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전쟁 왈츠곡인가

<바시르와 왈츠를> 단평

by 송희운

※<바시르와 왈츠를>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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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무의미하고 세상에서 가장 잔혹하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진실은 전쟁을 실제로 겪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엄청난 간극을 만들어낸다. 이 좁힐 수 없는 간극 사이에서 전쟁의 충격을 내가 마치 겪은 듯 경험하게 하는 영화가 바로 <바시르와 왈츠를>이다.


영화는 1인칭 화자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전쟁을 겪은 주인공 '아리'의 기억 속에 빈 공간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영화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끌어온다. 이를 통해서 전쟁이 단순히 한 개인만의 경험이 아닌, 그 전쟁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의 경험의 총체라는 것을 시사한다.


전쟁에 참여했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아리는 전우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비어있는 기억들을 짜 맞추기 시작한다. 하나둘씩 전쟁에 대한 끔찍한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지만, 정작 그를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고 있는 영상, 즉 대학살 당시 벌어졌던 일만은 기억하지 못한다.


영화는 아리의 모든 기억이 떠오르기 전, 대학살 당시 그 장소에 있었던 군인과 기자의 인터뷰로 넘어가고 끝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하면서 이 영화가 왜 애니메이션이라는 기법을 통해 아리의 기억을 전달하는지 보여준다. 존재했던 '현실'을 이야기하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방식으로 그 현실을 전달하면서 관객들에게 마치 환각을 체험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는 동시에 마지막에 등장하는 장면과의 이질적인 충돌로 전쟁의 끔찍한 악몽을 낱낱이 보여주는 것이다.


인터뷰가 대학살의 끝부분에 이르는 순간 '아리'는 절규와 절망으로 울부짖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틈 속에 서 있는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 현실에서 일어나리라 생각할 수 없는 그 끔찍한 '현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만이 진실이 아니라 이 화면 속 현실도 어디선가 분명하게 일어나고 있는 '진실'이라고 말한다. 감독은 '내가 지금까지 봐온 것이 존재하지 않는 거짓이 아닌 이 세상 어딘가 있는 현실'이라는 충돌의 방식으로 전쟁의 참혹성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가장 강력하게 전달한다. 이는 단순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 국한되는 것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전쟁에 대한 가장 처절한 보고서일 것이다.