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단지 그냥 즐기는 거란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단평

by 송희운


※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movie_image.jpg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에서 절대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숨 막힐 듯이 빠른 속도감, 시간 순대로 진행되는 이야기, 박진감 넘치는 액션씬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타란티노의 영화 중에서 이러한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영화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라 생각한다. 생각보다 친절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듯한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챕터 순으로 서서히 진행이 되는데, 이는 마치 철저한 고증을 거쳐 역사의 흐름대로 진행되는 듯하다가 마지막 한 방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대로 마음껏 비틀어버리는 잔인한 '우화'라는 것을 보여준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캐릭터인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한스' 대령이다. 친절한 태도, 다정한 매너, 다양한 언어 구사 능력까지 표면적으로는 완벽한 남자를 표방하고 있지만, 겉표면 뒤에 냉혹함과 이기심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이다. 한스 대령은 <바스터즈:거친 녀석들> 속 수많은 캐릭터들과 깊게 혹은 얕게 얽히고설키면서 순차대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를 만들어낸다. 어떤 캐릭터와 마주 하느냐에 따라 상이한 태도를 보이는 한스 대령이란 변수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가의 매력을 가진 영화로 만든다.


이러한 '변수'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변수'가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술집 장면일 것이다. 보통 타란티노 영화에서 사람들이 술집에 모여서 수다를 떠는 장면은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 편인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술집 수다 장면은 첫 시작에서부터 '독일 장군들이 있는 술집에서 벌어지는 비밀회의'라는 설정으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비밀회의를 해야 하는 장소에서 느닷없는 의외성으로 게임이 시작되고, 관객들은 이들의 게임을 지켜보는 동안 이들이 무사히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이렇게 점층적으로 쌓이는 긴장감은 마침내 단 하나의 제스처라는 '변수'때문에 깨지고, 총격전에서의 카타스시스로 분출된다.


타란티노 감독에게 있어서 역사란 자신이 영화를 찍기 위한 하나의 배경일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은 '히틀러가 전쟁에서 패한 뒤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것이지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는 그런 역사적 사실을 향해 엿이나 먹으라는 듯 가상 속 히틀러를 향해 무차별하게 기관총을 발사한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 상상이 영화 속에서 벌어질 때, 우리는 극도의 쾌감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영화 속 모든 변수의 중심에 있던 한스 대령을 붙잡은 뒤 알도가 그를 풀어주기 전 이마에 만자(卍)를 새길 때에도 우리는 일종의 쾌감을 느낀다. 그것은 실제 역사 속에서는 처벌할 수 없었던 위선자들을 처벌하는 데서 오는 감정이며, 역사적 사명이나 의무 이러한 것들을 모두 내던지고 자신이 만들어낸 그 상황 자체를 즐기는 타란티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