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포에 대한 '해프닝'

<해프닝> 단평

by 송희운

※ <해프닝>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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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평가가 곤두박질 치던 시절 등장한 <해프닝>은 평론가들은 물론 관객들로부터도 외면받은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21 아이덴티티>를 포함 M.나이트 샤말란 감독 모든 작품들 중에서 이 <해프닝>을 가장 흥미롭게 보았는데, 그 이유는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전작들과 다른 결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전의 영화들이 견고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면, <해프닝>에서는 다소 거칠고 불친절한 방식인 오직 '분위기' 만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간다.


<해프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람이 왜 죽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떠한 이유로 사람들이 죽는지 알지 못한 채, 사람들은 자기를 둘러싼 모든 상황을 불신하고, 끊임없이 생각해야만 한다. 생각을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 사람들은 '죽음'에 사로잡힌다. 언제 어디서 어떤 죽음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의 분위기는 <해프닝>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주요 요소이자,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가장 큰 힘이다. 어떤 한계점이 있어 그 한계점을 향해 달려나가는 공포가 아닌 마치 유령의 집과 같이 언제 어디서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불신'하게 만든다.


공포의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9.11 시대에 대한 일종의 은유로 보인다. <빌리지>에서는 불신의 상황 속에서 공포의 대상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순간이 존재했지만, <해프닝>에서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공포의 근원이 드러나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이 영화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공포라는 것은 내가 알 수 없는 대상으로부터 느끼는 두려움의 감정이다. 대중영화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대부분의 공포영화들은 이 공포의 대상이 무엇이느냐를 가장 마지막에 숨겨놓고 이를 통해 계속 두려움을 유발시킨다. <해프닝>에서 끝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근원조차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두려움의 감정을 해결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9.11 테러 사건으로 평온한 일상 속에서 급작스럽게 죽음을 겪어야만 했던 미국인들의 무의식적인 공포와도 연결된다. 테러 조직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 아니 알게 된 이후에도 '미국'이라는 안전한 나라에서 평온하게 삶을 살고 있었던 미국인들은 9.11 테러 사건 이후에는 자신들이 언제 어디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이러한 미국인들의 공포를 외지인의 시선으로 읽어낸 하나의 '해프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