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ID는 강남미인]에 대한 짧은 단상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웹툰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내 ID는 강남미인]을 꼽을 것이다. 제목으로만 봤을 때 아주 예전에 연재되었던 [내 아이디는 성형미인]이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했지만(이 작품에 대한 상세한 코멘트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이 웹툰은 그 작품보다는 좀 더 진중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웹툰의 기본적인 장르는 '로맨스'물이므로, 주로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알콩달콩한 연애담을 그려낸다. 하지만 이 웹툰에서는 이러한 ‘연애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개인의 정체성과 자존감에 대한 문제이다. 최근에 이 웹툰이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네이버에서 다시 연재되고 있는데, 마지막에 올라왔던 연재분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을 보았고, 이에 대한 내 자신의 생각을 나름대로 풀어보고 싶었다.
극 중 미래는 사람들에게 못생긴 외모로 인해 수많은 차별과 억압을 받아왔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이 뿌리고 싶은 향수조차 마음껏 뿌릴 수 없었고, 항상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고백을 한 뒤에는 모든 이들에게 멸시를 받았어야만 했다. (심지어 고백을 받은 대상마저도 누군가의 '놀림거리'가 되어야먄 했다.) 수많은 돈을 들여 성형해서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티나게 예뻐진 뒤에는 또 그로 인한 멸시와 차별을 받아야만 했다.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해도, ‘내가 과연 그 사람의 고백을 받아도 되는 것인가? 내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라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검열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을 반복한다. 웹툰 속에서는 자연미인으로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수아’와 연일 비교당하고 항상 수아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 받는다.
이쯤에서 '외모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이상 모든 ‘미래’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미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나의 현실 중 일부이자 아직도 현재진형형인 여성에 대한 억압의 상징이다. 내 외모가 못생겼기 때문에 누군가를 좋아해서는 안되고, 아름답고 예쁜 외모가 단순히 취향 차이의 문제가 아닌 누군가의 존재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2018년 대한민국의 현재이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타인에 대해 가치를 매기거나 판단할 권리는 없다. 내가 아닌 다른 타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 수는 있어도 다른 사람의 존재를 판단할 수 있는 ‘권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린 어떻게 이렇게 쉽게 남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상품에 대해 쉽게 가치를 매기고 그 가치를 돈으로 주고 사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인간도 모든 상품과 동일한 연장선상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TV, 영화, 드라마 모든 매체들 속에서 여성들의 성이 끊임없이 상품화되고 값이 매겨졌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내 ID는 강남미인] 속에서 드러나는 미래의 현실도 이러한 것들의 연장선상이다. (더 심하면 더 심했지, 난 살면서 이것보다 '덜한 현실'을 본 적이 없다.) [내 ID는 강남미인]에서는 우리 현실을 비판적으로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할 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충분히 그래도 되는 존재라는 것. 언제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고, 우리는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는 것. 이러한 것들을 받아들였기에 자신도 모르게 남들의 얼굴에 평점을 매기고 항상 위축된 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미래’도 조금씩 변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현실 속에서는 회색아기고양이로 불리는 ‘도경석’ 같은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잘생겼으면서도 남들을 외모로 판단하지 않고 사람은 있는 그대로 봐주는 그런 남자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거의 전설 속 유니콘과 같이 환상 속 동물에 가까울 것이다. 미래가 ‘도경석’ 때문에 변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었던 것처럼 수없이 많은 시간과 삶 속에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고, 외모로 자신의 가치를 매기는 삶에 익숙해지고 관성에 젖어서 살아왔지만 ‘우리’도 조금씩 발을 내딛으면 된다. 변화는 한번에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는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조용히 시작된다. 예뻐야 사랑받는 존재가 아닌, 있는 그대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 그리고 더 나아가 누군가의 사랑을 받기 위한 존재가 아닌 그 자체로도 귀한 존재. [내 ID는 강남미인]이 보여주고 있는 이런 메시지들이 웹툰이란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것을 보며 내가 아닌 다음 세대들은 나보다는 조금 더 편한 사회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면 그것은 너무 욕심인 걸까. 그래도 조금씩은 바뀌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