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 속에는 양미숙이 살고 있다.

<미쓰 홍당무> 단평

by 송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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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홍당무>는 한 마디로 찐따(?)들을 위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상영 시간 내내 '양미숙'이 얼마나 괴롭고 힘든 삶을 살았는지, 얼마나 다른 이들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살았는지를 집중해서 그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이 영화는 덩치만 컸지 속은 아직 크지 못한 어른이었던 '양미숙'의 성장담을 집중해서 보여주며 묘한 공감을 자아낸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도 못하고 하다 못해 자신을 감싸안아줄 든든한 지원군조차 없는 양미숙. 그녀는 자신을 유일하게 챙겨주었던 선생님을 동경해 선생님이 되고, 치열하게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생님과 꿈 같은 하루밤을 보내지만, 그녀의 현실은 녹록지 못하다.


그렇기에 양미숙은 수치심으로 가득한 사람이다. 자신의 유일한 친구에게 서슴없이 "너, 내가 창피해?"라고 질문을 던지지만 그 질문에 친구가 "아니, 그렇지 않아"라고 대답해주기를 원한다. 자신 안에 있는 수치심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다른 것으로 해결하고자 하던 양미숙은 결국 남의 남편을 가로챈죄로 자신의 사랑을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에 놓인다. 역설적이게도 양미숙은 그 거짓 사랑을 포기함으로서 거짓 사랑에 가려져 있었던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이에 대한 상징적인 장면인 항상 선생님의 연락을 기다리며 꼭 쥐고 있던 핸드폰을 책상에 살며시 내려놓는 순간이 어쩌면 영화에서 가장 슬프지만 동시에 가장 감동적인 장면일지도 모른다.


한국 영화에서 이렇게 수치심이 가득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던 적이 얼마나 있을까? 양미숙은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이지만, 누구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양미숙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양미숙'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여야 하는 한국 영화 속 여성 캐릭터가 아닌, 자신에게 결점이 있지만 그 결점을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해 나가는 여성캐릭터가 이 영화가 나온 지 11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많아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