의 필람 영화오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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